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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아트모아 기자단 5기 최정인 기자)

작성자 : 곽송비 조회수 : 725 2025-10-01

[아티(ATI) 기업탐방]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지역과 예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 기획자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김해래 부장


이국적인 중앙아시아 음식점과 감각적인 카페들이 늘어선 정감 있는 골목을 따라 장충동에 들어서자,

낯선듯 신선한 예술 작품들이 동네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파라다이스 아트랩’의 결실로 탄생한 작품과 지역 관객들이 마주하는 만남의 기회가 장충동에 마련된 것이다.

 

9월 19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 ‘2025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장충’은

예술의 오늘과 내일을 탐색하고, 주민과 공유하는 교류의 장이었다.

지역과 예술,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를 조율하고 매개하는 역할이 필수적이다.


‘삶이 예술로 더 행복해지도록’ 돕고 싶다고 말하는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의 김해래 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김해래 부장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서 맡고 계신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김해래라고 합니다. 재단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사업들을 담당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이에요.

실무자들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정도 하고 뒤에서 받쳐 주기도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을 이야기할 때, 파라다이스 아트랩과 페스티벌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도 페스티벌이 한창 진행중인데요. 파라다이스 아트랩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2018년에 시작된 파라다이스 아트랩은 동시대 예술의 창・제작을 지원하는 사업이에요. 페스티벌을 통해서 이 결과물을 관객과 만나게 하고요. 지원만 할 수도 있겠지만, 축제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항상 예술가와 관객을 함께 고려하고 있어요. 이전까지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 아트 앤 테크놀로지가 주요 주제였는데, 지금은 조금 더 넓혀서 동시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제공: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초기에 Art+Tech라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은 AI가 이슈인 것 처럼, 2017~2018년 당시에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화제였어요. 저희는 예술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탐구해보고 싶었고, ‘아트 앤 테크’가 예술의 미래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리고 저는 항상 관객에 관해서 생각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일에 대해 조금 겁을 내잖아요. 예술의 미래에 대해서도 어렵게 생각하시는데, 이걸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혹은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원 사업과 페스티벌이 하나의 세트처럼 진행되는 거죠.

 


예술과 지역성의 만남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원래 아트랩 페스티벌은 이곳 서울 장충동이 아닌 인천 영종도에서 개최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페스티벌 개최지를 장충동으로 옮겨왔는데, 이런 변화의 계기와 장충동에서 진행되는 PAL 페스티벌만의 특색이 있을까요?


영종도에서는 ‘파라다이스 시티’라는 호텔 리조트 안에 있는 공간에서 사업을 했어요. 주로 영화를 촬영하는 대형 블랙박스 스튜디오였는데, 그 박스 안에서 굉장히 실험적인 작업들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작년부터 장충동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장충동 호텔 개장을 앞두고 예술로써 시너지를 내고 싶은 면이 있었죠. 예술 역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또, 여기 장충동이 아직 개발이 많이 진행되지 않아서 중후한 멋이 있거든요. 그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영종도에서 할 때는 리조트를 찾아오는 고객만 있었지 거기에 사는 사람이 있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장충동으로 들어오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고 여기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 지역과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소통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과 그들의 반응에 있어서도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종도에서와는 다른 장충동의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계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페스티벌 중에 주민과 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장충 잔치’라고 거리에 야장을 펴고 손님들이 와서 술과 음식을 드실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서 게임이나 미션을 수행하면 동네에서 드실 수 있는 식사권을 드리기도 했고요. 또, 장충동 바로 옆의 을지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랑 같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지역 상점들과 연계해서 페스티벌 메뉴도 만들고, 축제 페스티벌 공간을 돌아다니며 스탬프를 찍으면 지역 식당에서 사용하실 수 있는 식사권을 드리기도 하고요. 이렇게 타겟별로 다른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정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이런 행사 소식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구청이나 주민센터 같은 지자체와도 협업을 하고 있어요. 구청에서 홈페이지에 공지를 해 주시거나, 주민센터에서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많이 독려했죠.

이제 2년차라서 아직은 뚜렷한 효과가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저희가 작년과 올해 축제를 진행하면서 지역 상점의 사장님들과는 많이 친해졌어요. 어제도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사장님께서 알아보시더라고요. 이런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한데, 큰 성과가 느껴지려면 최소 5년 이상, 7년 정도는 해야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아트랩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예술가, 관객과의 협업’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트랩과 같은 사업에서 문화재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번 아트랩 페스티벌에서 부장님은 특히 어떤 역할에 주력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트랩 사업은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결과물이 관객들에게 가닿게끔 페스티벌까지 책임을 지는 거예요. 여기서 관객들이 무엇을 보고 경험할 것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저희의 역할이고요. 그 과정에서 정말 계속 협의를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협업이라고 하는 거고, 저는 중간 관리자이기 때문에 이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하는 일들을 잘 어레인지하고 뒤에서 봐주는 게 제 역할이에요. 위에도 잘 보고하고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조정해주는 이런 것들이요.


 

올해 아트랩을 운영하며 유독 인상 깊었던, 혹은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저희가 올해는 협업을 많이 했어요. 장충동으로 오면서 좋은 파트너들과 협업을 해서 페스티벌을 만들어가는 구조로 세팅을 했는데, 그때(작년)보다 올해는 더 많은 협업을 했거든요. 을지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랑 같이 산책을 하는 ‘예술산책’이라거나, 을지로를 걷다가 작업물을 발견하게 하는 ‘을지로 아트 발견’ 같은 프로그램들을 시도했어요. 을지로 예술가들이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들이 재밌기도 했고,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또, 널 위한 문화예술(이하 널위문)이랑도 협업을 했거든요. 널위문이 사업을 하는 방식을 되게 재미있게 봤어요. 참여자들을 너무 편안하게 해주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널위문의 팬덤도 있는데, 이분들은 다른 예술계 팬덤이랑 다르게 되게 적극적이에요. 댓글을 달기도 하고, 후기를 직접 만들어 올려요. 지금까지 아트랩 사업에서는 소극적인 팬들이 많아서 프로그램에 참여는 해도 댓글을 달거나 이런 활동은 잘 안하셨는데, 널위문이랑 협업을 했더니 막 댓글이랑 후기가 올라오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아트랩은 협업의 순간들이 좋았다라고요. 



'PAL X 널위한문화예술 오프라인 예술탐닉 토크 프로그램' (이미지 제공: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문화재단에서 일하시는 것이 분명 재밌고 보람찬 일이지만, 마냥 쉽기만 한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최근에 맞닥뜨린 어려운 점이나 고민거리가 있다면, 말씀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일은 지금 중간 관리자로서의 고충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중간 관리자들을 위아래로 치인다고 하잖아요. 젊은 세대들과 상급자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요. 저는 그걸 조율하는 사람이지만, 저도 편하진 않거든요. 후배들 눈치도 보고 상급자들 눈치도 봐야 하니까, 부담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저도 예전에는 또래 동료들이랑 선배님이 있으면 우리끼리만 떠들고 놀았잖아요. 근데 이제 그 선배의 외로움이 이해가 되는 거죠.

협업과 관련해서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서로의 니즈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이 필요해요. 상대는 무엇을 원하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꺼내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잘 해결돼요. 모든 프로젝트에는 문제가 항상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죠.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도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트랩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 참여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예술은 단기간에는 성과가 잘 나오지 않고 긴 호흡으로 봐야 되는데, 오래 전에 시작했던 일의 성과가 이제 나오는 걸 볼 때예요. 이것도 한 번 해서는 효과가 나지 않고, 10년 전에 제가 씨를 뿌려 놓은 사업이 제가 그 조직을 떠난 지금도 지속되고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고 있는 거예요.

특히, 아트랩 사업 같은 경우는 ‘아트 앤 테크’라고 불리는 예술을 다루는 데, 이 실험적인 생태계가 성장하는 데 우리가 이바지했다고 생각하고, 그게 보인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뮤직랩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지원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 페스티벌이 장기간 진행되면 이 무대를 거쳐갔던 예술가들이 또 성장하잖아요. 그런 걸 지켜보는 맛이 있는 거죠.

그래서 문화예술 분야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단기간에 어떤 큰 성과를 낼 거라는 기대를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잘 안 나오더라고요.



 


부장님께서는 어떤 경로를 거쳐 이 곳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원래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는데, 학교 다닐 때부터 공연과 축제를 좋아했어요. 예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마다 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인생을 바꿀 만한 계기가 있고 몇 번의 경험이 더 쌓여서 예술을 좋아하게 되는 건데 저는 그런 계기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몇 번 있었어요. 그렇게 예술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20대 때는 나의 삶을 구원하는 게 예술이고, 예술이 있었기 때문에 살아 남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축제나 공연 같은 것들을 찾아 다니다가 공연장에서 공연 기획 일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어요. 저는 젊은 친구들한테 사이드 프로젝트를 꼭 하라 그러거든요. 회사에서 하는 일이 100% 나랑 딱 맞을 수 없으니까요. 그 사이드 프로젝트로 되게 실험적인 극을 했는데, 그게 베이스가 돼서 저는 지금 아트랩까지 온 것 같아요.

그러다 공연장을 그만두고 다시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고 돌아갔다가 상상마당에 입사를 하게 되면서 음악 지원 사업이랑 공연장 운영을 했는데, 그러니까 다시 극장을 가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지역 문화재단에 들어갔어요. 지역 문화재단의 공연장에서 일을 하다가 큰 축제 같은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져서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 들어왔고, 로망을 이루어서 축제를 일 년에 두 개나 하고 있네요.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이 다음에 하고 싶다’ 하는 게 있을까요?


이제 새롭게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녔거든요. 공연장에서 일하고 싶으면 공연장으로,  영화제에 관심이 생기면 영화제로 가서 일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많은 경험이 쌓여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다음 단계의 일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현장과 학교에서 만나는 후배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 들어서 시작한 고민이에요. 후배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어떻게 문화재단에 오게 되었고 이 일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만 해도 충분한 도움이 돼요. 그러면 혹시, 부장님 처럼 예술의 창작과 향유를 지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갖추면 좋을 중요한 자질이나 역량이 있을까요?


예술 분야에서 예술가들과 일하는 것이 거의 다 협업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소통을 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리고 어떤 일이든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는 거요. 저는 요즘에는 실력이나 다른 것보다 이 사람이 얼마나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를 자세하게 보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향후 이 분야로의 입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데 겉보기에 뭔가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니까 입직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셨으면 좋겠어요. 공연 기획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 공연을 많이 보고 그 중 어떤 공연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돼요. 그 다음 자기랑 잘 맞는지 생각해봐야 하고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고, 아까 이야기했던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열정이 없으면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되는데, 순수한 열정이 사람을 발전하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