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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서울옥션 (아트모아 기자단 5기 김유진 기자)

작성자 : 곽송비 조회수 : 1,173 2025-09-24

[아티(ATI) 기업탐방] 서울옥션




"경매사는 경매 현장을 이끄는 지휘자와도 같아요."


미술 시장의 최전선에서 작품의 가치를 호명하는 목소리

서울옥션 경매사업팀 정태희 팀장



미술품 경매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순간의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무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격을 호가하고 경매를 지휘하는 경매사가 있다.


서울옥션 경매사업팀을 이끌고 경매사로 활동 중인 정태희 팀장을 만나

미술품 경매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서울옥션 경매사업팀 정태희 팀장




인터뷰를 시작하며, 팀장님께서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또 주요 업무가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옥션에서 경매사를 맡고 있는 동시에 경매사업팀 팀장으로서 서울옥션의 오프라인·온라인 경매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경매사로서는 서울옥션 메이저 오프라인 경매의 진행을 맡고 있으며, 경매가 매일 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는 경매사업팀의 업무를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미술과 고미술 작품들의 출품 과정 전반을 관리하면서 작품의 가격 평가, 출품 여부 확정, 경매 작품 기획과 구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희 업무는 미술관의 큐레이터와도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저희는 작품 판매라는 상업적인 목적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비영리 기관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서울옥션의 경매는 크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오프라인 경매는 과거 두 달에 한 번 정도 열렸으나 코로나19 이후 미술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현재는 매월 한차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경매에서는 천만 원대 이상,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작품들이 주로 거래됩니다. 반면 온라인 경매는 한 달에 두세 번 진행되며, 천만 원 미만의 중저가 작품을 중심으로 초보 컬렉터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운영됩니다. 이처럼 두 파트를 모두 총괄하는 저희 팀은 한 달에 약 400~500점의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경매 스페셜리스트’나 ‘경매사’라는 직업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비교해서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통 경매 회사에서는 ‘스페셜리스트’라는 직함을 많이 사용합니다. 미술관에서는 큐레이터, 갤러리에서는 갤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처럼, 옥션에서는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죠. 이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작품 소싱과 세일즈를 담당한다는 의미입니다. 해외의 소더비나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 회사들은 파트가 매우 세분화되어있지만, 국내는 시장 규모상 크게 근현대 미술과 고미술로 나뉘어 있습니다. 예컨대 근현대는 한국 현대미술과 해외 작품이 포함되고, 고미술은 회화, 서체, 도자와 같은 작품들을 다룹니다.

반면 ‘경매사’는 오프라인 경매를 실제로 진행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경매의 지휘자’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경매를 준비하고 현장에서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습니다. 해외처럼 제도화된 경매사 라이선스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주로 도제식으로 내부에서 선발해 회사의 브랜드와 이미지에 맞는 경매사로 양성합니다. 꼭 경매팀이 아니더라도 경매사가 되는 기회가 주어질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경매와 직접 관련된 부서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경매 전반에 대한 감각을 더 잘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경매 쪽으로 진로를 정하게 되셨는지, 또 미술이 아닌 경제학 전공으로서 경매 스페셜리스트는 어떤 차별성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미술계도 많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꼭 미술 전공자가 아니어도 미술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학부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당시에는 남들과는 다른 캐릭터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학부 논문도 경제학적 시각으로 미술 시장을 바라보는 주제로 썼고,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미술사를 공부하며 제가 하고 싶던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저는 조금 현실적인 성향이어서 학부에서 배운 경제학을 바탕으로 미술계 안에서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학부에서 쌓은 경제학적 베이스를 살려 미술 시장 쪽으로 가는 것이 제게 더 적절한 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경제학을 전공한 덕분에 저는 미술만 전공한 분들과 달리 자금의 흐름, 금리 변동, 유동성 변화 같은 경제 지표가 미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듯 시장 전체를 보는 확장된 시각이 저만의 뚜렷한 차별성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MBA 과정을 밟으며 경영학과 재무, 마케팅적 관점까지 더해 제 전문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서울옥션 경매 현장




경매가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경매 현장은 어떤 분위기인지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실제 경매 현장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시는 것처럼 느긋하지 않습니다. 출품된 100여 점의 작품이 진행된다면 한 작품당 보통 1~2분, 빠른 경우는 30초도 안 돼 끝날 정도로 굉장히 스피디하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처음 오신 분들은 템포를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익숙한 컬렉터들은 오히려 이 속도를 선호하시기도 합니다. 

다만 주목해야 할 작품의 경우에는 경매사가 시간을 할애해 왜 중요한 작품인지 짚어드리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갑니다. 예컨대 제가 진행했던 작품 중 안중근 의사가 1910년 뤼순 감옥에서 남긴 유묵 같은 경우는 다른 작품들과 동일하게 대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특별히 설명하면서 경매를 진행했습니다.

또 고가 작품일수록 현장에서 직접 응찰하기보다는 담당 스페셜리스트를 통한 전화 응찰이나, 미리 가격을 적어내는 서면 응찰 방식이 많아 실제 현장에서 낙찰받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은 편입니다.





서울옥션 경매 현장



팀장님께서 직접 경험하신 경매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작년에 진행했던 조선시대 백자 대호, 이른바 달항아리 경매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 작품이 34억 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는데요. 사실 고미술 작품은 문화재 보호법상 해외 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뉴욕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해외 시장에서라면 50억 원 이상에 거래될 수 있는 작품도 국내에서는 그만큼의 금액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진행한 경매에서 이 작품이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보람이 컸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한국 고미술 작품들이 활발히 거래되어 국내 시장에서도 이러한 기록이 꾸준히 갱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일본인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던 도상봉 작가님의 작품을 소개로 알게 되어 주소 하나만 들고 직접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우연한 인연이었지만 결국 그 작품을 위탁받아 경매에 출품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져 지금도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품을 발굴해 위탁부터 낙찰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끼는데, 이것이 경매사이자 스페셜리스트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입니다.



미술품이 단순히 감상의 목적을 넘어 투자 수단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팀장님께서는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컬렉터들의 세대가 바뀌면서 미술품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1세대, 2세대 컬렉터들이 소장을 중심으로 했다면, 최근 MZ 세대 컬렉터들은 자연스럽게 되팔 수 있는 시장 구조 안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는 해외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으며 단순히 투자 목적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컬렉터들의 활동이 작가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 변동성과 시장 흐름에 따라 작품을 되파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단기 투기가 아니라 일정 기간 감상 후 판매하는 정도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컬렉터가 시의적절하게 작품을 되팔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뒷받침될 때 젊은 세대 컬렉터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들어올 수 있고, 단순히 컨템퍼러리 아트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근대 작품이나 나아가 고미술 컬렉션으로까지 관심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컬렉터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시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옥션 강남센터 전경



경매 회사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서울옥션이 어떤 부분에서 다른 회사와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보시나요?


서울옥션은 1998년 설립 이후 30여 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만큼, 국내 현대 미술품 거래 시장을 개척해온 신뢰도 있는 경매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무게감 있게 소개하고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동시에 반대 급부로는 열린 자세로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의 콜라보를 진행하고, 강남센터 전시나 라운지 이벤트, 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양한 재밋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서울옥션은 경매라는 영역을 넘어 전시, 교육, 기업 협력 등으로 저변을 넓히며 미술 시장의 확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회사들과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옥션이 보여주는 콘셉트 있는 경매들은 늘 눈길을 끄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준비 중이신 새로운 경매 기획이나 진행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제가 기획했던 경매 중 특히 의미 있었던 것은 젊은 작가들을 시장에 선보이는 ‘제로베이스’ 경매입니다. 이름 그대로 아직 시장에 한 번도 등용되지 않았던 작가들을 경매에 올려보자는 취지로 시작해 지금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섬, 신세계 인터내셔널 산타마리아 노벨라, 와이너리 브랜드 등과 협업한 다양한 콜라보 경매도 진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새로운 시도를 좋아해서 팀원들이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웃음)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에는 10월에 중앙일보 산하 사회 공헌 단체 ‘위스타트’와 함께 명사들의 기증품을 받아 기부 경매를 준비 중이고, 11월에는 전남문화재단과 협력해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 제로베이스 온라인 경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메이저 경매 외에도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에 새로운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옥션 대학생 아카데미



서울옥션에서는 경매 직무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울옥션이 차세대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팀장님께서는 이와 같은 시도가 시장과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옥션의 교육 파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저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미술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미술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시장’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에는 이런 영역을 다뤄주는 아카데미 기관이 많지 않아 미술 시장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옥션의 아카데미는 학생들이 미술 시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진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경매사 아카데미’를 론칭해 10월부터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동안은 미술사나 시장에 대한 이론적 교육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경매사의 역할과 필요한 역량, 실무적인 부분까지 함께 다룰 계획입니다. 꼭 서울옥션이 아니더라도 미술 시장이나 경매사라는 직무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미술 경매 분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이 직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꼭 길러야 할 자질과 함께, 팀장님께서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프리즈와 키아프가 공동 개최 4회째를 맞이하면서 서울은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도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한국 미술 시장이 성장하고 다양한 기회가 확장될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미술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무엇보다 한국 미술과 한국 미술계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해외 관계자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이라는 시장과 그 안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분야를 준비하는 분들이 한국에서 탄탄한 미술적 베이스를 쌓은 뒤 글로벌 네트워크와 시장으로 나아가 한국 미술을 어필할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술계에서 일하는 길이 반드시 아카데믹한 과정을 거쳐 큐레이터가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그 길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은 “미술계=큐레이터”라는 고정관념을 벗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술계에는 경매사뿐 아니라 보존을 담당하는 컨서버터,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아키비스트, 마케팅과 소셜 미디어를 담당하는 마케터, 또 글재주를 살려 언론이나 미디어 분야로 나아가는 길 등 다양한 직군이 존재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본인의 성향과 강점에 맞는 길을 선택해 더 넓은 기회를 모색하길 바랍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목표와 더불어 한국 미술시장을 바라보는 팀장님의 큰 그림을 함께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로벌 미술계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이 홍콩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이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옥션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들이 더 폭넓은 작품을 다루며 컬렉터들이 보다 재미있게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시장으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또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개성 있는 콘셉트의 미술관과 전시 공간이 늘어나고 있어, 미술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들이 한국 미술 시장의 미래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