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브리피 (아트모아 기자단 4기 김민혁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브리피
설명을 뛰어넘는 보여줌의 미학
브리피 서욱진 대표
카메라 하나로 세상을 담아내는 시대, 이젠 촬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이 더 드물다. 이를 날카롭게 포착한 스타트업이 있었으니, 바로 촬영 전문 기업 브리피이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면 됩니다."라는 간결한 문장 속엔 브리피의 모든 철학이 담겨있다. 촬영 인력과 의뢰인을 잇는 다리로 시작하여,
이제는 직접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변화 중인 브리피. 이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브리피의 서욱진 대표를 만나보았다.

브리피 서욱진 대표
과거 인터뷰 및 소개 자료들에선 브리피가 플랫폼 촬영 대행 서비스, 촬영 연결 플랫폼 등으로 표현되며 대량 촬영 솔루션 부분이 주력으로 어필되는 것으로 보였는데, 최근 사이트를 보면 광고 및 영상 제작 등 홍보/상업 콘텐츠 제작도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2024년의 브리피는 어떤 기업인지 종합적으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브리피는 기본적으로 촬영이 필요한 분들에게 촬영 인력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예요. 브리피(Briphy)라는 이름 자체도 Bridge to Photo/Videography의 약자로, 처음에는 중간 다리, 플랫폼으로 시작했습니다.
다만 작년부터 방향성을 조금 바꾸게 되었어요. 플랫폼보단 하나의 에이전시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가는 게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 더욱 적절한 플레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환경 변화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플랫폼 성공에 요구되는 자본 문제 등 2022년에 여러 고민들이 맞물린 게 그 계기였죠.
그래서 현재는 영상 및 광고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에이전시 형태로의 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콘텐츠 자체 제작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고요. 아직까지는 에이전시와 플랫폼의 중간 정도의 정체성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에이전시로서의 역할을 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면 됩니다.’라는 브리피 사이트의 문구가 매우 인상 깊었는데요. 이러한 철학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콘텐츠 촬영, 제작에 있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나 채택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우선 그 문구는 제가 존경하는 장수찬 기자님의 글에서 발췌한 거예요. ‘우리가 글을 아무리 화려하게 쓴들 독자들은 그것을 주의 깊게 읽지 않는다. 결국 독자에게 읽히는 글을 써야 된다.’ 라는 내용이었죠. 광고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광고주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너무 많아요. 그러나 그것을 설명으로 주입시키려 하면 결국 아무것도 안 되는 거죠.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대충 소비하니까요.
그렇기에 저희는 콘텐츠를 제작할 때, 소비자의 시선으로 다가가 콘텐츠가 ‘쉽게’ 각인되고 흡수될 수 있게끔 노력합니다. 그 핵심이 ‘보여줌’인 것이고요.

브리피 사이트 첫 화면 문구
사이트를 통해 브리피가 정말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며 많은 콘텐츠를 제작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브리피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들 중 특별히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티스트 뷔와 글로벌 배우 성룡의 콜라보를 성사시킨 증권 앱 SimInvest 광고 제작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광고주, K-POP 아티스트에 대한 니즈, 출연진 사이 세대 차이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고 융화시켜 콘텐츠를 완성해야 했던, 굉장히 어려운
프로젝트였는데요. 저희가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잘 수행하며,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고, 또 이전부터 꿈꾸던 세계적인 스타들과의 협업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브리지로서 고객에게 효용을 주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큰 본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역할을 큰 규모의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잘 수행할 수 있었기에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한편으론 다들 창업을 시작할 때 쟁쟁한 스타들과의 협업이라는, 그런 부푼 꿈과 희망을 품곤 하잖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 꿈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된 것 같아, 한 명의 창업가로서도 매우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였습니다.

SIMINVEST 광고 영상 썸네일
과거 인터뷰에서 SWOT 분석을 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다만 시장도, 브리피도 많은 변화를 겪은 만큼 지금은 그때와 또 다른 상황에 놓여있을 것 같은데요. 현시점에서 SWOT 분석을 해보자면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 SWOT 분석: 강점, 약점, 기회, 위기를 열거하는 분석법)
우선 브리피의 가장 큰 강점은 에이전시를 이루고 있는 에이전트들의 훌륭한 능력, 그리고 지금까지 제휴해온 공급자들과의 끈끈한 네트워크라고 생각해요. 팀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정말 일당백의 역할을 해주고 있고요. 또 4년간 사업을 진행하며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급자의 성향을 고려하여 고객의 니즈에 딱 적합한 공급자를 잘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들은 클라이언트가 어떠한 프로젝트를 요청했을 때, 그것을 다른 업체들과는 차별화되게 잘 수행할 수 있는, 그 밑바탕이 되는 요소들이죠.
다음으로 약점은 에이전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시된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명의 에이전트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양이 한정적이다 보니,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에이전트도 늘어나야 해요. 그러나 단순히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인건비 비중을 늘렸다가 한순간에 물량이 줄어든다면 회사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한계가 에이전트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기술의 발전이 기회라고 생각해요. AI가 에이전트들의 업무 부담을 많이 줄여주고, 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효율의 최대치를 되게 높여주더라고요.
그러나 한편으론 AI 기술의 발전이 위기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업에서 AI를 통해 자동화를 이룩해감에 따라, 원래라면 저희 에이전트가 도와줬어야 하는 부분들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간단히 말해서,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저희만의 방법으로 AI를 뾰족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 중입니다.
과거 인터뷰의 SWOT 분석에서도 강점으로 일당백의 팀원들을 꼽으셨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걸 보니 팀원분들에 대한 애정도 느껴지고, 그만큼 팀원분들께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고 계신다는 점도 알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함께 할 팀원들을 모으는데 있어 추구하는 인재상이 있으신가요?
인재상은 명확합니다. ‘책임과 자율에 기반한 성과’, 이것이 브리피의 단 한 가지 조직 문화예요. 굉장히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되, 맡은 바 업무에 책임감을 갖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됩니다. ‘이 정도면 됐지’하는 사람이 아닌, 본인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해당 업무를 왜 맡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며 그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브리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는 회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동료들과 상호 존중하며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평소 직원들에게도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에겐 정중히 이직을 권하겠다’라고 말하곤 하죠.
정리하자면, 성과적으로 존재 이유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조직을 사랑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들이 끈끈하게 뭉친 게 저희 브리피예요. 이렇게 확고한 인재상이 있는 만큼 채용에 있어서도 아주 신중한 편입니다. 공개 채용보단 저희와의 협업 경험, 주변의 소개 등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동안의 검증을 거친 뒤 모셔 오는 경우가 많아요.

조직문화 및 인재상(브리피 제공)

회사 내부 사진
홈페이지에서 브리피를 촬영 파트너로 소개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브리피의 서비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무래도 ‘촬영’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업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대표님께서 이 키워드에 집중하게 되신 배경이 있나요?
우선 ‘미로’(meero)라는 프랑스 회사에 주목을 했어요. 그 회사의 주요 서비스가 프리랜서 사진작가와 촬영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연결해 주는 건데, 당시 약 3년 만에 빠르게 유니콘 기업이 됐죠.
온라인 판매 기업이든, 개인이든, 소상공인이든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사진, 영상이 꼭 필요하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이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서비스가 대한민국엔 없다는 판단이 서더라고요. 물론 부분적으로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있었지만, 그곳들이 촬영 전문 플랫폼은 아니다 보니 퀄리티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죠.
‘우리가 미로 모델을 갖고 와서 그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해서 촬영 중개 서비스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즉, 저나 공동 창업자가 특별히 촬영을 좋아하거나 촬영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 그것에 집중했다기보다는, 시장을 파악한 후 가능성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선택하게 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존의 관심사가 아닌, 면밀한 사업적 분석의 결과로서 ‘촬영’이라는 아이템에 집중하게 되셨다는 게 놀라운데요. 혹시 그 점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으셨나요?
아무래도 초반에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와 동업자 모두 촬영에 해박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보니, 저희도 다 기본부터 배워야 하는 입장이었고,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업인데 아는 사진작가들도 거의 없었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저희가 사업 초기엔 웹 매거진으로 시작했어요. 여러 이점이 있더라고요. 사진작가들을 인터뷰하며 인적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얻으며 이 시장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인터뷰하러 다니고, 기사 실어서 웹에 공개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스타트업 창업 이전의 경험들 중 특별히 스타트업 창업에 도움이 됐던 경험이 있으셨나요?
하나의 경험이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기보단, 무언가에 몰입했던 그 순간순간의 경험들이 창업과 사업 운영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라는 말과도 연결되겠네요.
저는 심장에 솔직한 사람이었어요. 가슴이 뛰는 일에 충동적으로 쫓아가곤 했지만, 그렇게 꽂힌 일에는 항상 진심으로 임했죠.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다 힙합 음악에 빠져 몇 년간 음악 활동에 매진하기도 했고요.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학생회장, 학년 수석 타이틀까지 차지하며 풍부한 대학 시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ROTC, 언론 고시처럼 남들이 흔히 하지 않는 것들도 경험해 보았죠. 말씀드린 경험들이 그저 점을 흩뿌려놓은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사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게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음악 활동 당시의 무대 경험이 많은 이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줬고, 학생회장 경험이 리더십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며, 행정 장교로 부대의 모든 훈련과 일정을 관리하던 경험이 사업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던, 그런 식으로 말입니다.
‘열렬히 몰두해 본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된다.’ 제가 사업을 운영하며 내릴 수 있었던 결론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이것만은 주의하라’하고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기업의 목적을 잘 생각해서 창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스타트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 창출을 해야 되고, 직접 돈을 벌어야 됩니다. 많은 분들이 ‘투자, 대출받으면 되지’ 혹은 ‘정부 지원 사업하면 되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하시지만, 그건 기업이 돈을 잘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거든요. 목적이 될 순 없습니다.
결국 사업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많은 구조를 짜야 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매출에 기여하고, 어떤 사람이 미래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판단해야 하죠.
당장 매출은 못 만드는데 정부 지원 사업에만 매달린다거나, 혹은 현재의 매출 엔진을 가동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 미래를 위한 인재를 채용하며 인력 구조가 잘못 짜여 있는 회사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당부드립니다.
아무래도 아트모아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인 만큼 문화예술분야 직무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이 인터뷰를 접하게 될 것인데요. 그중에는 직무를 준비함에 있어, 혹은 수행함에 있어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브리피는 그 문제에 있어선 나름의 방향성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어떤 조언을 해드리고 싶으신가요?
저도 음악을 했기에, 심지 굳게 예술가의 정신을 지키는 분들에 대한 리스펙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예술의 본질은 세상과의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해요. 상업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 본질이 훼손된다곤 볼 수 없는 거죠. 또 상업성과 예술성의 교집합이 되는 영역도 많이 나타나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상업성을 갖추고자 노력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께서 그리고 있는 브리피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추후 브리피 사업 운영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는지 살짝 들어볼 수 있을까요?
브리피가 플랫폼으로 시작됐지만 에이전시 모델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자체 제작의 비율을 높이는 게 단기적 목표입니다. 올해 저희가 포토 스튜디오를 하나 인수해서 사진 쪽으로는 자체 촬영 비율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요. 내년까진 내부 프로덕션을 만들어서 영상 콘텐츠의 자체 생산 비율도 높이려 합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저희가 이벤트, 콘서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있어요. 이벤트, 콘서트엔 이벤트 홍보물, 이벤트 배경에 깔리는 led 영상, 현장 스케치 등 사진, 영상이 필요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 생각하고 지금도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조금 더 장기적으로는 홍보 콘텐츠뿐만 아니라 자체 콘텐츠도 제작해 보고 싶어요. 웹드라마, 웹예능 등 구체적으로 형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구조에서 자체 제작 비율을 계속 늘리다 보면 자체 콘텐츠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종합 콘텐츠 제작사로서 성장을 해가고 싶어요.
말씀드린 계획들이 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 제작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브리피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