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뮤지컬 평론가 (아트모아 기자단 5기 이유림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뮤지컬 평론가
"한국 뮤지컬 20년, 그 모든 순간을 함께 걸어왔어요"
한국 뮤지컬 20년을 기록한 인간 아카이브
뮤지컬 평론가 박병성
한국 뮤지컬의 지난 20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평론가 박병성.
2001년부터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 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거치며
한국 뮤지컬의 성장사를 기록해 왔고,
지금도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한 작품 비평을 넘어 업계의 흐름을 관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그의 시선은
후배 평론가와 창작자들에게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국 뮤지컬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과제,
그리고 평론가라는 길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진솔한 조언을 들어봤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에서 기자, 편집장, 국장을 거치며 한국 뮤지컬의 성장기를 가까이서 기록해 왔고, 2020년 이후 잡지가 휴간되면서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어요.
주요 활동은 크게 네 가지에요. 공연 관련 강의를 하고, 글쓰기도 해요. 고정 칼럼도 있고 그때그때 들어오는 원고 의뢰들도 받고요. 그리고 공연 심사나 모니터링, 평가 같은 심사 업무를 많이 하고, 공연 관련 연구 사업들도 의뢰받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평론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처음에는 뮤지컬보다 연극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 3학년 때 연극을 좋아하게 되면서 공연 일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국문학을 전공하던 중 우연히 더뮤지컬이라는 잡지에 입사하면서 뮤지컬을 가까이하게 됐죠. 특별히 뮤지컬을 꿈꾼 건 아니지만, 연극과 인접한 장르라 자연스럽게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2001년 당시 한국 뮤지컬 시장은 아직 산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시기였어요. 같은 해 12월 오페라의 유령 내한을 계기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고, 저는 그 시기에 모든 정보가 모이는 전문 매체 안에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20년간의 경험과 정보 축적이 지금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 같아요.

영상 좌담 진행
비평을 넘어 공연 산업 분야까지 활동을 확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더뮤지컬에 있을 때도 뮤지컬 시장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 기사들을 많이 썼어요. 프리랜서가 된 뒤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코피스 자료를 활용해 시장을 조망하는 기사를 내는 '공연전산망'이라는 매체에서 1년간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죠. 그때가 공연법이 적용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통계 자료가 모이기 시작한 시점이었거든요.
원래 연극학을 전공하면서 비평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공연 산업 쪽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두 영역을 모두 다루게 됐어요. 뮤지컬부터 연극까지 포괄하다 보니 다양한 일을 하게 됐고요. 메인은 뮤지컬이지만 비평 쪽에 조금 더 포커스를 두고 있긴 한데, 시장 전반을 조망하거나 통계 자료를 다루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그런 의뢰가 자주 들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의도했다기보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카메론 매킨토시 인터뷰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한국 뮤지컬 시장이 달라졌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해외에 나갔을 때 특히 크게 느꼈습니다. 2004년 일본 시키 극단의 아사리 게이타 대표가 한국 배우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하면서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10~20년 전 일본 시장을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어요. 당시 한국 사람들은 기분 나빠하기도 했지만, 일본에서 가장 큰 작품을 만드는 아사리 게이타 대표로서는 한국 뮤지컬계가 그렇게 보였을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일본 공연 관계자들이 한국 뮤지컬을 공부하고 배우러 올 정도거든요. 제가 일본 공연 현장에 동행했을 때 그들이 한국 작품을 존경과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뮤지컬의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했어요.
한국 뮤지컬이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지금 한국 뮤지컬 시장이 굉장히 양분되어 있어요. 소극장과 대극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고리들이 연결돼야 이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한국 뮤지컬의 소극장 시장은 창작 뮤지컬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는 작품들의 비중이 너무 작아요. 뮤지컬은 대중예술인데 소극장 시장 자체가 너무 특정 성향의 작품들 위주로 성장하다 보니까 중극장, 대극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향후 10년을 생각해 보면, 제가 가장 바라는 건 아시아 시장이에요. 한국과 중국, 일본 시장이 통합된 시장 안에서 한국이 주축 역할을 하면서 끌어나가는 거죠. 일본은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강하고, 중국은 고전이 강하고, 한국은 제작력과 웹툰 소재가 있거든요. 이미 소극장 작품들이 일본이나 아시아권에 잘 진출하고 있잖아요. 이 시장이 통합되면 굳이 브로드웨이에 안 나가도 여기서 충분히 큰 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뮤지컬 탐독> 이후 새로 집필하고 싶은 계획이나 다루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두 가지 계획이 있어요. 하나는 '뮤지컬 탐독 2'입니다. 기존 책에서 가장 최근 작품이 '넥스트 투 노멀' 정도인데, 2010년 이후 하데스타운, 킹키부츠, 디어 에반 핸슨 등 중요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거든요. 그리고 빌리 엘리어트, 레미제라블 같은 놓친 작품들도 채워 넣고 싶어요.
또 하나는 한국 뮤지컬 역사를 정리한 책이에요. 예그린 시대부터 2020년까지의 중요한 이슈들을 좀 캐주얼하게 볼 수 있는 책을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더뮤지컬에 있으면서 그 시대 선생님들을 계속 만나면서 인터뷰도 많이 했고, 자료도 많이 수집해서, 그런 정보들이 가장 풍부하거든요. 최신작을 정리해놓은 책들이 없다 보니까 출판사와는 이미 계약까지 마친 상태예요. '뮤지컬 탐독'도 3년 걸렸던 걸 생각하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평론가로서 가장 보람되거나 어려웠던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제 리뷰를 보고 관객이 공연을 예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메트로 같은 지하철 무가지에 글을 썼는데, 담당자가 '오늘 갑자기 예약이 늘었는데, 선생님 글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창작자들이 '작품 의도를 잘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할 때도 큰 보람을 느껴요. 작품의 핵심을 찾으려고 고민하며 쓴 글에 대해 창작자가 인정해주면 기쁘죠.
반대로 부정적인 리뷰로 제작사의 불만을 받는 경우도 있었어요. 항의하거나 '다시는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압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뮤지컬은 외부 평론가의 글을 수정하지 않는 원칙이 있었기에, 감수할 수밖에 없었죠. 비평은 때로 불편할 수밖에 없고, 그 불편을 감당하는 것도 평론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순재 선생님 인터뷰
더뮤지컬과 공연한 오후에 쓰시는 글의 느낌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독자가 다르잖아요. 전문지는 어차피 관계자들이나 매니아들이 보는데, 일간지는 공연을 안 보는 관객들도 볼 수 있으니까 좀 더 쉽게 설명해야 하거든요. 더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이 정도는 안다'라는 상식이 존재하니까 굳이 다 설명 안 하고 바로 결론으로 들어가는데, 일간지에서는 일일이 다 설명하려고 하죠. 그리고 일간지는 원고지 10매밖에 안 되니까 그 안에서 최대한 잘 읽히게 쓰려고 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동일해요. 말투가 달라지는 거지, 기본적인 건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의미를 잘 전달해 주고 싶고, 그래서 독자들이 이 공연을 꼭 가서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써요. 그 마음은 전문지건 대중지건 동일한데, 단지 전문지에서는 그 사람들에 맞게 쓰는 거고 대중지에서는 좀 더 감성적으로 쓰는 거죠.

신동원 프로듀서 강좌 진행
강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강의할 때는 대상이 너무 다양해요. 도서관에서 일반인들 대상으로 할 때도 있고, 학교에서 이쪽으로 꿈꾸는 사람들 대상으로 할 때도 있고, 아예 작가나 작곡가들 대상으로 할 때도 있거든요. 목적이 다 다르죠.
일반인들이나 교양 강의를 할 때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재미, 매력을 알려주려고 노력해요. 좀 더 전문적인 집단과 할 때는 제가 생각하는 뮤지컬의 핵심, 음악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 창작 뮤지컬이 잘 못하는 부분들을 잘된 뮤지컬 고전들을 모델로 삼아서 알려주려고 해요. 저는 교육자라기보다는 학자로서, 뮤지컬을 오랫동안 본 사람으로서 제 개인이 생각하는 뮤지컬에 대한 생각들을 전하는 데 중심이 있어요.
뮤지컬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역량과 자질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중요할 것 같아요. AI를 이길 수 있는 건 우리가 경험하고 느낄 수 있고 여러 가지를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새로운 것들이 나올 때를 보면 이 분야와 전혀 다른 것들을 접목시킨 경우가 많아요. 영화적인 기법을 연극에 접목시킨다거나, 브레히트가 기존 연극의 몰입과 대조적인 소외 기법을 만들어낸 것처럼요. AI를 이용하면 편하지만 내 것이 안 돼요. AI로 글을 완성했을 때 자기가 쓴 글인데도 그걸 설명하라고 하면 못한대요. 내가 쓴 글은 내가 설명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과 그것들을 통합시키는 능력, 자신만의 철학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평론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 평론가라는 직업은 없어요. 원종원 교수님이나 최승주 선생님도 학교 교수이시면서 평론 활동을 하고 계시죠. 관련된 지식이 압도적으로 많아야 하고, 이쪽에 대한 경험도 쌓아야 하고, 이론만 전공해서는 평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뮤지컬 평론 일을 하고 싶다면 공연 많이 보고 관련된 공부 많이 하고, 그러면서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해요. 글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기회가 올 거고, 그 기회는 충분한 경험이 쌓인 후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공연을 끊임없이 본 10년 정도의 경험이 누적되어 있고, 극장이나 제작사에서 경험을 쌓고, 글 쓰는 데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기회가 올 거예요.
지금은 제가 지나온 더뮤지컬 같은 매체는 없어졌지만, 지금 시대에는 또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회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지금은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서 독창적인 콘텐츠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분들도 있잖아요. 시대에 따라 그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기회들이 생겨요. 그러니까 너무 기존의 길만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시길 바라요. 중요한 건 그 방향을 향해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