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GS아트센터 (아트모아 기자단 5기 김예준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GS아트센터
'사람'과 '공간', '경험'을 잇는 문화예술의 내일
GS아트센터 박선희 대표
서울 강남의 상징적인 문화 공간이 ‘GS아트센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센터를 이끄는 박선희 대표는 이곳이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관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살아있는 미디어’가 되기를 꿈꿉니다.
‘공간 자체가 메시지’라는 독창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경계 없는 예술’을 펼치고,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어 다음 세대를 위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그의 이야기에는
우리 문화예술계의 희망찬 내일이 담겨 있었습니다.

GS아트센터 박선희 대표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맡고 계신 역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4월 말 GS아트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트센터를 운영하는 주체로서 재단법인인 GS문화재단이 작년 8월에 설립되어 이제 갓 1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 GS문화재단을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과거 이 공간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갖고 계셨습니다. 저희가 'GS아트센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면서 보내주신 격려와 응원, 그리고 큰 기대 덕분에 각오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2025년에 새로 개관하는 공연장이 우리 동시대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성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재단이 설립된 지 1년, 제가 합류한 지는 아직 1년이 채 안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이슈와 문제, 그리고 새로운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가득합니다.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 계속해서 질문하고 고민하며 길을 만들어 가려 합니다.
대표님께서는 금호 아시아나 문화재단에서 '개별 아티스트'를,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예술 기관'을 성장시킨 경험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제 GS문화재단에서는 '관객 경험'을 설계하는 역할로 나아가고 계신데, 이러한 경력의 발전 과정이 현재 GS아트센터의 비전을 수립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겪었던 모든 경험이 저를 성장시켰지만, 가장 많이 배운 것은 결국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부터였습니다. 금호 아시아나 문화재단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클래식의 전성기를 이끄는 주역들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습니다. 예술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와 삶을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예술이 사람과 사회에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어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는 개별 아티스트가 아닌, 예술가 '집단'으로서의 단체가 어떤 생명력을 갖고 어떻게 성장해 나가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결국 그곳 역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이 공간(GS아트센터)에 와서는,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는 '플랫폼'으로서 저희가 어떤 기능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양쪽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 나가려 합니다.

GS아트센터 ©SihoonKim
'알고리즘을 굶긴다'는 철학은 디지털 시대에 라이브 공연 예술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철학을 통해 관객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의 본질은 무엇이며,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발견의 경험'을 어떻게 측정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신가요?
발견의 경험'이라는 단어가 핵심입니다. 사실 '알고리즘을 굶겨라(Starve the Algorithm)'라는 말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올해 저희가 선보였던 세계적인 아티스트 윌리엄 켄트리지의 작품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공연을 매회 보면서 제 기억에 가장 깊게 남았던 문장이었죠.
예술의 본질이 바로 그 문장에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자칫하다가는 예측 가능한 것들에 둘러싸여 결핍되기 쉬운 시대에, 우리는 의식적으로 '발견의 경험'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 문장은 일종의 선언문이에요. 이 선언을 통해 모든 것이 리셋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그로부터 말씀하신 대로 관객의 상상력이 비로소 활짝 열리는 거죠.
사실 인터뷰에서 가볍게 인용한 문장이었는데, 기자님들께서 굉장히 반가워하시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하지만, 저희 같은 사람에게는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사회적 역할을 전달하는 '말 한 마디'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고요. 이렇게 알아주시니 참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ABT_Scene from The Theme and Variations ⓒYOON6PHOTO
개관 시즌 프로그램을 보면 '아티스트' 시리즈 같은 실험적인 기획과 '위대한 개츠비' 같은 대형 뮤지컬이 공존합니다. 재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획 프로그램과 외부 대관 프로그램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 나갈 계획이신가요? 또한, 대관 작품 선정에도 재단의 철학이 반영되는 기준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역할 분담'과 '공동의 연대'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저희는 '경계 없는 예술, 경계 없는 관객'을 슬로건으로 내건 만큼, 자체 예술 단체를 보유하지 않은 공연장으로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손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획'과 '대관'은 경영상의 구분에 가깝습니다. 어쨌든 관객분들께는 모두 'GS아트센터의 공연'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저희가 직접 기획하는 공연은 여러 장르가 융합되어 새로운 장르를 정의하는, 국내에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작품들입니다. 예를 들어 음악인지, 무용인지 하나의 카테고리로 규정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공연들이죠.
그리고 대관은 우리와 함께 '공동의 연대'를 이룰 파트너를 찾는 과정입니다. 국립발레단, 서울재즈페스티벌처럼 각자의 방향성이 뚜렷한 단체들과 손잡고 함께 공연을 만들었습니다. 뮤지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공연장의 색깔과 지향점에 공감하고,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제작사 및 기획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작품을 올리는 것이죠.
저희로서는 그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저희와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파트너들과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미디어로서의 공간'이라는 개념은 공연장을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선 복합 문화 허브로 만들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이 비전이 장기적으로 GS아트센터의 운영 모델과 관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그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관객의 예술 경험 확장이고, 둘째는 공간이 주는 의미의 확장입니다.
먼저 저희 공연장은 클래식 전용 홀과 달리 다양한 장르를 모두 품을 수 있는 다목적 공간입니다. 이처럼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공연장 자체가 무언가를 전달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GS아트센터'라는 브랜드를 하나의 미디어로 확장하면, 관객의 예술 경험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넓어지죠.
이는 관객의 예술 경험이 단지 공연 관람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최근 만난 한 관객분은 역삼역에서 GS타워 건물을 보며 언덕을 걸어 올라오는 그 순간부터 설렘을 느낀다고 하시더라고요. 공연을 만나러 오는 그 길 자체가 하나의 예술 경험이 시작되는 셈이죠.
관객의 예술 경험에는 공연장에 들어서며 보고 느끼는 모든 것, 공연을 보며 고조되는 감정,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그 여운을 되새기는 순간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저희는 '미디어로서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이 더욱 풍부한 예술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자 합니다.
GS문화재단은 GS그룹의 ESG 경영과 사회적 가치 창출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GS아트센터가 지역사회와 한국 문화예술 생태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LG아트센터가 마곡으로 이전한 후, 많은 분들이 이 공간의 공백을 아쉬워하셨습니다. GS그룹이 여러 선택지 앞에서 이 공간을 다시 문화 예술을 위해 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분야의 일원으로서 정말 참 감사한 일이죠.
예술 경영 분야에서는 '공연은 비용의 질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술 산업은 재정적으로 지속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필수적이죠. GS그룹이 복지나 장학 사업 등 다른 분야에서도 사회공헌을 꾸준히 해왔지만, 이번에 예술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한 것은 '예술의 가치'를 깊이 인정해 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술의 가장 큰 힘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예술은 늘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그 도전 정신이 사회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GS그룹은 일회성 기부가 아닌,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재단 설립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원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이제 그 주체로서,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이라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GS아트센터 내부 ⓒSihoonKim
대표님께서는 오랜 기간 음악 영재 발굴과 육성에 힘써오셨습니다. GS문화재단이 장기적으로 신진 예술가나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자체적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앞서 예술의 본질이 '도전'에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로 그 연장선에 있어요. 저는 공익을 위한 자리에서 일해오면서, 항상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늘 마음에 품어왔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해요. 제가 이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1997년만 해도 지금보다 환경이 척박했지만, 훌륭한 선배님들께서 닦아놓은 길 위에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저도 후배들과 함께 일하는 위치가 되었네요. 가장 설렜던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이제는 저와 같은 설렘을 느낄 후배들이 이 분야에 끊임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선배로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좋은 인재들이 계속 유입되어야 이 업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건강한 생태계가 있어야만 그 안에서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성장하고, 관련 산업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그들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이는 결국 양적, 질적 팽창으로 이어집니다. 그 수혜는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아가, 더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되죠.
공연장 운영 역시 예술가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본 틀을 짜는 일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입니다. 개관 시즌에는 이미 높은 완성도를 이룬, '모두가 꼭 봤으면 하는' 공연들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를 건강하게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기회를 주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에요. 하루라도 빨리 그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제 솔직한 바람입니다.
'경계 없는 예술'을 표방하는 만큼, '경계 없는 관객'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다소 어렵거나 실험적일 수 있는 작품들에 대해 관객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올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재단만의 소통 전략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정말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셨어요. 최근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관객층이 정말 많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공연 예술은 접근성의 문턱이 존재합니다. 티켓 가격의 부담도 있고,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형식 자체의 제약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객 개발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선보이며 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객분들과의 접점을 하나하나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경계 없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향후 GS문화재단과 GS아트센터가 한국 사회와 문화계에서 어떤 기관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대표님께서 남기고 싶은 가장 중요한 유산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남기고 싶은 유산 같은 건 사실 없습니다. 저는 GS아트센터와 GS문화재단이라는 영속적인 조직의 첫 페이지, 혹은 한 문단을 채우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GS아트센터와 문화재단의 '정신'이 계속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K-컬처라는 이름으로 세계 무대에서 더 이상 뒤에 숨을 수 없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저는 공연 예술 분야 역시 다른 분야와 발맞추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기여하는 '선두 그룹'의 일원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꿉니다.
제가 이곳에 얼마나 머무를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비전과 미션이 저의 후배들을 포함한 모든 조직 구성원들의 공통된 목표가 되어 그 마음이 앞으로도 쭉 이어져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