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 NOW
아트모아 제1기 기자단 활동 후기 <나도 예술 할 수 있을까>-안유미

학창 시절에 영화를 제작하고, 대학에서 연극을 하면서도 예술을 하겠다고 말하기 부끄러웠다. 예술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거니까. 내가 하는 건 취미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예술을 업으로 삼겠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미디어와 인문학을 전공하며 연관된 직무를 알아보던 때였다. 아이디어를 내고 무언가를 만들어 전하는 일련의 업무를 맡고 싶었던 나는, 마케팅에 관심이 생겼다. 회사에서 인턴을 하며 더 실무적인 경험을 쌓고 싶어졌고 마케팅 대행사에 지원했다. 면접 날, 마케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라는 답변을 받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 생각이 틀린 걸까?’, ‘나는 왜 마케팅이 하고 싶은 거지?’,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야?’
대학교 4학년이 되면서 각자의 관심사로 직무를 선택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내 방향성을 고민했다. “너는 무슨 일을 하고 싶어?”라는 물음에 “모르겠어.”로 일관했지만, 어렴풋하게 답은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무언가를 이루면 좋겠어. 무엇보다도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 가치와 진심을 전하는 일이 나의 지향점임을 알게 되자, 숨겨놨던 예술이 떠올랐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아트모아 사이트를 번갈아 들어가며 교육과 취업 정보를 찾던 어느 날, 아트모아 기자단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이제 막 문화예술 분야에 입직하고자 정보를 찾던 나에게 문화예술 분야 기업 실무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활동은 매력적이었다. 기자단 지원을 준비하면서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해보았다. 영화, 영상, 책, 디자인. 예술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쭉 나열해보니 내 삶의 방향은 이미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면접 날, 용기가 생긴 나는 스스로를 ‘나는 예술 좋아하며 이 분야에서 직업을 갖고 싶다.’고 소개했다.
예술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나는 특히 공연예술을 좋아했다. 무대 위에는 세상 모든 이야기를 담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단 활동을 하며 공연예술 분야의 실무자분들을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취재는 국립현대무용단 홍보마케팅팀 김여항 팀장님이었다. 예술의전당에 있는 국립현대무용단 사무실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하던 그날이 생생하다. 우려와는 달리 김여항 팀장님께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해주셨고, 자연스럽게 알려주시는 업계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첫 인터뷰를 통해 이 아트모아 기자단 활동이 예술의 모든 얼굴을 알고 싶던 나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는 활동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나의 세계는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더욱 커졌다. 필로스토리 김해리 대표님과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해리 대표님은 다양한 영역에 예술을 연결하는 일을 하며 내가 그리고 싶어 하던 삶을 살고 계신 분이었다. 기자단 면접에서도 어느 기업을 인터뷰하고 싶냐는 질문에 김해리 대표님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정말 취재 기회가 오게 된 것이다.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현장이 참 아름다웠다’고 축제를 만들었던 경험을 말하는 김해리 대표의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예술을 곁에 두고 함께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예술. 예술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던 내게 새로운 전환점을 준 인터뷰였다.
핸드스피크 정정윤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할 때였다. 정정윤 대표님께서 내게 기자 활동을 왜 하는지 물어보셨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그동안 생각해 왔던 마음을 전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인터뷰하러 다니다 보면 하나의 꿈을 가지고 꾸준히 길을 걸어오신 분도 있지만, 예술과 관련 없는 일부터 시작하여 인연이 되어 현재 자리까지 올라오신 분도 만날 수 있었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지금은 고민하고 걱정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매번 받을 수 있었어요. 그때마다 이 활동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기자단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도 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현직 실무자분들은 그 일을 위해 살아온 것 같은 아우라가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런 걱정은 조금씩 가라앉게 되었고 혹여 실패하더라도 차근차근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가 나도 예술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누구나 시작이 있다. 기사를 처음 작성했을 때도 긴 피드백을 받았다.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막막하여 노트북을 켜두고 한 글자도 고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던 날이 생각난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조금씩 노련해졌다. 인터뷰 중간에 넣는 사견은 어느새 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기획부터 취재, 원고 작성, 콘텐츠 제작까지. 대외활동 중에 이렇게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경험이 또 있었던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메일 쓰는 법과 취재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까지 잘 익히게 되었다. 기자단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던 뜻깊은 활동이었다.
아트모아 기자단을 비롯하여 2021년 하반기는 문화예술 활동으로 꽉 찬 덕분에 주변에서 나의 문화예술 활동을 응원해주기 시작했다. 나를 잘 아는 분들은 “너 그럴 줄 알았어.”라며 일찍이 내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겠거니 눈치채고 있었다고 한다. 함께한 1기 기자단분들도 누구보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이다. 기자분들의 취재계획서와 원고를 읽어보면 얼마나 애정이 많은지 느껴진다. 훗날 기자분들이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로 인터뷰이가 되는 상상을 하면 짜릿하다.
아트모아 기자단과의 작별 인사를 앞두고 기사를 다시 읽어본다. 그동안은 “무대 위 창조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명함의 문구가 쑥스러워 기사 끝부분에서 뒤로 가기를 누르곤 했었다. 기자단을 시작할 때 ‘무대’는 실제로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의미가 삶이라는 무대로 확장되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예술적 행위를 사랑하는 것. 이제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