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마로, 제주 (아트모아 기자단 5기 이유림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마로, 제주
마로, 제주의 신화를 오늘의 무대로
송주연 사무국장
제주 민속촌에서 울려 퍼지던 사물놀이 장단.
20년이 흐른 지금, 그 소리는 극장 무대와 야외 공연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것'을 찾아 시작한 전통 예술단체 마로.
전통을 지켜내면서도, 오늘을 사는 사람들과 호흡하는 법을 고민해왔다.
기획자로, 브랜딩 전략가로, 때로는 열렬한 팬으로
마로와 함께 걸어온 송주연 사무국장을 만나,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의 의미와 지역 예술단체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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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 제주 송주연 사무국장
마로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로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제주의 전통예술 단체입니다. 제주 신화와 굿을 오늘의 언어로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2004년 제주민속촌의 사물놀이 공연 상주팀으로 시작했는데, 공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그 고민 끝에 제주굿에서 영감의 뿌리를 찾게 됐습니다. 마로는 전통 예술을 오늘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어요. 예전의 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공연 속에서 흥으로 승화하고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경험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마로'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마로'는 '산마루'에서 따온 이름으로, 정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주의 ‘오름’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히말라야처럼 정복해야 하는 높은 산이 아니라,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고 올라가면 제주 마을과 바다를 두루 볼 수 있는 오름 말이죠. 저희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만나면 제주의 풍경과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단체요.
어떤 계기로 마로에 합류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현재 사무국장으로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사)마로와의 인연은 팬심에서 시작해 ‘성덕’이 된 경우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2014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마로 공연을 처음 봤는데, 그때 저는 10년 동안 해오던 일을 막 그만둔 직후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어요. 공연을 보는데 말 한마디 없이 장단과 울림만으로 제 마음 깊은 곳에 파동이 일더라고요. 눈물이 났어요. ‘우리 사물놀이가 이렇게 멋있구나’라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고, 다양한 국적의 관객들과 함께 환호하며 ‘이 좋은 걸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디자인 작업이나 기획서 작성 같은 일을 도우며 가까워졌고, 2022년 ‘메타버스 미여지뱅뒤’ 프로젝트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되었어요. 저에게 음악적 재능은 없는 것 같지만(웃음), 무대와 전통예술을 향한 애정은 커서 지금은 공연 기획, 브랜드 전략, 홍보, 협력 프로젝트 운영 등 사무국장으로서 조직의 전반적인 기획과 실행을 맡고 있습니다.
제주 굿만의 특별함이 있나요?
제주의 굿은 정말 지역 속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문화에요. 육지에서는 굿을 특별한 날에만 하는 의례로 여겨지지만, 제주의 굿은 그냥 생활입니다. 제주에서는 무당을 '심방님'이라고 부르는데, 마을마다 당골 심방님이 계시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존재예요. 제주 굿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열두본풀이'라는 방대한 신화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12가지 신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5천 년 동안 내려왔다고 생각하면 정말 매력적인 문화유산이죠. 특히 제주는 아름다움만큼이나 역사적 아픔도 굉장히 많은 곳이거든요. 4.3 사건, 일제강점기, 그리고 험난한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분들... 그래서 떠난 분들을 잘 보내고 남겨진 분들을 위로하는 굿이 다른 어느 곳보다 뿌리 깊게 박혀 있어요. 저희는 마로의 예술 고문이신 서순실 큰 심방님과 함께 작품도 하고 있고요. 제주굿이 가진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옛 지혜를 공연이라는 매개로 나누고 싶습니다.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영감은 책상에서보다 현장에서 얻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제주의 신화와 굿 이야기가 문헌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이에요. 실제로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는 직접 현장에 가봐야 알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2023년에는 동김녕·서김녕의 해녀분들과 함께 '오색찬란 김녕 해녀'라는 공연을 올렸어요. 해녀분들이 바다에서 겪으신 이야기, 물질하며 느낀 감정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작품에 녹여냈죠. 이듬해엔 성산읍 신산리 마을과 작업했는데, 이 마을은 용천수가 유달리 많이 샘솟는 곳이었어요. 제주에서는 용천수를 '산물'이라고 부르는데, 솟아나는 물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신이 사는 마을에 신이 내린 산물이 있다'는 콘셉트로 용천수 축제를 기획했어요. 이렇듯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거의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는 제주 신화를 소재로 작업하는 것이 마로의 작업 방식입니다.
작품 창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먼저 그해의 트렌드나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아 대표님, 연출, 음악감독이 중심이 되어 논의해요. 대략적인 방향이 나오면 현장 조사를 시작하죠. 심방님이나 지역 주민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작품에 담을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렇게 흐름이 잡히면 본격적으로 악기를 들고 연습을 시작해요. 국악은 기본 장단이 있기 때문에 '이 장면은 어떤 장단으로 갈까?' 하면서 현장에서 계속 맞춰가면서 만들어요. 마로는 즉흥에 강한 팀이거든요. 제주 민속촌 시절 하루 세 번, 연 600회 정도 공연하면서 쌓인 기본기가 있어서 관객 반응을 보면서 즉각 조율하는 능력이 있어요.
저희의 또 다른 특징은 처음부터 미디어아트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든다는 거예요. 기획 단계부터 인스피어 대표와 함께 앉아서 '이 장면에선 어떤 영상이 필요할까', '이 감정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를 함께 그려가요. 음악과 영상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로 설계되는 게 다른 팀들과의 차이점일 것 같아요.
마로의 주요 공연 작품들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저희 공연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어요. 극장 무대 공연, 야외 공연, 그리고 메타버스 공연입니다. 극장 공연으로는 여러 작품이 있는데 올해는 '탐라순력도’를 무대에 올렸어요. 300년 전 제주 목사가 화공과 함께 제주 전역을 돌며 남긴 채색 화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죠. 2018년 초연 이후 여러 단체에서도 제주의 보물 ‘탐라순력’도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와 공연이 두루 열리고 있어 기쁩니다. 또 '별別 세계’라는 작품은 특이하게 전통예술과 발레가 만난 작품이에요. 제주의 독특한 신들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는 다르기에 더욱 빛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올해 초 선보인 '바람 푸다시’는 제주 굿의 정화 의례 ‘푸다시‘에서 영감을 받은 리추얼 퍼포먼스인데, 무안항공 참사 직후였던 터라 많은 분들께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야외 공연은 좀 더 대중적이고 즉흥적인 매력이 있어요. '귤림풍악'처럼 제주 특산물을 테마로 한 작품도 있고, 전통 사물놀이의 흥과 에너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죠. 무대 장치 없이 악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관객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야외 공연의 매력이에요. 메타버스 공연 '미여지뱅뒤'는 코로나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되면서 시작한 도전이었어요. 제주 신화 세계관을 온라인 가상공간에 구현했고, 지금은 AI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가 생각하는 전통은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게 아니라, 지금 사람들과 소통하며 새롭게 해석되고 진화하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서 오늘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언어로 말해야 보다 전달이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의 제주 굿은 몇 시간씩 이어지는 긴 의례이고, 제주 큰굿은 무려 두이레 열나흘, 즉 14일 동안 이어지기도 해요. 저희는 그 핵심 메시지와 정서를 한 편의 공연으로 압축하면서도 그 정신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거죠.
미디어 아트를 공연에 도입하게 된 계기도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네. 저희는 사물놀이 기반 단체라 언어적인 것보다 비언어적인 것으로 즉, 리듬과 장단, 선율로만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미디어아트를 활용하면 관객이 좀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어요. 저희에게는 미디어아트 또한 감각과 정서를 전달하는 하나의 표현 수단인거죠. 또 경제적·환경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어요. 예전엔 무대 세트를 다 장만했다가 공연 후 폐기했는데, 미디어아트는 쓰임과 연출이 비교적 간편하고, 공연 이후에도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 지속가능하죠. 요새는 고화질 빔프로젝터나 LED 패널이 설치된 공연장이 늘어나서 기술적으로도 훨씬 접근하기 쉬워졌고요.
젊은 세대가 전통 예술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마로만의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요?
아마 스타 마케팅이 가장 빠른 길이겠지만, 모든 단체가 그 방식을 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마로는 전통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다양한 워크숍과 체험형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해왔어요. 전통 연희나 제주 민요를 직접 배워보는 워크숍은 물론, ‘제주 기메 만들기’ 같은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기메’는 굿에서 신과 인간을 잇는 종이 공예품인데, 모양과 문양이 정말 다채롭고 아름다워요. 저희 공연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요소라 관객들이 직접 만들어보고, 그 기메를 들고 무대에 함께 참여해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자’라는 테마로 제주 신화와 바다 이야기를 연결해, 폐부표와 플라스틱으로 관객들과 오브제를 만들고 그림자극을 펼치기도 했어요. 단순히 ‘보는 공연’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드는 공연’을 지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젊은 세대에게는 시각적인 매력도 중요합니다. 마로의 무대와 의상이 참 예쁘거든요. 전통연희에서 흔히 쓰지 않는 파스텔 톤까지 섬세하게 매칭해 단아하면서도 현대적인 미감을 보여줍니다. 공연 후 출연진과의 포토타임도 자연스럽게 SNS 참여를 이끌고요. 결국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은, 관객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며 즐기는 과정 속에서 전통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에요. 그 경험을 만드는 것이 저희 전통예술단체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 예술 단체로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시는데, 그중 가장 도전적이었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메타버스 공연 '미여지뱅뒤'가 가장 도전적인 프로젝트였죠. 코로나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관객과 계속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사실 단체 자체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거든요. 다행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중장기 지원사업인 ‘공연예술 창작주체’로 3년간 지원을 받았어요. 게다가 수차례 오래 함께 손발을 맞춰온 인스피어라는 든든한 미디어아트 파트너가 미디어 아트 팀이 있었기 때문에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장단과 춤사위를 디지털 캐릭터로 옮기려면 동작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기록해야 하는데, 사실 전통 예술가들이 쫄쫄이 바디슈트를 입고 (웃음) 모션 캡처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또 국악은 라이브가 강점인 장르인데 MR 녹음본만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고, 메인곡 외에 배경음이나 효과음 등을 국악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낯설었고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과정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최우수 S 평가도 받았고요.
지금은 한 단계 더 나아가 AI를 접목했어요. 관객이 AI 심방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고민이나 마음 상태를 이야기하면, AI 심방님이 그에 맞는 공연과 음악을 추천해주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줘요. 전통의 지혜와 최신 기술이 만나는 실험적인 시도입니다.
마로가 생각하는 단체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정체성을 '의례형 공연(Ritual Performance)단체'로 정의하고 있어요. 옛날 굿 의례가 참여하는 사람들이 축복받고, 치유받고, 마음이 승화되는 경험이었던 것처럼, 저희도 그런 경험을 만들고 싶거든요. 예전 마을 잔치를 떠올려보면, 모두가 함께 모여 웃고 떠들고 춤추면서 일상의 걱정을 잊고 편안함을 느꼈잖아요. 그런 편안함과 안도감,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을 공연을 통해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래서 저희 공연에는 관객 참여가 꼭 들어가요. 공연이 끝나면 다 같이 무대에 나와 춤추기도 하고, 관객이 무대의 일부가 되는 체험을 기획하죠.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위로받은 느낌이다'라고 말씀해주실 때 저희가 추구하는 의례적 경험이 전달됐다고 느껴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서, 함께 호흡하고 치유받는 시간을 만드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제주에서 20년간 활동하며 느끼는 지역 예술단체로서의 책임감은 무엇인가요?
제주는 지역 고유의 강한 유대가 존재해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잘 못 느끼는 건데, 마을마다 대대로 이어져 온 관계망이 살아 숨 쉬고 있거든요. 제주에서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마을 사람들, 같은 학교에 다닌 동창들, 부모님 세대까지 서로 아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외지에서 온 사람이 이런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마로는 제주 토박이분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단체예요. 대표님과 음악감독님을 비롯한 주요 단원들이 모두 제주 출신인데다다, 함께 한 시간이 쌓여서 심방님이나 마을 어르신들이 저희를 '우리 동네 사람들'로 받아들여 주세요. 그게 저희의 큰 강점이자 책임이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전통과 현재를 잇고, 심방님 같은 어르신들과 젊은 세대를 잇고, 예술과 기술을 이어서 저희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또, 안타깝게도 전통예술 단체 중에 2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곳이 국내에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조금 더 오래, 지속가능하게 활동하는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배경과 의미는 무엇인가요?
코로나 이후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시 고민하게 됐어요. 지역의 중견 예술 단체로서 저희만 작품 활동을 할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고 싶었거든요. 특히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자립해서 예술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 표선면에 ‘마로 스튜디오’라는 공간을 세웠어요. 벽면과 바닥까지 4면 스크린에 모션 캡처도 가능한 공간인데, 여러 가지 예술적, 기술적인 실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타악을 하려면 방음이 잘 되는 연습실 찾기가 정말 힘든데, 저희 공간은 기본 장비를 갖췄으니 필요한 지역 예술가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어요. 이들과 함께 협업 프로젝트도 만들어가고 있고요.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저희가 20년간 쌓아온 노하우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예술가로 살아남는 법, 지원사업 활용하는 법, 협업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요. 사회적 기업이 된다는 건 저희만 잘되는 게 아니라 지역 예술 생태계 전체를 함께 키워간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마로의 향후 비전과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요?
마로 스튜디오를 제주의 문화예술 거점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저희가 있는 표선면은 공연장도 영화관도 없거든요. 문화공연을 보려면 차로 40~50분을 가야 하는 곳이에요. 이런 문화소외지역에서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마음껏 연습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함께 협업하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또 지역 주민들에게도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물론 현실적인 고민도 많아요. 예술단체의 지속가능성은 늘 숙제거든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20년 동안 단원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저희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계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예술계에서 일해야겠다’라는 목표로 시작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저 제가 느낀 좋은 것을 다른 사람도 함께 느끼면 좋겠고, 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장인이나 명인을 보면 그 꾸준함이 너무 부럽고 존경스러워서 그분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먼저였어요. 저는 무엇 하나만 깊게 파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신 정말 많은 것들을 좋아하고 아끼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요. 어쩌면 ‘팬심’이 큰 사람에 가깝고, 그 마음 덕분에 전공하지 않았어도 모르는 분야를 조금씩 배워가며 조금씩 더 나아지는 과정 자체가 어느새 제 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직함이 고정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다, 혹은 이런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너무 빨리 규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 안의 능력과 감각을 직함 안에 가두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밀고 나가다 보면 오히려 그 뒤에 따라붙는 것이 직함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매일 용감하게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훗날 돌아보면, 그 길은 반드시 여러분만의 고유한 이름으로 빛나고 있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