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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연희예술극장 (아트모아 기자단 5기 김지수 기자)

작성자 : 곽송비 조회수 : 462 2025-12-14

[아티(ATI) 기업탐방] 연희예술극장



극장에서 브랜드로, ‘이방인’이 만들어가는 창작의 생태계

신재철 대표가 그리는 연희예술극장의 다음 장



매일 다르게 변화하는 연희동에서,

연희예술극장은 여전히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공연과 실험, 그리고 로컬의 감각이 뒤섞인 그 여정의 중심에는

‘이방인’의 신재철 대표가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모자이크 페스티벌〉을 비롯해,

그와 〈이방인〉은 지난 시간 동안 끊임없이 창작의 가능성을 확장해 왔다.

신재철 대표에게 연희동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예술이 흐르는 생태계이자, 창작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로컬 기반 창작 생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희예술극장.

그 흐름의 중심에 선 신재철 대표를 만나,

그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예술 운영과 ‘공유 극장’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연희에술극장 신재철 대표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방인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신재철입니다. 저희 이방인은 극단에서 시작된 단체로, 지금은 공연 제작을 포함하여 공간 운영, 컨설팅을 하고 부가적으로는 다양한 디자인이나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굉장히 기쁩니다. 연희예술극장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으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계기는 ‘카페 떼아뜨르(Café Théâtre)’ 문화를 직접 경험한 것이었습니다. 비즈니스 미팅으로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이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공연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한국에 돌아가면 꼭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60~70년대 과거 한국의 ‘쎄시봉’ 시절에도 ‘카페 떼아뜨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자료들을 참고하며 한국적 맥락 속에서 다시 시도해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 당시에 영화 <위대한 쇼맨>도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극장에서 14번 정도 관람했거든요. (웃음)

그리고 기존 대학로의 공연장이 대부분 블랙박스 형태로 고정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졸업 무렵 함께했던 동료들과 ‘다른 방식의 공연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공감대에서 연희예술극장이 출발했습니다.


연희에술극장



‘카페 떼아뜨르(Café Théâtre)’에 대해 생소하신 독자님들도 계실 것 같아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카페 떼아뜨르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 개념은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데요, 저희 연희예술극장은 ‘극장 안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문화가 함께하는 공간’에 더 가깝습니다.

저희는 공연이 중심이 되면서도 관객이 더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극장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공간에서는 ‘3 OK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찍어도 되고, 공연을 보면서 음료를 마시거나 자유롭게 이동해도 되는 관람 문화를 시도했습니다. 쉽게 말해, 공연을 ‘즐기면서 볼 수 있는 형태’인 거죠.
물론 이런 방식이 모든 공연에 맞는 건 아닙니다. 어떤 작품은 관객의 집중이 가장 중요하기도 하니까요. 다만, 공연을 일상 속 문화로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로서 이런 공간도 함께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연희예술극장 초창기에는 ‘연습 과정을 공개하는 개방형 공간’을 운영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의 시도는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초기에는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공간을 카페로 운영하면서, 연습 과정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개방형 시스템을 시도했어요. 연습실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고, 창작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극장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감사하게도 운영하며 점점 공연과 창작 프로그램의 일정이 많아지면서, 카페로만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또 저희 공간은 여러 예술가들이 함께 쓰고 있다 보니, 연습 과정을 공개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팀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지금은 당시의 개방형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그 시도가 의미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경험 덕분에 ‘창작 환경의 다양성’과 ‘예술가들의 개별적 리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공간 운영의 기준이 정립된 것 같습니다.




극장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면서, 어떤 시도를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극장 운영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공간마다의 고유한 정체성’을 얼마나 잘 만들어 가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현재 연희예술극장을 비롯해 세 개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각 공간의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된 방식으로 운영하기보다는 공간마다의 색깔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유성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성도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연희예술극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의 흐름에서 벗어난 지역에 있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에요. 대학로 중심의 블랙박스나 화이트큐브 구조에서 벗어나, 로컬 기반의 창작자들이 자율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극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공연 공간인 동시에 하나의 로컬 크리에이터 허브의 역할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저희는 극장을 단순히 대관으로만 운영하지 않습니다. 아티스트가 극장을 찾았을 때, 공연이 끝나면 사라지는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홍보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를 지향해요. 실제로 극장에서 공연하는 팀들의 포스터나 그래픽 디자인, 키 비주얼을 저희가 직접 맡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업이 더 잘 드러나도록 함께 고민하는 거죠. 이러한 비주얼 브랜딩과 기획적 완성도에 대한 집착은 저희 팀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운영진 대부분이 디자인과 시각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포스터나 홍보물은 물론 의상, 소품, 심지어 일상 속 오브제까지도 직접 제작합니다. 거의 ‘인하우스(In-house)’ 개념에 가깝게 모든 것을 내부에서 만들어가는 방식이에요. 앞으로는 이런 감각적인 시도를 극장 밖으로도 확장해 보려 합니다. 공연뿐만 아니라, 브랜드 행사나 지역 문화유산과 관련한 굿즈 제작, 스포츠 브랜드 행사 등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예술 경험을 기획하고자 해요. 이렇게 공연과는 무관하지만 ‘문화’라는 더 큰 키워드의 일로 확장시키는 시도들이 쌓이면서, 연희예술극장이 하나의 ‘창작 생태계 플랫폼’으로 자립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앞서 소개해 주신 것처럼, 극단 <이방인>의 대표로서도 활동하신다고 들었어요. 극단과 극장을 함께 이끌어가며 느끼는 차이나, 둘의 시너지가 있을까요?

‘극단 이방인’은 본질적으로 ‘창작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순수예술에 가까운 방향성을 지향하며, 단순히 연극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좋은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연극 중심의 배우들은 물론, 뮤지션 출신 아티스트들도 함께하고 있어요. 이런 구성 덕분에 이방인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창작 실험이 가능한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간을 운영하는 <이방인>’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극단이 예술적 실험에 집중한다면, 극장은 운영과 브랜딩에 기반한 회사의 성격을 띱니다. 실제로 저희는 극장과 극단이 융복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창작과 운영이 분리되지 않고, 창작이 곧 사업이 되고, 운영이 곧 예술이 되는 시스템을 지향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최근에는 ‘극단’이라는 단어의 한계를 느껴,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등록 시 ‘극단’이라는 표현을 과감히 뺐습니다. 이제는 ‘극단 이방인’이 아니라 ‘이방인’이라는 이름 자체로 활동하며, 융복합적인 창작 집단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극장을 운영하면서 크게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라고 느끼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극장을 운영하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은 매일 생깁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기억에 남는 건, 연희예술극장이 추구하는 방향을 점점 이해해 주시는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많아졌다는 점이에요. 초창기에는 저희가 지향하는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운영 방식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공간이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작년에는 ‘널 위한 문화예술’ 이지현 공동대표와 함께 기획한 〈한 평을 위한 모노드라마〉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안토니 곰리의 작품에서 영감받은 프로젝트로, 한 평 남짓한 공간 안에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총 70명의 아티스트가 오디션을 통해 참여했는데, 전문 예술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한 프로젝트였어요. ‘공연은 꼭 전문 예술가만의 영역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희 나름의 답이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희예술극장이 가진 개방성과 실험성이 확실히 드러났고,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특히 올해는 아르코 공연예술 창작 주체 지원사업을 통해 네 개의 단체와 공동 기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극단과 함께 1년 단위로 공동 제작을 운영해 보는 건 처음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흥미로웠어요. 극장이 단순히 대관 공간을 넘어, 장기적인 창작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는 내후년까지 이어질 예정이에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저희가 직접 기획한 연극 〈인간 실격〉입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현대의 1인 가구 서사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2~3년에 걸쳐 꾸준히 개발해 왔어요. 지원사업 없이 자체 제작으로 진행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순수예술 공연으로는 드문 사례라 저희에게 큰 의미가 있었죠. 이 작품을 통해 극장이 ‘작품을 개발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희예술극장이 오랜 기간 이어온 〈모자이크 페스티벌〉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어요. 이 페스티벌을 통해 데뷔한 아티스트들이 지금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뿌듯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아카이빙하고, 인터뷰로 남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시도가 있고,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아,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라는 확신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또 극장이 연희동에 위치한 것을 주목했는데요, 특별히 연희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셨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연희동에서 주민들과 함께 협업하거나 함께한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연희동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공간의 조건을 넘어, 제가 자라온 지역 감각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염창동 출신인데, 어릴 때부터 신촌과 홍대 일대를 오가며 놀았거든요. 자연스럽게 이 근방이 제게는 익숙하고 흥미로운 동네였어요. 30대 초반에 극장을 만들 시점이 되자, ‘홍대보다는 조금 더 여유 있고 실험적인 분위기’를 가진 연남·연희동 일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에는 층고가 높고(4~5m 정도), 최소 100평 내외의 공간을 원했는데, 그 조건에 맞는 곳이 바로 지금의 연희동이었어요. 창작자들이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동시에 홍대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밀도 있는 창작 분위기를 가진 이 지역이 이상적이었습니다.

연희예술극장이 자리 잡던 2019년은 정말 흥미로운 시기였어요. 극장을 카페처럼 운영하던 때였는데, 마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처럼 다양한 예술가들이 매일 모여드는 공간이 되었어요. 이후 코로나 시기에 활동이 막힌 뮤지션, 배우, 패션 디자이너, 타이포그래픽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심지어 브랜드 대표와 대학생까지, 서로 전혀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죠. 그중엔 밴드 솔루션스의 뮤지션도 있었고,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님도 계셨어요. 다들 활동이 멈춘 시기였지만, 연희예술극장은 술을 마시며 공연을 보고, 대화하며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자발적 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뮤지션들이 직접 스피커를 기증하거나, 디자이너들이 전시를 함께 열고, 지역 식당과 술집들과 협업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이렇게 연희예술극장은 ‘지원사업으로 만들어진 예술공간’이 아니라, ‘로컬의 자생적인 예술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습니다. 코로나로 극장이 존폐 위기에 놓였던 시기에도, 이런 지역의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함께하면서 버텨낼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도 그때 인연이 된 분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있고, 그런 관계들이 연희예술극장의 큰 자산이자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로서의 성장’과 ‘운영자로서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사실 그 두 영역 사이의 딜레마를 크게 느끼지 않는 편이에요. 결국 ‘창작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면, 그 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극 연출가이기도 하지만, 무대에 직접 서거나 작품을 만드는 일만이 창작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좋은 아이디어나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가져와서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창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지금은 기획자이자 운영자로서, 기획팀·디자인팀과 함께 방향성을 설정하고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일종의 ‘창작 행위’예요.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창작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경영과 창작의 본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고 느낍니다. 좋은 기획을 세우고, 팀과 함께 그것을 구체화하는 일 또한 하나의 창작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직접 디자인하거나 무대를 만들지는 않지만, 팀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하나씩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게 오히려 예전보다 더 큰 창작의 기쁨으로 다가와요. 20대 때는 ‘예술’과 ‘운영’을 구분해서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두 가지가 맞물릴 때 가장 즐겁고, 그것이 제가 극장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연극인으로서 지향하는 ‘추구미’는 무엇인가요?

저에게 좋은 작품이란 직관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에요. 그게 메시지일 수도 있고, 이미지나 소리일 수도 있죠. 어떤 요소 하나라도 제 안에 ‘링크’가 걸리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자면 예술은 두 방향 사이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하나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예술, 다른 하나는 작가의 개성과 세계관이 분명한 작가주의적 예술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 즉 작품성이 뚜렷한 쪽에 더 마음이 갑니다.

특히 연희예술극장은 그런 방향성을 더 지향하는 공간이에요. 이곳에서는 비교적 개성있는 공연들이 자주 올라가는데, 그만큼 이런 실험적인 작업을 찾는 관객들이 오시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희 극장에 어울리는 ‘좋은 작품’이란, 조금 더 개성 있고 실험적인 시도를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배우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예술을 물에 비유하면, 많은 사람이 바라보는 건 강과 바다지만 그 시작은 산의 작은 물줄기에서부터 흘러나온다.’

저는 그 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연희예술극장이 하는 일도 바로 그 ‘산의 물줄기’, 즉 시냇물 같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공연은 거대한 강이나 바다처럼 대중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그 흐름이 시작되는 근원이 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추구미’는, 화려한 결과가 아니라 예술이 흘러가기 시작하는 작은 순간들의 아름다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연희예술극장이 지향하는 ‘공유 공간’의 형태나 운영 모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은 내부적으로 ‘공유 공간’의 방향성을 재정비하는 시기입니다. 올해 내내 회의를 이어왔고, 내년쯤에는 극장의 정체성과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 더 또렷해질 거예요. 요즘의 핵심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즉, 아카이빙과 큐레이션 레이어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맞춰져 있습니다. 각기 다른 팀의 창작물이 들어와도, 극장의 관점에서 맥락을 통합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고자 해요. 운영 모델로 보면 현재는 기획형과 대관이 거의 50:50인 ‘하이브리드’에 가깝습니다. 극장의 가동률이나 기획형 비중 같은 지표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 양쪽의 균형을 명확히 정하고, 그 위에 브랜딩 전략을 덧입히는 게 관건이라고 보고 있어요.

결국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은, 자체·공동 기획을 통해 극장의 메시지와 ‘추구미’를 또렷하게 제시하고, 대관 작품 역시 아카이빙과 소개 방식을 통해 연희예술극장의 관점으로 새롭게 맥락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의 콘텐츠를 일관된 비주얼 언어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엮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예요.

즉, 콘텐츠를 단순히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극장을 하나의 플랫폼이자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한 편집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구조를 세밀하게 설계하고 있는 단계이고, 내년에는 그 변화가 조금 더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날 예정입니다. 눈앞의 것부터 단단히 설계 중이니, 내년의 변화를 기대해 주세요.


지금 연희예술극장에서 활동하는 신진 예술가나 단체들이 많습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창작을 이어오시면서 느낀, “이 길을 오래 가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사실 이 부분은 제가 감히 정의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예술가로서 오래간다는 건 정답이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저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게 고집이나 배척의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누군가의 조언이나 권위에 얽매여서 자기 아이디어와 감각이 흐려지는 순간, 창작의 방향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늘 ‘자기 계발’이라는 말이 모순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남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나를 개발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결국 자기 자신이 보고, 쌓아온 레퍼런스와 아카이빙이 방향성을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곧 각자가 가진 ‘추구미’인 거죠.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도 항상 말해요.

‘롤모델은 없어도 된다. 우리만의 길을 만들어가면 된다.’

예술이라는 건 결국 자기만의 방식으로 길을 내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선배나 후배의 구분도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후배가 더 앞서 있을 수도 있고, 어떤 분야에서는 선배가 배워야 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죠.

저는 조직 안에서도 큰 틀만 제시할 뿐, 팀원 각자가 자기 스타일대로 일할 수 있도록 두는 편이에요. 그게 효율적이라기보다는, 각자의 감각이 다르다는 걸 믿기 때문이에요. 결국 이 길을 오래 가기 위한 마음가짐은 ‘누군가의 방식을 흉내 내지 않는 것’, 그리고 ‘자기 감각을 끝까지 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방인>이 만들어가고 싶은 장기적인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이방인>은 실험성과 도전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훨씬 더 체계화된 형태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극단이나 공연 단체를 넘어, 콘텐츠 제작사이자 기획사로서의 역량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예요.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공연이라는 형식을 넘어, 영상·음악·브랜딩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 작업이니까요.

해외 사례를 들자면 저는 A24(에이투포) 같은 영화 제작사를 많이 참고합니다. 물론 규모나 환경은 다르지만, 그들이 창작과 제작의 경계를 허물며 성장해 온 과정이 <이방인>이 지향하는 방향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의 장기적인 비전은, ‘독립적이지만 영향력 있는 제작사’로 자리 잡는 것이에요. 공연예술을 기반으로 하되, 그 안에서 파생되는 영상이나 음악, 디자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연결해 하나의 브랜드로 구축하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방인은 협업이 핵심인 단체이기 때문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모이고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가장 큰 과제예요. 사람이 곧 창작의 에너지니까요. 그 에너지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저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가장 현실적이자 본질적인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