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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토포스 스튜디오 (아트모아 기자단 4기 최정인 기자)

작성자 : 추명지 조회수 : 878 2024-10-31

[아티(ATI) 기업탐방] 토포스 스튜디오


가상공간을 현실 공간과 동기화하다


토포스 스튜디오 허대겸 대표


현대미술의 깊이를 시각 미디어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토포스 스튜디오가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며 주목받고 있다. 

실감 미디어가 지닌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며 관객과 깊이 있는 소통을 꾀하는 허대겸 대표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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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포스 스튜디오 허대겸 대표



토포스 스튜디오는 어떤 기업이고, 대표님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시나요?


저희는 현대미술가의 좋은 컨셉 중에서 실감미디어 아트로 구현되면 좋을 것 같은 개념들을 발굴하고, 이를 3D 기반 미디어 아트로 만들고, 또 만들어진 IP를 기반으로 전시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저는 아트 디렉터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기획부터 홍보까지 총괄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업명은 ‘몇 개의 모티프들이 자주 반복되면서 이루어내는 고정형이나 진부한 문구를 지칭하는 말’인 토포스에서 따오신 건가요?


토포스는 라틴어 ‘토포이’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토포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용어인 ‘토픽’을 의미하는데요. 그리스 철학에서 토픽이라고 하면 일차적으로 물리적인 장소를 의미하지만, 의미나 담론의 장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실감 미디어가 구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의미를 가진 ‘장소’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해당 용어를 차용했습니다.


국내 최초 미디어월 자동화 솔루션인 The Gate에 관해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저희는 주로 언리얼 게임엔진을 통해서 콘텐츠나 영상을 만들어 내는데요. The Gate는 언리얼 게임엔진에 최적화된 솔루션입니다. 

전통적으로 예술 감상은 평면적인 형태로, 예를 들어 벽에 걸린 그림이나 스크린에서 멀리 떨어져 영화를 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실감 미디어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현실 세계와 분리된 가상 공간에서 영상과 소리로 둘러싸이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The Gate는 가상 공간과 물리적 공간을 동기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영상을 현실 공간에 최적화된 형태로 렌더링합니다.


첫 프로젝트였던 '1948년의 유령들'부터 최근 진행 중인 이머시브 씨어더 ‘The Abyss Beyond’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년 전 울산 시립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알도 탐벨리니 작가의 작품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미술을 미디어 아트로 전환하는 작업이 어려운 현대미술을 더욱 쉽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예술 전시를 기획하다 보면 의미 있는 전시를 구현하면서 동시에 사업화를 하는 것이 당면하는 과제라고 생각되는데, 해당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현대미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임을 확인했고, 이는 사업화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과거 머니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상공간 내의 공간을 넓히는 방법은 음향 기술과 결부돼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왜 하필 음향 기술일까요?


그래픽카드의 향상 때문에 시각화 기술이 많은 진보를 보였지만 물리적 현실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아직 많은 기술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음향 기술은 이미 기술적 성숙도가 많이 올라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입체음향을 가상공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체험 요소로서 시각적인 요소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도 이이남 작가와 협업해 5.18을 다루신 것도 그렇고, 첫 프로젝트 또한 제주 4.3을 이머시브 씨어터 형태로 재구성해 선보이셨어요. 예술이 행하는 사회적 기능에 대해 깊게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당연히 예술은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사회적 기능을 어떻게 흥미롭게 표현하느냐입니다. 저는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장소의 의미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실감형 미디어를 연구해 왔습니다. 첫 프로젝트였던 '1948년의 유령들'도 이러한 연구의 일환입니다.

예술 역사를 보면 어떤 매체가 처음 만들어질 때, 초기에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다가 일정 이상으로 발전하게 되면 현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더 성숙해지면 눈에 보이는 것 이면의 관념을 표현하게 됩니다.

실감형 미디어도 개발 초기에 있는 오늘날에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결국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심층적 의미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실감형 전시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체감하시기에는 어떠신지, 이 분야가 더 발전하려면 어떤 움직임들이 필요할지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실감 미디어의 사전적 정의는 영상이나 소리로 완전히 둘러싸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실감형 미디어는 아주 짧은 역사를 갖고 있으나, 예술 역사적으로 보면 체험자를 영상이나 소리로 둘러싸는 형태의 예술 작품은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습니다.

가장 비슷한 형태의 미디어로 18~19세기에 만들어졌던 파노라마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적 비즈니스로서 개발되고 만들어졌는데요. 오늘날 실감 미디어도 굉장히 유사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국가사업의 일환으로서 시도된 사업들이 만들어진 이후로 지속 가능한 전시 콘텐츠로서 유지될 수 있도록 아카이브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 예술 분야에서도 AI가 화두인데요. 이에 관한 대표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의 예술가들이 AI를 받아들이는 경향은 부동산 투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예술가가 어떤 매체를 기술적으로 배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가에 따라서 다른 결과물이 나오고, 그 결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이 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가가 자신이 주로 활용한 매체를 선택하는 것은 예술가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와 결부된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AI가 시각 매체를 만들어내는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 것은 맞지만 아직 구상적 표현에 있어서는 많은 기술적 성숙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AI가 예술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갑자기 모든 것이 다 바뀔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며,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작업에 적합한 매체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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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허대겸 대표의 모습


토포스 스튜디오는 아트코리아랩의 입주기업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통해 기업 성장의 기회를 제공받고 있는데요. 특히나 어떤 부분이 도움 되시나요?


다양한 입주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네트워킹을 제공받는다는 점이 특히 도움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벤처캐피탈(VC)과의 만남 및 투자자와의 연계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입주 기업들에 대한 분석과 니즈 파악으로 시설이 아주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업무에서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이 있다면요?


실감형 미디어는 기존의 영화나 회화 매체 등과는 다른 패러다임의 매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역사가 완전히 깊지 않은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가능성을 믿으며,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업무에서 힘드신 순간은요?


저희는 코로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 비대면으로 일을 하는 회사입니다. 비대면 근무에는 장점도 있지만, 관리자들에게는 이로 인한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성향을 가진 분들이 이 직종과 잘 맞을까요?


말씀드린 것처럼 영상으로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실감 미디어 업종에서 일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리겠습니다.


실감 미디어가 새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라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자유로운 매체일 것 같지만 사실 실현 과정에서 많은 제약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이 업종은 국가 비즈니스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국가의 역사와 개념을 반영하고, 국가가 지향하는 기술적 방향을 연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동적 배움보다는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과 창작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감 미디어는 상용화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안정적인 지원 속에서 창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분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