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웨이고 스튜디오 (아트모아 기자단 4기 김려원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웨이고 스튜디오
기술과 예술의 혁신적 만남, 새로운 확장을 시도하다
웨이고 스튜디오 하담우 대표
예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인류는 지금까지 폭발적인 기술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예술 또한 그 기술들과 함께 발전해 왔죠.
끊임없이 장르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미디어아트.
그 중심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웨이고 스튜디오와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먼저 웨이고 스튜디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웨이고 스튜디오는 미디어 아트를 기반으로 작품 혹은 외주 작업을 하는 작은 스튜디오입니다. 미디어 아트라는 분야가 굉장히 넓은데, 그중 3D 영상 관련 작업이 50%, 키네틱 아트 50% 정도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웨이고 스튜디오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키네틱 팝업북이 지난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큰 주목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키네틱 팝업북은 무엇이고,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키네틱 팝업북은 기존에 있던 장르나 형태는 아니고, 저희가 이름을 붙인 건데요. 직역하자면 움직이는 팝업북이에요. 간단히 말하자면 스스로 책장이 넘겨지는 책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키네틱 팝업북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홀로그램 기술에서부터였습니다.
홀로그램은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입체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인데, 아직은 개발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물리적으로 실존하면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콘텐츠를 보여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팝업북이라는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팝업북은 작은 책 안에서 10~20장 정도의 콘텐츠가 튀어나오니까, 영상처럼 아주 유동적이지는 않아도 새로운 입체 매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팝업북을 저희가 갖고 있는 키네틱 아트의 성질과 연결해서 키네틱 팝업북이라는 매체를 기획하게 됐어요.

웨이고 스튜디오의 키네틱 팝업북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다시, 드러나다'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키네틱 팝업북을 소개하고 있는 웨이고 소속 이승현 작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 그 중 특히 한국적인 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특별히 한국 문화를 기술과 접목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사무라이나 닌자 등 전통적인 것들을 베이스로 한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나오잖아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최근 넷플릭스에 힘 입어 옛날보다는 훨씬 더 한국적인 색깔이 있는 콘텐츠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사실 아직 한국적 콘텐츠를 제대로 작업해 보지는 못했는데, 앞으로는 저희의 기술을 활용해서 한국적인 특성이 강한 콘텐츠 캐릭터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는 작업을 수행하려면, 예술적인 감각뿐 아니라 기술 활용 능력도 크게 요구될 것 같은데요, 혹시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기술 관련 작업이 확실히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너무 좋은 시대인 게, 요즘은 구글만 보더라도 정보를 다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검색하는 방법과 영어만 조금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디지털 자체에 접근이 쉽지 않은 소외계층에게는 이것도 어려울 수 있겠지만, 검색과 테스트 가능 환경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다 시간과 끈기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내가 원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검색하는 훈련이 많이 필요합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관련 분야 사람들에게 그 훈련에 관해 많은 도움을 얻었던 것 같아요.
대표님은 어떻게 디지털 아트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떤 전공과 커리어를 거쳐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아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약간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당시 연세대 말고는 전부 다 패션학과를 썼는데, 연세대만 붙어서 해당 학과를 오게 됐어요. 입학 전에는 디지털 아트라는 장르를 전혀 몰랐어요. 학부제여서 2학년 때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디지털아트학과 이렇게 세 학과 중에 선택하게 되어있는데요. 전공 선택 전에 디지털 아트 수업을 들어보니 오히려 패션보다 더 잘 맞는 것 같고,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 학문이라는 점과 또 이 시대에 맞게끔 계속 변화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디지털 아트 전공을 선택했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교에 다니면서 외주 작업을 하다가 사업자가 필요해져서 졸업 전에 사업자를 냈어요. 그러면서 작업 볼륨이 점점 커져서 직원도 두고 하다 보니 지금의 스튜디오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럼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디지털 아트 전공이 많으신가요?
디지털 아트 전공인 후배 친구들도 있고요, 디지털아트가 전공은 아닌데 3D아트웍을 전공으로 공부하신 분들도 있어요.
아트를 기획하고 제작하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없는 작업의 경우에는, 대중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 메시지를 얼마나 확고하고 단단하게 정립하느냐가 제일 우선인 것 같습니다. 사실 대중이 원하는 것에 맞춰도 좋은 반응이 오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스스로 메시지와 의도가 정리가 안 되면 방향성이 단단하지 않아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 같은 경우에도, 그 메시지를 말하는 주체가 다른 거죠. 작품은 그 메시지를 설정한 게 나라면 외주 작업의 경우에는 클라이언트 쪽이 메시지를 설정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클라이언트 쪽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확실히 설정해 주고 그것이 흔들리지 않을 때 대부분 서로 같이 만족하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웨이고 스튜디오의 경주시 미디어 파사드 중, 토우가 살아 움직이며 춤을 추는 것이 아이디어가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기획할 때, 주로 어떤 것들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경주시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여러 기업이 경주시와 협업해서 작업을 했던 건데, 경주에 관한 아이템을 갖고 기업마다 다르게 작업을 했었습니다. 저희는 그 중 토우라는 아이템을 갖고 진행하게 됐고, 일단 경주시에 내려가서 박물관을 다 돌아다니면서 어떤 토우들이 있나 많이 봤어요. 토우라는 게 어쨌든 인물이라 정말 다양한 토우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인물들을 영상에서 한데 모으고 싶었고, 또 사람들이 모이는 거니까 재밌고 즐거우면 좋지 않을까? 해서 페스티벌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토우가 딱딱하게 굳어있지만, 디지털적으로 생명력을 부여해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제가 10년 정도 모은 이미지 폴더가 있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인터넷 보다가 느낌이 좋거나 아이디어가 좋은 것들을 모은 폴더인데, 작업 시작 전 그 폴더를 몇 시간 동안 쭉 보곤 해요. 작업 관련 키워드별로 이미지를 정리해서 옆에 띄워두고 보기도 하고요. 평상시에 최대한 많이 보고 저장해 두는 게 제 영감의 원천 중 하나입니다.
디지털 아트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지털 아트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요, 그 범위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넓은 의미로 보았을 때는, 디지털 아트는 코딩이나 기계적인 구조 설계를 통해 움직이잖아요. 작품의 메시지는 결국 문장으로 풀어질 텐데, 그 문장은 명사, 형용사, 동사 등 다양한 구성 요소가 있어요. 그중 동사를 정말 직접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디지털 아트라고 생각해요. 직접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보다 직관적으로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행위 예술도 이와 비슷한데, 디지털 아트는 인간이 빠진 상태에서 활동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이런 부분이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아트의 장점이에요.
미래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디지털 분야가 엄청 넓은데요, 요즘 디지털 아트라고 하면 사실 저희처럼 키네틱 아트 같은 분야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학교 후배들만 봐도 100명 중 90명은 거의 영상 분야를 하거든요.
일단 영상 쪽 디지털 아트를 하는 친구들에게 말씀드리자면, 결국 좋아하는 것과 일이 합쳐졌을 때 그 일이 안 좋아지게 될 확률도 높잖아요. 영상 쪽 디지털 아트를 하는 곳들을 보면 대부분 큰 기업들이 많아요. 큰 기업들은 많은 사람들을 통솔해야 하다 보니까 시스템과 프로세스 체계들이 어느 정도 아예 정립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내가 하는 일도 엄청 큰 작품의 일부분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너무 좋아하고, 재밌어서 들어왔지만, 생각보다 자신이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이 상당히 작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더 작가적으로 진출하거나, 작은 스튜디오로 가면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성취감을 더 느끼고 만족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소규모 회사면 한 사람당 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작품의 모든 것을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거죠. 이렇게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요. 그리고 영상 쪽이 아닌 디지털 아트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정말 시장이 작아요. 요즘 많아지고는 있지만 정말 작거든요. 그래서 수요가 매우 적다 보니 오래 살아남아서 10년 이상 하는 사람들은 정말 없는 것 같아요. 조금 슬픈 말이지만, 잘해야 살아남고 그중에서도 더 잘하는 사람만 살아남는달까요.
그래서 디지털 아트를 하고 싶다면, 자신이 작가인지, 아니면 회사원이 되어도 되는지. 그리고 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지구력이 강한 사람인지. 이런 것들의 객관화를 많이 해보면 좋겠어요. 그럴수록 디지털 아트라는 분야를 나의 성질과 방향이 맞게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겁니다.

오브제 리퀴드 코스메틱 브랜드 '무지개맨션'의 대표 제품 '오브제 리쿼드'와
3D 아나몰픽 일루전 기법을 활용하여 제작한 옥외광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웨이고 스튜디오의 목표가 있다면요?
사업자를 낸 지는 5년째가 되어가는데 예전에는 개인 외주 작업으로 주로 활동했어요. 스튜디오로서 제대로 시작한 건 2022년에서 2023년 정도여서요, 아직은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스튜디오로서의 성질을 객관화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방향성으로 갈 것인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단지 돈 벌자고 모인 건 아니다 보니까 이 성역을 선택했고, 스튜디오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두루뭉술한 목표이긴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적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경계점을 찾는 것이 목표인 것 같아요.
작품적으로는 어떤 느낌의 작업을 더 하실 예정인가요?
올해는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이 있어서 그걸 진행할 것 같고요, 사실 작년에 한국적인 것들을 많이 준비했다가 여력이 안 돼서 접은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내년에는 한국적인 캐릭터와 콘텐츠를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외국에 노바디 소시지*라는 큰 기업이 있는데요. 그 느낌으로 한국적인 인플루언서 캐릭터를 개발하고, 또 지금 하는 키네틱 팝업북처럼 키네틱 아트를 베이스로 한 입체 매체들을 더 보여주는 것이 작품적인 목표입니다.
*노바디소시지(Nobody Sausage) :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운영하는 기업. 브라질 출신작가 카엘 카브랄이 탄생시킨 노바디 소시지 캐릭터는 3,000만 팔로워를 보유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