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독립 큐레이터 (아트모아 기자단 5기 유지원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독립 큐레이터
“뉴미디어와 게임, 새로운 감각을 해석하는”
박정서 큐레이터
예술의 형식이 급격히 확장되는 시대,
디지털 이미지, 게임, 온라인까지.
새로운 감각이 예술의 언어가 되고 있다.
박정서 큐레이터는 뉴미디어와 게임을 통해 다층적인 ‘감각의 구조’를 읽어내고,
이를 전시와 글쓰기라는 두 방식으로 세심하게 번역해내는 사람이다.
새로운 매체 환경 속에서
예술의 역할과 관객의 경험을 다시 사유하는 일.
그 지점에서 박정서 큐레이터의 기획과 비평은 시작된다.
박정서 큐레이터
안녕하세요 큐레이터님,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큐레이터와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서입니다. 저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시각예술 분야에서 전시 기획, 비평, 워크숍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특히 뉴미디어 아트와 게임이라는 매체를 (비)과학에 비유해 탐구하고, 그 결과물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늘 소개 문구에 ‘(비)과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이건 일종의 말장난 같은 거예요. 여러 가지 뜻을 동시에 담고 있지만, 핵심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과학이 될 수도, 비과학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해요. 그래서 저는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 즉 미신의 영역 안에서 다루어 지는 여러 개념들을 가져 와서 뉴미디어 아트와 게임의 시스템을 해체하고 다시 읽어 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큐레이터이자 비평가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이 두가지의 업무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합니다.
큐레이터로서의 일과 비평가로서의 작업은 서로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흩어져 있는 것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모아주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전시기획은 작가가 만들어내는 창작물과는 또 다른 차원의 창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주제나 의도를 설정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어떻게 현실화하고 관객이 실제로 경험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복합적인 실무적 고민이 함께 따릅니다. 그래서 전시 서문을 쓸 때는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관객의 상상력을 채울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정보를 최소화하고 대신 전시에 대한 암시를 제공합니다. 관객이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두는 것이죠. 반면에 비평은 좀 더 제 주관적인 견해와 해석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훨씬 긴밀하게 주제를 다루게 돼요.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을 해왔는지, 작품의 서사·개념·형식 등을 깊이 있게 풀어내면서 정보도 많이 담기게 되죠. 전시에서는 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비평에서는 보다 심층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요. 그런 점에서 두 작업은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게임 비평 및 워크숍을 기획하신 경험이 인상 깊습니다.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에서 소통하는 매체로서 어떤 특별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보시나요?
제가 게임이라는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국내 시각예술계에서는 그동안 게임을 본격적으로 다루거나 주목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게임은 대중성과 상업성을 기반으로 한 산업 분야로 인식되는 반면, 미술계는 그렇지 않잖아요. 두 영역이 상이하고 분리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교차 지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은 가상의 세계관, 다양한 캐릭터, 규칙, 그리고 플레이어마다 달라지는 경험 등 굉장히 복합적인 감각들을 요구하는 매체입니다. 개인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수용되고 해석되는 감상의 층위는 시각예술과도 닿아 있고 그 자체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게임도 예술이다’라는 식의 단순한 등식은 피하고 싶습니다. 이제 철 지난 프레임이라고 생각해서요. 오히려 게임이라는 매체가 지닌 메커닉에 관한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고 드러낼 수 있는 방식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생긴 관점입니다. 제가 게임을 직접 만들면서 느낀 건, 플레이어로 경험할 때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었어요. 기술적인 구조뿐 아니라, 게임 속 세계관과 규칙 자체도 모두 제작자가 설계한 하나의 시스템이잖아요. 플레이어는 보통 이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되고, 그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게임을 중단할 권리나 게임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들이 사회적 시스템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감각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스스로 선택하고 중단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의 다양한 층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연습을 제공하는 매체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요.
작년에 게임비평상을 수상하셨는데, 큐레이터님의 관점에서 게임을 하나의 예술 형태로 비평하고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시에도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게임에 어떤 새로운 관점을 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해당 웹진(게임제너레이션)에서는 게임의 역사나 트렌드, 산업적 맥락을 깊이 있게 다루는 필자분들이 이미 많아서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기보다는 제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에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접근 방식은 그동안 작품 비평을 해왔던 것처럼 게임을 해석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다뤘던 게임은 마인크래프트라는 전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더 도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게임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읽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게임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큐브’라는 개념에서 출발했어요. 가상의 외피를 두른 큐브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플레이어가 대상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구했습니다. 그 규칙과 감각이 게임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다층적으로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제가 게임을 비평할 때 게임의 시스템과 메커닉이 플레이어의 인식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술적 구조뿐 아니라 창작자가 설계한 세계관, 규칙이 어떤 경험을 남기는지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도 어떤 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아트코리아랩 아트랩클럽에서 진행한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 비평》
미디어 아트 큐레이터로서 상호작용성이 핵심인 게임이라는 매체를 전통적인 미술관 전시 공간으로 가져올 때,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새롭고 의미 있게 설계할 수 있을까요?
사실 게임이라는 매체를 미술관 전시 공간에 그대로 가져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미술관은 개방된 공간이고 여러 관람객이 동시에 드나들며 관람 시간이 짧은 경우도 많습니다. 기계나 장비도 한정적이다 보니, 관람객이 집에서 게임을 하듯이 장시간 몰입해 플레이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전시 환경과 잘 맞지 않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게임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와 전시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관계와 구조, 상호작용의 방식만을 전시로 가져오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라는 매체가 지닌 핵심은 플레이어가 가상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역할을 경험하고, 스스로 조작하고 선택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점이잖아요. 이런 구조적 특징을 은유적으로 전시장 안에 옮겨오는 것이죠. 관람객이 자신과는 다른 주체의 위치에 서 보거나 특정한 세계의 규칙 속에서 제한된 선택을 하게 된다든지 하나의 캐릭터적 경험을 수행해보는 방식으로 관람객이 또 다른 세계 안에 들어간다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구성하는 여러 본질적인 요소들 일부만 전시장 안에 가져와 흉내 내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감상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제작한 비디오게임 <나비넷>
큐레이터님께서 진행하셨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하자센터에서 진행했던 게임·미디어 워크숍이에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이어온 프로그램인데, 김시마 작가님과 함께 청소년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비디오게임을 활용한 창작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자센터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진로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설립된 공간인데 그만큼 참여자들의 배경도 매우 다양합니다. 게임을 창작 매체로 전혀 다뤄본 적 없는 분들도 있었고 심지어 컴퓨터도 잘 못 다루는데 게임 제작이 가능할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워크숍의 목표는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깨고 매체의 시스템에 능동적으로 접근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늘 게임이라는 매체가 자신의 생각을 창작으로 풀어내는 방식에서 중요한 메타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메타포 정원’이라는 워크숍도 이런 관점을 기반으로 진행했습니다. 게임 속 작은 움직임이나 규칙이 어떻게 하나의 메타포처럼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함께 탐구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매주 커리큘럼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이야기와 게임의 메커닉을 점차 연결해 나갔고 마지막에는 각자의 창작 결과물에 대한 발표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이 처음 접하는 매체였음에도 짧은 기간 동안 탄탄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평가 중심이 아니라 나만의 작은 세상 안에서 ‘시스템을 스스로 구축해 보는 경험’에 집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큰 성장을 보여주어 그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하자센터 디지털 창작 작업장 《메타포 정원》의 랜파티 현장
비평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문화예술계에 입직하게 되신 서사가 궁금합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미술을 배웠고 좋아했기 때문에 다른 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디자인과에 갔어요. 그러나 막상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제 적성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전시장에서 지킴이를 했던 경험이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일했던 곳에 관객이 많이 안 왔어요. 그래서 일하는 내내 두꺼운 도록을 수없이 읽고, 작품을 여러 번 보고, 글과 작품을 대조하고 해석해 가면서 이 분야에서 계속 공부하고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음해에 미술이론과로 전과를 했어요. 비평을 시작한 것도 학교 교육 과정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비평 수업을 들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후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배운 내용을 제 글의 언어로 바꿔 세상에 기고해본 경험이 첫 외부 비평 활동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직접 원고를 투고하거나 청탁을 받아 글을 쓰는 일들이 이어졌고 그렇게 비평은 제 진로와 함께 꾸준히 쌓아온 작업이 되었죠.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조금 더 현장 경험에 가깝습니다. 대학생 때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전시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지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경험이 정말 즐거웠어요. 힘든 점도 물론 있었지만 전시라는 환경 속에 있다 보면 작가와의 대화나 사람을 만나는 과정 자체가 저와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진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전시기획자로서 관객과 작품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주목하고 있는 요소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전시기획자로서 최근 특히 주목하고 있는 요소는 공간입니다. 관객이 전시장에 들어와 작품을 감상하고 다시 나가기까지의 모든 흐름이 하나의 경험을 구성하는데 공간을 얼마나 잘 고려하느냐에 따라 전시의 완성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요즘 더 실감하고 있어요. 물론 전시 공간이 협소하다거나 예산이 제한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이제는 단순히 이런 주제를 통해 이런 작품을 보여준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닝부터 전체 공간 구성까지 면밀하게 고민하려고 합니다. 작품 간의 시너지를 높이고 관객이 작품을 더 깊이 경험하도록 만드는 연출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물리적인 구조 조정뿐 아니라 컬러, 조도, 관람 동선과 위치, 작품 감상을 돕는 집기 등 환경 전반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런 요소들을 세심하게 설계했을 때 전시가 훨씬 돋보인다는 것을 여러 경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또 하나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접근성이에요. 물리적 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전시 텍스트를 더 쉽게 쓰는 등 다양한 대상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친절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획으로 참여한 김시마, 대니최 2인전 《Echoes of Dysfunction》 전시 전경
앞으로 미술관에서 미디어 아트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 같은데요. 향후 어떤 변화나 가능성을 기대하고 계신지, 또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미디어 아트 트렌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상용화되면서, 미디어 아트는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예술가들이 새로운 매체를 작업에 차용하는 흐름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지만, 지금은 기술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 기술이 예술적 표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어요. 뉴미디어가 가진 가장 큰 가능성은 대중과의 친숙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기술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관객에게도 비교적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예요. 이 친숙함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과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보컬로이드나 버추얼 아이돌 등 가상 캐릭터와 대중의 관계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요. 기존에 우리가 향유하던 아이돌 문화와는 달리, 그들의 고유한 존재 양상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팬 문화가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서브컬쳐 콜렉티브 ‘미식회’가 출간한 『레시피 2호』에 보컬로이드가 어떤 힘으로 지속되는지에 대해 글을 썼어요. 모두가 동시에 그 존재를 인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결국 실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해서 ‘신’에 빗대어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 보았습니다. 그런데 버추얼 아이돌처럼 뒤에 실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보컬로이드와 또 다른 현상을 발생 시킵니다. 이러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감정 구조도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제들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이고 기회가 된다면 글이나 프로젝트로 확장하고 싶은 관심사입니다. 미디어 아트 트렌드는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현상과 맞물려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과 일상의 결합 같은 흐름들이 예술계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확장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요즘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문화예술 비평, 큐레이팅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분들께 꼭 전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문화예술 비평이나 큐레이팅 분야를 고민하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주제를 탐구할 때 미술 영역 안에서만 들여다보면 시야가 좁아 질 수 있어요. 예술은 사회적 맥락과 함께 재해석되고 확장되기 때문에, 예술계 밖의 흐름을 폭넓게 살피는 것이 글쓰기나 전시 기획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에요. 이 분야는 ‘큐레이터’라는 이름 아래에도 굉장히 다양한 직무가 있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향과 역량도 모두 다릅니다. 기관에 소속되어 체계 안에서 일하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구조 안에서 억압을 크게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후자의 경우에는 그 체계 밖에서 일을 하는 편이 더 맞을 수도 있죠. 그리고 이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 역량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전시는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완성되기 때문에 작가뿐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들과 소통하는 일이 매우 많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큐레이터 업무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요즘엔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워크숍이나 커뮤니티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으니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해 보면서 그 역할을 경험해 보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질의 책을 많이 읽고, 필기하고, 자신의 관점을 담아 글로 써 보는 작업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프로젝트나 이루고자 하시는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앞으로 해야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전시기획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로 수행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프로젝트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뉴미디어가 가진 특성과 형식들을 전시라는 틀 안에서 더 재미있고 실험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매체가 지닌 고유한 형태를 어떻게 공간 안에서 새롭게 경험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계속 탐구해보고 싶어요. 또 요즘은 개인적으로 창작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서 이를 전시 기획의 언어로 풀어내는 프로젝트 역시 구상 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시도들을 실제로 구현해보고 싶습니다. 저에게 흥미로운 것들을 꾸준히 시도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