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플레이백시어터 노는 극단 (아트모아 기자단 4기 정민경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플레이백시어터 노는 극단
내 이야기에 힘이 생기는 경험을 하는 것,
예술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노는 극단
노유미 대표를 만나다.
플레이백시어터 노는 극단 노유미 대표
타인에 대한 관찰보다 자신을 뽐내기에 바쁘고, 공감보다 판단과 평가에
급급한 현시대에 경청의 가치를 나누는 극단이 있다.
관객의 이야기가 대본이 되고 몸짓이 되는 ‘플레이백시어터’
즉흥극으로 연극을 찾은 관객들에게 담담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노는 극단 노유미 대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플레이백시어터 노는 극단 노유미 대표 (노는 극단 제공)
안녕하세요, 대표님.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대표님과 플레이백시어터 노는 극단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극을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연극치료, 드라마 치료와 시이코 드라마에 관해 공부하다가 플레이백시어터에 대해 알게 되어 쭉 노는 극단과 함께하고 있어요. 노는 극단은 플레이백시어터를 전문으로 하는 극단이고요. 연극을 전공한 저로서는 공연의 형태에 치유적 효과를 담는 장르가 너무 새롭고 신기해서 굉장히 재밌었고, 처음에는 “이거 재밌는데?” “한번 해볼까? 그냥 우리끼리 놀면서 연습해 보자”고 했다가 현재까지 오게 되었네요.
노는 극단은 ‘플레이백시어터’ 즉흥극을 하는 극단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플레이백시어터는 어떤 공연인가요?
플레이백시어터는 1975년에 미국에 조나단 폭스라는 분이 창시한 50년이 안 된 신생 공연 장르에요.
먼저 관객 중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죠. 뭐 대단한 이야기일 필요도 없고요. 그냥 소소한 어떤 일상의 이야기 혹은 그날따라 생각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이 플레이백시어터 배우에 의해 공연화 됩니다. 내 이야기가 연극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잘 들릴 때, 그 연극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치유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굉장히 선물처럼 다가옵니다.
전통 연극과 즉흥 연극 플레이백시어터의 차이점도 무엇일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관객과 무대의 관계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일반 연극은 관객이 무대와 완전히 분리되어 일방적으로 ‘감상’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면, 플레이백시어터에서는 관객이 무대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플레이백시어터는 네 가지 배우가 있다고 얘기를 해요. 첫 번째는 무대에서 대사도 하고 움직임도 하는 몸짓 배우, 즉흥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배우, 관객을 화자로 초대하고 이야기를 정리하는 조율 배우,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야기 배우가 있어요.

소리 배우 (노는 극단 제공)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야기 배우는 관객이 그 역할을 맡습니다. 이야기배우, 즉 화자 없이는 공연이 진행되질 않아요. 그래서 공연 비용에 대해 표기할 때 ‘참가비’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 문화상 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다 보면 내 경험도 생각나고 ‘나도 그런 적 있는데? 나도 내 얘기 해 볼까?’ 하며 용기를 내는 경우를 만나기도 합니다.
플레이백시어터 연극의 경우, 일반적인 형태의 정통 연극과 기획자의 역할이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서 기획자란 공연의 컨셉과 주제를 잡는 역할을 말씀하시는 거죠? 저희도 정기 공연 ‘귀 기울여봄’ 같은 경우는 대부분 주제를 가지고 해요. 어떤 달은 여행, 지난달은 호르몬을 주제로 하기도 했었고, 저희의 시그니처 콘텐츠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희는 본 공연 시작 전 기획 주제에 맞는 5~10분 정도의 오프닝 공연을 합니다. 주제에 따라 무대 장식을 싹 바꾸거나 조명을 쓰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시는 관객분들도 주제에 대해 생각은 하고 오실 수 있지만 이야기가 꼭 저희가 기획하고 의도 했던 대로 흘러가진 않아요. 저희는 이야기가 이야기를 불러온다고 하는데, 이야기를 같이 듣고 나니까 또 다른 이야기를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가지와 주제로 형성되기도 하는 것이 또 플레이백시어터의 매력인 것 같아요. 매달 정기 공연도 하고, 1년에 한 번은 대학로에 극장을 빌려 대관 공연도 합니다. 올해 11월에도 대관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현재 주제를 가지고 계속 연습하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정해진 대사나 동선을 외우지 않고 즉흥적으로 공연하는 플레이백시어터에서 연습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그렇죠. 다들 플레이백시어터는 도대체 어떻게 연습하는지 많이 궁금해하시거든요?
저도 연극을 하는 친구들이 좀 있잖아요. 그래서 들어보면 연습 시간에 들어가서 연출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정해준 톤을 가지고 연습하다 보니 자신과 나와 연기하는 상대 배우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몇 달을 같이 연습해도 서로 데면데면한 경우가 되게 많더라고요. 저희는 즉흥극이다 보니 서로 잘 알아야 해요. 서로 잘 모르고 관계가 안 좋다면 즉흥극의 진행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어렵고 케미를 발산하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연습 때 서로에 대한 관계, 안부 상태와 같은 것들을 체크하고 존중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을 쏟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단원들끼리 서로의 사정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함께 다잡게 됩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연극적으로 기승전결이나 장면의 하이라이트를 잡을 수 있는 구성에 대한 연습, 서로의 즉흥적인 움직임에 대한 연습, 그리고 우리 단원들의 이야기로 즉흥극을 만들어보는 연습을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업계가 얼어붙었던 20년~21년 온라인 전환과 동시에 전용 극장을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소통이 중요한 장르인 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연의 차이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코로나 때는 진짜 모든 공연이 다 사라졌잖아요. 근데 저희는 정기 공연을 지속하고 싶었고, 오프라인 공연을 하던 노는 극단 공간에 따로 세팅해서 온라인으로 공연을 했죠. 솔직히 말하면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영상도 미리 녹화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오히려 온라인으로 해외에서 접속해 주시더라고요. 그 부분이 재밌기도 했어요. 근데 온라인으로 보면 화면전환을 하다 보니 오프라인으로 볼 때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극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들을 다 볼 수 없다는 점? 딱 그 정도가 아쉬웠던 것 같아요. 공연 자체는 차이가 크지 않은데 준비하는 저희로서의 차이가 커요. 세팅하고 철수하는데 너무 많은 품이 들고, 공연이 재개되면서부터는 오프라인 관객이 더 늘면서 현재는 온라인 공연은 안 하고 있죠.

온라인 공연 (노는 극단 제공)
2021년 진행하셨던 경기문화지원센터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층간 너머 이웃>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갈등이 심해졌다는 사회적 현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대표님이 현재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주제가 있나요?
플레이백시어터라는 장르에는 예술성, 형식 그리고 사회성이 꼭 필요한데요.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 만들어 나가는 예술인만큼 형식이 잘 지켜져야 관객이 나의 이야기가 존중받고 있으며,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사회성인데, 공연을 만들며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단 하나의 공연도 완전히 같은 이야기를 가진 공연은 없어요.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문제에도 전혀 다른 관점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줘요. 그리고 개인들의 이야기가 모여 사회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플레이백시어터 공연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으면 안 돼요. 그래서 21년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만 갇혀있다 보니 층간소음 문제가 더욱 대두되었다는 것을 주제로 플레이백시어터를 활용한 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이고요. 학교나 기업을 상대로 하는 플레이백시어터 예술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주목하는 부분은 이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은둔자, 고립자, 그러니까 은둔 청년들에 게 관심이 있어요. 사실 청년만 은둔하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자기 세상의 문을 닫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노크하는 역할을 저희가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연도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자기 세상의 문을 닫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그들을 대상으로 공연할 때는 관객을 1명, 2명, 많아야 3명 굉장히 소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기 공연 참가비가 1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라 생각됩니다. 이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매달 공연을 할 수 있는 비결과 낮은 가격을 유지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1만 원으로 올린 것도 얼마 안 됐어요. 정기 공연을 시작하고 근 10년간 5천 원이다가 올해에 만 원으로 올린 건데 공연 비용을 저렴하게 한 첫 번째 이유는 단 한 명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하러 올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플레이백시어터를 하시는 극단이 몇 군데 있긴 한데 저희처럼 매달 공연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몇 군데 없어요. 사실 매달 공연을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쉽지 않은데 아직 고집하는 이유는 너무 얘기하고 싶고 답답한데, 주변에 얘기할 곳도 없을 때 노는 극단에 가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해서 공연 비용을 낮추고 관객의 공연 참여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이 노력이 닿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백시어터가 가진 힘을 느끼고 지금보다 좀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르가 됐으면 좋겠고, 그래서 수익적인 부분에서는 우리 단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장르가 좀 더 알려질 때까지 노는 극단의 단원으로서 이 자리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하고 있어요.
노는 극단의 목표로 플레이백시어터의 대중화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목표하신 바가 있으신가요?
먼저, 좀 전에 말했듯이 플레이백시어터라는 장르가 좀 더 대중화되어 더 많은 관객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자체와 협력하여 이야기 전용 극장을 만들고 싶어요. 이렇게 극단에서 운영하는 극장도 좋지만, 지역과 협력해서 원할 때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특히 경찰관이나 소방관처럼 우리 사회에 너무나 필요한 부분을 맡아주고 계시지만 다른 사람이 쉽게 경험하지 못할 힘든 경험을 가진 분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요.
플레이백시어터와 연극, 나아가 공연업계에 입직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인터뷰 질문지를 중학생인 저희 딸과 같이 봤는데요, 딸에게 이 질문을 했을 때 “도망가!”라고 하더라고요. 플레이백시어터 장르에 입직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입직, 그러니까 직업으로서 이 길에 들어오겠다고 하면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일단은 돈을 너무 못 번다는 거죠. 예술교육이나 외부 공연을 나가서 생기는 수익을 통해 단원들의 페이를 챙겨주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월 정기 공연의 경우에는 정말 100원도 배분해 주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긴 합니다. 그래도 저희 극단은 다른 극단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에요. 하지만 끊임없이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 생각해요. 이 직업만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직업이 흔치 않아요. 여러 사람의 정말 다양한 관점을 들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 세상이 맞고, 이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세상에 갇히지 않도록 해주는 직업입니다.
공연업계에 입직을 희망하는 분들에게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길게요. 현실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건 사실이라 굳이 열정만을 좇아라!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