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하단링크 바로가기
출석 QR 팝업 닫기
예술산업아카데미

(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설문참여

기업/직업 정보

  • 홈으로

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무용연구가 (아트모아 기자단 5기 한정희 기자)

작성자 : 곽송비 조회수 : 1,182 2025-12-20

[아티(ATI) 기업탐방] 무용연구가


“발레는 관객과 함께 살아가는 예술입니다” 

춤의 무대와 객석 사이에서 발레의 이야기를 전하는

무용연구가 한지영

 

화려한 움직임 너머, 보이지않는 고민과 발견이 있다.

발레를 기록하고 전하는 사람,

한지영 무용연구가가 바라본 발레의 세계는 무엇일까?


그녀는 무대 위와 아래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발레의 현장을 포착한다.

연구와 저서를 통해 발레를 더 넓게, 더 깊이있게 풀어낸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지영 무용연구가가 전하는 발레와 발레의 새로운 시선을 만나보고자 한다.







무용연구가 한지영



자기소개와 지금까지의 주요 활동들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춤의 무대와 객석 사이에서 이야기하는 무용연구가’ 한지영 입니다. 저는 무용예술의 미학·철학·역사·사회학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대학 강단에서는 후배들과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저의 연구와 글쓰기는 언제나 무대와 관객 사이, 연구와 현장 사이의 간격을 잇는 일에 초점을 둡니다. 그래서 학술 연구는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춤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와 강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발레 교양 인문서 집필, 아티스트 토크·인터뷰, 무용비평, 발레 해설 등 전문성과 대중성을 연결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발레단 더블빌 유회웅 X 한스 판 마넨 공연 후 진행된 아티스트 토크


무용가에서 무용연구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나 전환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발레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쭉 발레와 함께 살아왔어요. 중학생 시절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Vaganova Ballet Academy)에서 전통 발레의 정수를 온몸으로 체험했고, 이후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무용수의 길’을 꿈꿨죠. 당시에는 그것 외의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전환점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찾아왔습니다. 오랫동안 실기 중심의 훈련만 해오다 보니, 어느 순간 ‘과연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이 맞을까?’라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생기더라고요. 발레는 완벽한 신체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다듬고 조형하는 예술이지만, 타고난 조건과 현실의 한계 앞에서 흔들리는 순간도 분명 있었어요. 그리고 더 근원적으로는 ‘발레가 원하는 이상적인 신체와 동작은 정말 존재하는가?’라는 의문까지 이어졌죠. 아마 그때부터 프로 무용수로서의 성취만을 바라보는 대신, 발레를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저에게 결정적 계기가 된 건 대학 1학년 때 들은 전공 필수 이론 수업이었어요. 무용예술이란 무엇인지, 발레의 훈련 방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배우는 시간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발레뿐 아니라 동시대 무용의 다양한 경향까지 접하면서, ‘이런 걸 더 일찍 알았더라면 발레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죠. 그때부터 무용을 실기만이 아닌 학문으로서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미학과 인문학, 글쓰기와 연구에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가 다닌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는 실기와 이론의 비중이 균형 잡힌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었고, 연구와 교육 분야로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었어요. 그 덕분에 제 관심이 자연스럽게 ‘무용가에서 무용연구가로’ 이어질 수 있었고, 지금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잇는 글쓰기와 연구를 통해 저만의 방식으로 계속 춤추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첫 저서인 [발레 작품의 세계]는 발레 작품 30편을 실어 소개하는 내용을 담으셨는데요. 이 책을 출간하시게 된 계기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제 첫 저서인 [발레 작품의 세계]는 2021년 1월에 출간됐어요. 이 책의 시작은 대학 동기가 운영하는 발레 아카데미에서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출발했습니다. 실기 수업이 아니라 발레 작품의 줄거리나 역사, 문화적 배경을 이야기하는 수업이었는데, 생각보다 현장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수업을 듣던 분들 중에서 “이런 내용을 책으로도 보고 싶은데, 그런 책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해주시기도 했어요. 전공 서적이나 논문에는 자료가 있었지만 일반 대중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발레 해설 강의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발레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역사적 맥락을 간단히 정리한 피드를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 계정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를 본 출판사에서 제안을 주시면서 본격적으로 [발레 작품의 세계] 집필이 시작되었습니다.

집필은 약 3개월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고, [발레 작품의 세계]는 발레 용어, 발레 음악, 발레리노 이야기 등과 함께 4권이 시리즈로 출간되었어요. 당시 이 시리즈는 취미 발레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던 때에 ‘대중을 위한 본격 발레 교양서’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발레 분야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었던 건 ‘발레를 더 깊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점’이에요. 요즘 발레를 관람하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무용수의 기량이나 시각 중심으로만 평가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문화적 맥락이나 안무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함께 볼 때 발레 작품은 훨씬 더 깊고 다층적으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 작품마다 줄거리, 주요 캐릭터, 초연 당시의 분위기, 문화적 의미, 안무가의 이야기, 그리고 관전 포인트까지 짧지만 핵심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아봤어요. 발레를 알고 보면 더 풍부하고 매력적인 예술이라는 점을 독자분들이 자연스럽게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습니다.


 

[발레 작품의 세계]를 주제로 한 안양예술고등학교 무용과 인문학 특강


최근에는 [발레, 미술관에 가다]를 출간하셨습니다. 이전의 저서 [발레, 작품의 세계]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책을 읽으며 특히 주목해야 할 관점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발레 작품의 세계]가 각 작품을 쉽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입문서였다면, [발레, 미술관에 가다]는 그보다 한층 더 인문학적 깊이를 담은 책이에요. 발레와 회화를 함께 읽어내는 작업을 통해, 발레를 ‘움직임의 예술’ 그 너머로 확장해보고자 했죠. 집필 과정에서 느낀 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드가나 로트레크뿐 아니라 폴 구스타프 피셔, 피에르 카리에 벨뢰즈, 앙리 제르벡스 같은 보석 같은 화가들이 남긴 발레 이미지가 정말 많다는 점이었어요. 이 그림들을 하나하나 찾아 모으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덕분에 책 자체가 마치 한 권의 도록처럼 느껴질 만큼 풍성해졌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단순한 이미지 나열이 아니라, ‘발레의 무대·무용수·시대적 분위기’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엮어내며 발레 감상의 지평을 넓히도록 구성했어요. 그림이 발레를 비추고, 발레가 다시 그림을 해석하는 방식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상 통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발레를 볼 때 우선 화려한 테크닉이나 시각적 아름다움에 눈길을 두곤 해요. 물론 그 자체도 발레의 중요한 매력이지만, 저는 그 너머 인간의 본능, 욕망, 감정, 삶의 결들과 같은 깊은 층위를 함께 보고 느끼길 바랐어요. 이건 단순히 이번 책의 메시지일 뿐 아니라, 발레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갖게 된 관점이기도 합니다. 기술만 남고 깊이가 사라진다면 예술로서의 발레는 쉽게 소모될 수 있으니까요. 발레는 관객과 함께 살아가는 예술입니다. 회화나 음악처럼 형태를 고정해 저장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라, 시대와 관객의 감성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롭게 호흡해야 하는 장르죠. 그렇기 때문에 오랜 레퍼토리 작품들도 시대 변화 속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읽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네 살 때 발레를 시작해 어느덧 30년 넘게 발레와 함께 살아왔어요. 그 과정에서 제 한계도 마주했고, 몸을 얼마나 섬세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도 배웠고, 발레가 가진 위대함을 깊이 느끼기도 했죠. 그런 애정과 존경이 쌓인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 책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발레를 오래 사랑해온 사람으로서, 그 사랑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자 목적이었습니다.


 

발레를 감상할 때 관객이 놓치기 쉬운 ‘비평적 관점’ 이나 포인트들이 있을까요?

발레를 감상할 때 관객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은 ‘작품이 어떤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서 나왔는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 그 시대의 흐름과 발레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관심이 많거든요. 발레에는 오래 전부터 공연돼 온 고전 작품들이 있고, 요즘 새롭게 제작되는 현대 발레들이 있어요. 제가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이 작품이 만들어진 그 시대의 문화는 어땠을까?”, “100년 전, 200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 지금 2025년의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런 질문들이에요. 클래식 발레도 결국 그 시대의 문화 속에서 태어난 예술이니까요. 새로운 현대 발레도 마찬가지예요. “왜 지금 이 시대에 이런 작품이 나왔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게 되면 발레를 훨씬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어요. 문학을 읽을 때도 그렇잖아요. 고전 소설은 그 시대의 문화사를 읽는 일이고, 현대 소설은 지금 시대를 이해하는 일이에요. 발레도 똑같아요. 클래식은 그 시대의 맥락을 담고 있고, 현대 발레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연결돼 있어요. 관객들이 작품을 볼 때 “이 작품이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나왔고, 어떤 울림을 주는가”를 주목해서 본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감상이 될 거예요. “왜 지금 이 시대에 이런 작품이 나왔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게 되면 발레를 훨씬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어요. 클래식은 그 시대의 맥락을 담고 있고, 현대 발레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연결돼 있어요. 관객들이 작품을 볼 때 “이 작품이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나왔고, 어떤 울림을 주는가”를 주목해서 본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감상이 될 거예요.

 

최근 발레 공연이 대중화되면서 관객층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일반 관객이 발레를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발레계 에서 시도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발레의 대중화는 제가 연구하는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해요. 사실 무용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계속 고민해온 문제이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 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발레를 더 즐겁게 감상하려면, 저는 조금이라도 사전 검색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작품의 줄거리나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초연은 어떤 무용단이 했는지 같은 정보들이요. 드라마도 줄거리를 알고 보면 더 재밌는 것처럼, 특히 클래식 발레는 배경을 알고 보면 감상이 훨씬 풍부해지거든요. 반대로 현대 발레는 더 직감적으로 느끼는 게 중요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지금 나의 감성과 시선에서 작품을 느껴보는 게 더 재미있는 접근일 수 있어요. 고전은 시대적 간극이 있는 만큼 배경 정보를 조금 섭취하고 감상하는 게 좋고, 현대 발레는 그 순간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발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발레계가 할 수 있는 노력도 계속 논의되고 있어요. 작품의 예술성과 대중성은 때때로 딜레마처럼 보이지만, 저는 예술적 퀄리티는 예술가의 영역이고, 대중성과 접근성은 효과적인 홍보·마케팅 전략을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레는 제작비 부담이 큰 장르라 티켓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예요.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더 큰 투자가 필요하고, 결국 안정적인 후원 체계, 특히 기업·기관의 후원이 필수적입니다. 투자 유치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가 발레단 경영에서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죠그런 후원을 받으려면 결국 인지도도 높아져야 하고,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도 필요하죠. 그래서 저는 다양한 매체 활용이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교육 콘텐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적극적. 으로 활용하는 방식이요. 실제로 여러 발레단이 지금도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껴요.


 

공연 비평과 리뷰를 쓰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기준과 원칙이 있을까요?

“비평(criticism)”이라는 단어의 기원을 따라가면, 라틴어로 criticus(able to discuss), 즉 ‘재판관’, ‘심판관’, ‘감정가’, ‘심사원’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가 하는 활동이 비평이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쓰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끼칠 영향력에 대해 늘 신중하고 있어요. 제가 비평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두는 원칙은 작품과 예술가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에요. 그 감정의 온도는 때로는 달콤할 수도 있고, 때로는 아주 매운 비판일 수도 있지만, 그 바탕에 애정이 없다면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연이 다소 아쉬웠더라도 그 시간을 들여 무대를 완성한 예술가와 무용수들에 대한 존중은 반드시 담겨야 한다고 느껴요. 는 프로 무용수나 안무가로 활동한 적은 없지만, 그들을 존중해요. 제가 연구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 시간을 들이듯, 그들도 춤을 추고 작품을 만드는 것을 사랑해서 삶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글에 스며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비평을 쓰고 있어요. 비평에는 기본적으로 묘사–해석–평가가 들어가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해석’의 비중이 가장 커요. 관객과 작품 사이에서 소통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예술가가 무엇을 말하려 했고 무용수가 어떤 감정을 표현하려 했는지를 최대한 풍부하게 전달하고 싶어요. 평가는 관객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상대적으로 강조하지 않는 편이에요. 아직 30대라 그럴 수도 있지만, 때로는 제 비평이 너무 소심한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아마 40대, 50대가 되면 좀 더 과감하게 글을 쓸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해지네요.


 

[공연리뷰]

뷔페에서 파인 다이닝으로 - '기획'을 '예술'로 만든 박세은 http://www.thepr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37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 반복을 넘어선 생성의 예술 http://www.thepr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97

 

최근 한국무용예술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하셨고, 발레 관련 다양한 연구도 이어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학술활동 중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나 배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연구나 성과가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한국무용예술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을 때 저도 뜻밖이었고, 매우 감사한 경험이었어요. 저는 제 일을 ‘연구자’로서의 활동에 두고 있어요. 대부분의 과정이 문헌 연구이고, 혼자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1년에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는 것도 결코 짧지 않은 과정입니다. 상을 받은 이번 논문도 기획 단계까지 포함하면 약 2년 반의 시간이 걸린 작업이었습니다. 보통 연초에 각종 연구 지원 사업이 열리기 때문에 그때 연구 주제를 정하고 지원서를 제출하면서 연구가 시작돼요. 이 논문도 2023년 초 한국연구재단에 지원해 선정됐고, 같은 해 9월부터 1년 동안 연구를 수행했어요. 그 기간 동안 집필과 수정, 그리고 여러 업무를 병행하며 꾸준히 작업했던 시간이었어요. 연구 지원을 받으면 결과보고서를 먼저 제출해야 하는데, 이 보고서는 논문 형태의 완성도까지는 가지 못해요. 이후 1~2년 안에 학회지 투고까지 진행해야 해서, 결국 긴 시간 동안 계속 붙잡고 있는 작업이 돼요. 이번 논문 역시 그런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챕터가 늘고, 분석 작품의 수가 많아지고, 여러 디테일이 보완되면서 자연스럽게 완성도가 높아졌어요. 개인적으로 수상은 기대하지 않았어요. 한국무용예술학회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학회고, 제 지도교수님이 초대회장으로 활동하셨던 곳이기도 해요. 역대 우수논문상 수상자들도 제가 공부하며 존경해온 선배 연구자들이고요. 그런 자리에서 제 연구에 귀한 상을 주었다는 건, 배움의 길 위에 서 있는 저에게는 앞서 이 길을 걸어오신 선생님들께서 건네주신 따뜻한 격려이자, 앞으로의 연구를 더 단단히 이어가라는 응원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경험은 제게 큰 배움이자 성취였고 자연스럽게 다음 연구 주제에 대한 고민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됐어요. 연구자로서 매우 영광스럽고 큰 의미로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상하신 논문이 어떤 연구였는지 더 자세히 여쭤봐도 될까요? 

수상한 논문은 ‘한국적인 발레’의 형성과 변화 양상을 다룬 연구였어요. 특히 그 안에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가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발레는 원래 서양에서 태어난 예술이지만, 최근 K-컬처의 흐름 속에서 발레 역시 한국적 색채를 입은 하나의 콘텐츠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국내 발레단들도 한국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만들어 해외 공연을 가고, 이를 하나의 K-콘텐츠로 발전시키려는 흐름이 생기고 있어요. 제가 흥미롭게 본 지점은 이러한 변화의 구체적 양상이었어요. 과거에는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서양 발레에 단순 접목하는 방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컨템퍼러리 발레의 조류 속에서 한국 특유의 감성과 정서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더라고요. 단순한 외형적 차용이 아니라 ‘감성의 층위’가 변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워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조사 과정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에 발레가 처음 들어온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 100년 동안 꾸준히 ‘한국적인 발레’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발레 교육 과정 내내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같은 서구의 역사와 전통을 배워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축적된 이러한 노력과 흐름이 얼마나 독자적이고 의미 있는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어요. 또 하나 중요한 발견은, 발레가 역사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신화화하거나 이상화해 온 장르라는 점과 연결됩니다. 연구 대상이었던 국립발레단의 창작발레 <호이랑> 속 여성 주인공 ‘랑’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전통 발레에서 관습적으로 재현되어 온 여성상, 예를 들면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서사, 사랑의 이인무에서의 안무방식 등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었어요. 이러한 복합적 모습이 바로 한국 창작발레가 가진 현재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한국에서 발레가 어떻게 수용되고 변화해 왔는지를 깊게 살펴볼 수 있었던 연구였기 때문에, 제게도 매우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성과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대학에서도 강의를 하고 계신데요, 무용, 발레 교육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건, 지금의 무용, 발레 교육이 실기 중심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점이에요. 지원 제도나 창작 환경은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정작 학생들이 이런 기회들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잘 배우지 못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어떻게 지원서를 써야 하는지, 어떻게 아이디어를 기획 하는 지와 같은 실질적인 현장 교육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면 발레단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정말 극소수예요. 그 외의 진로로도 다양하게 진출할 수 있는데, 대학 커리큘럼은 그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한 방식으로 입시를 보고, 실기 과목들로만 4년을 보내게 돼요. 실기가 조금 부족해도 창작적 역량이 뛰어난 친구들, 교육자로서 잠재력이 있는 친구들이 제대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워요. 그래도 변화의 조짐은 조금씩 보이고 있어요. 제가 출강하는 국민대학교는 ‘기업가 정신’을 모토로 해서, 학생들이 졸업할 때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발표하는 과정이 의무예요. 이것이 문화예술교육 콘텐츠일 수도 있고, 예술창업 콘텐츠일  수도 있고요. 이런 방식으로 학교마다 특성화되는 흐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각 대학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어떤 강점을 키울 것인가’를 고민해서 실기 중심이면 실기, 창작이면 창작, 기획이면 기획 같은 식으로 학교별 교육 방향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진행해보고 싶은 연구나 집필, 혹은 발레 관련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앞으로 진행해보고 싶은 연구나 프로젝트는 여러 방향에서 고민해보고 있어요. 우선 연구 주제는 이미 몇 가지를 구상해 둔 상태이고, 책도 최근에 출간 해서 당분간은 새로운 책을 출간할 예정은 없습니다. 다만 제안 받은 콘텐츠들이 있어 차차 검토하면서 진행해볼 계획입니다. 학술적으로는 이전에 말씀 드린 국내 대학 무용·발레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연구를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이 분야는 꾸준히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주제라 나중에 심도 있게 다뤄보고 싶네요. 그리고 현재는 발레 관련 프로젝트로 직접 공연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교육적 요소를 접목한 프로그램, 혹은 관객·대중 교육을 위한 무대 콘텐츠 같은 형태가 될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서는 발레단과의 협업도 필요하고, 실제 공연 제작 과정에서 무대 팀이나 여러 스태프들과도 함께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계획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최근에 제 롤모델이신 연구자 선생님이 1980년대 한국 발레의 기록들을 전시 형태로 재구성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그 작업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오래된 신문 자료, 당시 평론, 사진 자료, 인터뷰 발췌, 희귀한 비디오 테이프 까지 모아 작은 전시를 여셨는데요, 연구가 논문을 넘어 하나의 공유 가능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던 순간이었어요. 내년에는 연구를 공연 형식으로 무대화하는 프로젝트를 논의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브레인스토밍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첫 미팅을 가질 예정이고, 방향이 잘 잡히면 내년 초에 지원사업 신청도 계획하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연구와 프로젝트를 꾸준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바라보시는 한국 발레의 전망과 가능성에 대해 간략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가 발레 같은 경우는 이전보다 정말 많이 발전 했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한국 발레가 100년 역사라고 하는데 한국 무용수들이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세계적인 발레단에서도 수석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발레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도 한국 무용수들이 최고 자리까지 오르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요. 다만 아쉬운 점은, 정작 한국 발레단에는 해외 우수 무용수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한국 무용수들은 세계로 계속 뻗어나가고 있지만, 해외 무용수들이 한국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싶어할 만큼의 환경과 매력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는 한국 발레단도 좀 더 글로벌한 감수성과 시스템을 갖춰서 해외 무용수들을 끌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발레단의 복지나 훈련체계, 명성 같은 환경들을 갖춰나갈 필요가 있어요. 공연 횟수나 레퍼토리의 다양성, 발레단 규모가 해외에 비해 작은 편이다 보니, 한국 내에서 장기적인 커리어를 쌓기엔 환경이 제한적이거든요. 앞으로는 이런 부분들이 함께 성장해야 할 것 같아요. 최근에 일본 발레의 사례가 꽤 인상적이었어요. 일본은 예중–예고–대학교–컴퍼니로 이어지는 한국과 달리, 어릴 때 다니는 발레 학원이 바로 주니어 컴퍼니 역할을 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자연스럽게 프로 컴퍼니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학원(아카데미) 기반의 민간 발레단이 굉장히 활발하고, 팬덤 문화도 엄청나요. 무용수 브로마이드나 굿즈 판매처럼, 관객층을 키우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이런 환경이 발레 시장을 훨씬 넓혀주고 있더라고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발레 문화여서 신기했어요. 결국 한국 발레가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예술적 측면뿐 아니라 산업적, 문화적 마케팅도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무용수들의 실력은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앞으로 발레단의 환경과 뒷받침되는 홍보마케팅이 갖춰진다면 충분히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무용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실기 역량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함께 쌓는 일의 중요성이에요. 발레는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뛰어난 학생들은 이미 해외 콩쿠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외국 유학을 떠나기도 하고, 예술고 졸업 후 바로 컴퍼니에 입단하기도 하죠. 그래서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애매하게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저는 오히려 대학에서의 배움이 장기적인 커리어에 큰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대학에서는 무용 실기뿐 아니라 법, 사회학, 경제학, 인문학 같은 여러 학문을 접할 수 있고, 이 지식들은 앞으로 기획자·교육자·연구자로서 활동할 때 든든한 자산이 됩니다. 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도 얻는 인사이트가 분명 있어요. 중요한 건 그것을 자신의 춤과 연결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책을 집필하거나 강연 콘텐츠를 기획할 때 처음부터 명확한 길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다만 작은 시도라도 해보면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이 결국 현재의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때로는 무모하게 느껴지더라도 일단 시도해 보고,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에요. 후배들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고, 두려움 없이 도전해보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