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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아워레이보 (아트모아 기자단 5기 최영현 기자)

작성자 : 곽송비 조회수 : 841 2025-12-27

[아티(ATI) 기업탐방] 아워레이보



경계 없는 확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예술생태계를 만들다.

아워레이보 이정형 대표



예술 분야의 독보적인 크레이티브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아워레이보는

전시와 디자인, 브랜딩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 미술 언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워레이보의 ‘지속 가능한 예술생태계’를 향한 실천은 단순한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즐기는 사람들 사이의 균형과 유연함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순환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아워레이보의 이정형 대표를 통해

아워레이보가 구축해온 길과 지향점에 대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재이 디자이너도 함께해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아워레이보 이정형 대표





간단한 자기소개 및 아워레이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정형 대표: 저는 아워레이보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정형이라고 합니다. 아워레이보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개념을 실체화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에요. 홈페이지에는 ‘개념을 실체화하고, 다양한 언어로 연구하며, 경험한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정하는 기획, 그걸 시각적 언어로 구현하는 디자인,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경험하게 할지를 고민하는 전시까지 이 모든 과정을 하나로 엮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전시라는 형태 자체가 굉장히 다양하게 쓰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전시 디자인 스튜디오라기보다는, 회사이면서 동시에 스튜디오로서의 성격도 가진 집단, 그 중간 정도의 포지션에 위치한 팀입니다.

정재이 디자이너: 안녕하세요 저는 아워레이보에서 공간 디자인을 맡고 있는 정재이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오늘 인터뷰에서 현장 실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생생하게 전달드리고자 함께하게 되었어요.




아워레이보는 ‘레이보’에서 시작해 지금의 형태로 성장했다고 들었습니다. 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워레이보는 처음 ‘레이보’라는 작은 팀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내부적으로 시즌이라는 개념으로 구분해서 보고 있는데요, 현재 시즌4 정도, 그러니까 네 번째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에요. 초기 멤버는 3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약 18명 규모로 커졌습니다. 인원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직무가 세분화되고, 역할이 명확해지는 과정을 겪었어요. 처음에는 전시 조성이나 설치 중심의 작업을 많이 했죠. 작가로서 직접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구성하면서 미술산업의 언저리에서 움직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도 직접 해볼래?”하는 제안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디자인을 하게 되고, 제작과 구현까지 맡으면서 점점 기획과 전시의 방향성을 잡는 역할로 확장되었어요. 아워레이보는 어느 날 갑자기 변한 게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발전해 온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의 폭이 넓어지고, 역할이 구체화되면서 지금의 아워레이보가 만들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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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스토리지 [David Salle: Under One Roof] 전경. © OUR LABOUR




아워레이보는 2012년을 시작으로 미술관, 갤러리의 전시 공간 디자인부터 기업의 아트 프로젝트 기획까지 예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감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유일무이한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아워레이보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워레이보의 가장 큰 강점은 경계 없는 확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디자인 업계에서는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나는 그래픽 디자이너니까 공간 그래픽은 못 한다거나, 여긴 시공사니까 디자인은 안 한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경계가 거의 없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선행 과정(기획, 디자인)과 후행 과정(설치, 제작)이 명확히 나뉘지만, 아워레이보는 한쪽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기획을 하다가도 제작에 직접 관여하고, 설치를 하면서도 다시 방향을 수정하는 식으로, 모든 과정에 유연하게 참여하는 구조예요.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증식 세포처럼 계속 확장되는 팀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이런 유연한 구조 덕분에 단일한 역할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강점은, 저희가 현대미술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순수미술이냐 상업미술이냐의 구분보다, 현대미술 안에서 다루는 상징 언어 체계를 디자인과 브랜딩에 접목하려고 해요. 이 언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거든요.  



장면을 엿보는 듯한 연극적 공간 연출이 이뤄진 [David Salle: Under One Roof], 전통 공간안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구현한 [경복궁 생각] 등 프로젝트마다 보여지는 다양한 공간과 오브제가 인상적인데요.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정형 대표: 일단 일이 정말 많아요.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시라는 형태 자체가 늘 새로운 주제와 환경, 참여자 속에서 이뤄지니까요. 같은 공간, 같은 사람, 같은 기관과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결국 매번 새로운 숙제가 주어지는 구조라서, 결과적으로 다른 시도와 다른 접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그만큼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시스템이 자리 잡혔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계속 쏟아지거든요. 그래서 그걸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생겼고, 그게 아마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정재이 디자이너: 저는 매번 새로운 시도라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꾸준히 아카이빙하면서 그걸 기반으로 더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아워레이보는 이전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우리가 이때 이런 방식으로 했는데, 이번엔 이걸 조금 더 확장해볼까?” 이런 식으로 접근하거든요.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쌓아온 경험 위에서 다시 실험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반복되는 구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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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진흥원 [경복궁 생각] 전경. © OUR LABOUR



이정형 대표님께서는 브랜드 비즈 컨퍼런스에서 좋은 작업의 세 가지 특징으로 동시대성, 독창적인 세계관, 본인만의 시각언어를 꼽으셨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나 태도가 필요한가요?

이 내용은 기본적으로 작가론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작업을 하려면, 내가 이 시대에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성을 반영해야 하죠. 그리고 독창적인 세계관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 만들어야 하며, 나만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조화를 이루려면 끝없는 실험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고,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며,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봤으면 좋겠는가까지 생각하는 과정이 이 작업의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준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미대에서 배운 기준이기도 하고요. 학교에서는 수많은 작업 중에서 좋은 작업과 그렇지 않은 작업을 구분하는 기준이 필요하니까요.  이러한 기준은 아워레이보 내의 소통 과정에서도 적용됩니다. 과정에서 서로의 아이디어가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좋다고 말할지를 계속 논의하게 되는데, 저는 그 기준이 앞서 말한 세 가지 요소에 많이 기반한다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나의 세계관과 작업 방식이 이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죠. 마치 옷을 고를 때 나와 어울리는지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기준인 셈이죠. 다만 작업의 가치나 향후 평가 기준에서는 가격이나 투자가치 같은 요소가 빠져 있지만, 우선은 이 세 가지를 좋은 작업의 핵심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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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청주 [시간의 정원] 전경. © OUR LABOUR



다양한 기업, 공공기관, 미술관들과 협업하는 아워레이보의 기관별 접근 방식이나 전략적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저는 우선 각 기관의 목적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을 예로 들면, 그들의 목적은 아주 명확해요. 이익 창출, 즉 마케팅적인 목적이 중심이죠. 반면에 공공기관은 겉으로는 공공성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안에서도 자신들의 세대 인식이나 철학, 혹은 기관의 방향성을 드러내려는 목적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상업이든 비상업이든, 모든 프로젝트에는 이 일을 왜 하는가? 에 대한 의도와 목적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협업할 때마다 가장 먼저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듣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듣는 것과 보는 것이에요. 듣는다는 건 그들의 요구나 논리적인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고, 본다는 건 그들이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 안에 드러난 기조나 스탠스를 읽어내는 과정이에요. 예를 들어, 협업 제안을 받을 때 저희가 자주 묻는 질문이 있어요. “이번에는 얼마나 변하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을 던지면 상대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기존 방식대로 하고 싶은지, 새로운 시도를 원하는지, 혹은 작년 정도의 변화 수준을 기대하는지. 대답에 따라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먼저 듣고, 보고, 그다음엔 상대의 의도와 변화 욕구를 눈치껏 읽어내는 것. 그 후에 비로소 아워레이보가 가진 시각이나 페르소나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각 기관의 방향성을 존중하면서도 우리의 색을 잃지 않는, 균형 잡힌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에요. 다르게 표현하면, 그들이 원하는 그림을 정확히 이해한 뒤, 우리가 가진 언어와 방식을 그 안에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하는 과정이죠. 그게 아워레이보가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전략입니다.



아워레이보에는 조각, 설치, 플라워, 시각·공간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합니다. 각자의 전문성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기 위한 아워레이보만의 협력, 소통 방식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재이 디자이너: 저희는 작업을 할 때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처음 아이데이션 단계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나눠요. 너무 허무맹랑한 얘기여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내부에 그런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잡혀 있기 때문이에요. 다 같이 한 테이블에 모여서 각자 그림을 그리거나 키워드를 적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렇게 다양한 의견이 쌓이다 보면, 서로의 시각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시선이 생기고, 언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중요한 건 누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느냐가 아니라, 함께 나누고 발전시키는 과정이에요. 그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아워레이보만의 독창적인 언어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형 대표: 사실 충돌이 없다는 건 불가능하고, 조율의 과정이 당연히 존재합니다. 그 조율 속에서 결론적인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밸런스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인지, 혹은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것인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또 클라이언트나 작가, 미술관이 원하는 방향도 있기 때문에, 그걸 잘 조율해 효과적인 결과를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이러한 조율의 과정을 통해 목적에 맞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저희의 협업 방식입니다. 저희는 천재 한 명이 이끄는 팀이 아닙니다. 평범하지만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지를 가지고 모여, 함께 결론을 만들어가는 팀이에요. 그래서 아워레이보의 작업은 늘 한 명의 언어가 아니라 여러 개의 시선이 조율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저희가 말하는 창의성은 그런 협업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워레이보가 바라는 인재상,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팀원이 갖추어야 할 공통 역량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즘 아워레이보는 원하는 직무가 매우 뚜렷해서 각 직무별 필요에 따라 인재를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공통 역량을 하나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는 ‘잘하고 싶은 열정’을 가진 사람이 왔으면 합니다. 특히 왜 이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지 자신만의 분명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중요해요. 요즘 경쟁률이 100대 1에 이를 만큼 높은데, 회사와 개인의 비전이 맞아 떨어져서 ‘여기서 꼭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1차적인 동기가 명확한 사람을 원합니다. 이 부분은 인터뷰를 통해 검증하고 있죠. 또한 일을 잘하고 싶은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일하기 싫은데 그나마 이 회사가 낫다고 생각해서 오는 사람은 환영하지 않아요. 실제로 200명이 지원하면 1차에서 15명 정도만 통과할 정도로 기준이 엄격합니다. 결국 아워레이보가 바라는 인재상은 회사의 가치관과 개인의 비전이 맞닿아 있고, 배우려는 자세와 성장 의지를 지닌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함께 오래 성장할 수 있는 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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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Love and Piece] 전경. © OUR LABOUR




아워레이보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 발전 속도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 더 빠를 때 어려움을 느꼈어요.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은 하지만, 그 안에서 정말 모든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과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했는가를 되돌아보면, 그때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저희를 대기업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있지만, 사실 우리는 여전히 성장 중인 중소기업이에요. 그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는 분들도 있어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느낄 때가 있죠. 저에게 가장 힘든 순간은 바로 그 괴리가 크게 느껴질 때예요. 하지만 결국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 꾸준히 개선하고 나아가는 과정이 지금의 아워레이보를 만든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과정을 거치며 생긴 나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정재이 디자이너: 저는 귀여움을 늘 제 기준으로 두고 작업해요. 남들이 봤을 때도 똑같이 귀엽다고 느낄 수 있을까, 그게 제일 중요한 판단 기준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아워레이보 구성원들을 귀여운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 분위기를 시각적으로도 끌어올려 주고 싶어요. 물론 귀여움만이 전부는 아니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한 번에 이해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너무 꼬아버리면 직관성이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귀여움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제가 아워레이보를 농담 삼아 큐티 럭셔리라고 표현하곤 해요. 귀여움과 고급스러움이 공존하는 회사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제 작업의 정체성을 정리하는 기준이기도 해요. 물론 팀 내에서는 이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죠. 하지만 그 다양성이 또 아워레이보를 재미있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형 대표: 저는 재밌는 게 좋아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프로젝트든 힘들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보람이나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봅니다. 가끔은 결과가 좋아도 과정이 너무 힘들면 다시는 이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저는 그런 건 지양하려고 해요. 일이라는 게 결국 해야 하는 거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나름의 즐거움과 합리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만의 기준은 과정도 즐겁고 결과도 만족스러운 일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야 팀도 오래가고, 저 자신도 계속 일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니까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정재이 디자이너: 저는 대표님이 제 작업을 보시고 “잘 나왔어요”라고 말씀하실 때 제일 보람을 느껴요. 아무래도 저의 보스니까요. 그리고 오프닝 때 전시장에 사람들이 가득 찼을 때도 정말 뿌듯해요. 작업할 땐 항상 비어 있는 공간에서 일하잖아요. 그런데 오프닝 날 사람들이 꽉 찬 모습을 보면 “아, 우리가 만든 공간이 이렇게 채워졌구나”라는 감정이 들어요. 그때가 가장 성취감이 큰 순간이에요.

이정형 대표: 저는 오히려 전시장에 아무도 없을 때가 제일 좋아요. 사람들로 붐비는 시간보다 모든 게 끝나고 조용해진 텅 빈 공간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그 고요함이 좋아요. 그게 저한테는 어떤 완성의 느낌이에요. 보람이라는 건 어떤 특정한 순간에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과정마다 다르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상상할 때는 상상하는 대로 좋고, 제작할 땐 만드는 대로 즐겁고, 완성되면 또 그 자체로 뿌듯해요. 심지어 예산을 아끼면 “오늘은 돈 아껴서 기분 좋네” 이런 사소한 일에도 만족감을 느껴요. 그렇기에 저는 일의 모든 과정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는 게 보람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밥을 먹으면서, 답사하러 나가면서, 그냥 일상의 흐름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 제겐 가장 큰 보람이에요.




공간 기획 직무를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디자이너들이 어떤 능력을 갖추면 좋을까요? 또, 어떤 준비를 하면 도움이 될까요?

정재이 디자이너: 저는 무엇보다 감각을 디벨롭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일은 단순히 기술로만 되는 게 아니라, 결국 감각이 바탕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 감각은 정해진 답을 배우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이 보고 경험하느냐에서 나옵니다. 같은 공간 안에 있어도 사람마다 보는 기준이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뭔가를 정해놓고 보는 것보다, 그냥 스스로 더 많이 보고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다양한 시선과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나만의 감각이 만들어져요.

이정형 대표: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많이 보는 게 결국 기준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자신만의 판단 기준, 그리고 그걸 왜 그렇게 느끼는지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죠.  이 일은 자격증처럼 정해진 절차로 자격을 얻는 일이 아니에요. 결국 스스로 깨닫고, 자기 기준을 세워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여러 작업을 하면서 좋은 브랜드와 좋은 작가는 결국 같은 기준에서 평가된다는 생각에 다다랐어요.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저만의 철학이죠.

취업준비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취업에 대해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못해 취직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또 한 가지는 “많이 보고, 너무 빨리 결과를 보려 하지 말라”는 겁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오히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며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죠. 제가 비즈 컨퍼런스에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최소 10년 이상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든 분들이었어요. 분야는 달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점이 공통적이었죠. 결국 그런 시간이 쌓여야 진짜 좋은 브랜드와 좋은 작업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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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필립 파레노: VOICES] 전경. © OUR LABOUR




대표님께서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 또는 아워레이보와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계획이 있으시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속 가능한 예술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원합니다. 저희가 이미 그 생태계를 많이 키웠고, 업계에서 큰 목소리를 가진 회사이다 보니, 저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무언가를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무리한 확장이나 성장보다는, 과정이 아름다웠으면 합니다. 과정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결과는 당연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