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한겨울크래프트랩 (아트모아 기자단 4기 성예진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한겨울크래프트랩
보령을 담은 도예로 작품을 브랜딩하다
한겨울 크래프트랩 한겨울 작가
수많은 예술 작품 중 사람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 작품만의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겨울 작가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담은 작품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리지 않고 담아내는 우연함’을 표현하는 마블칩 기법과 ‘보령’이라는
지역적 특색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여내는 것이 특징인 한겨울 작가의 작품은,
도예 분야에서 단순한 작품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탄탄히 구축하여 작품을 브랜딩한 한겨울 작가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한겨울 작가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보령 머드로 보령의 풍경을 담는 도예가 한겨울입니다.
한겨울이라는 작가님의 본명으로 창업하셨는데요. ‘한겨울 크래프트랩’을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사업자 등록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어떤 이름으로 사업자를 낼지 고민하고 있는데 저희 엄마가 한겨울이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데 왜 다른 걸 쓰려고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서 ‘한겨울 크래프트랩’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한겨울 크래프트랩 로고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시고 석박사 과정까지 마치셨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전공을 살려 쭉 도예의 길을 걷고 계시는데요. 오랜 시간 도예와 함께하며 느끼신 도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도자기는 최종적으로 불에 구워야 완성이 되거든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내더라도 무조건 마지막에는 불의 심판을 거쳐야 해요. 불의 심판을 거치지 않으면 도자기는 절대 완성될 수 없죠. 그런 점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또 도자기는 회화와 입체 조형의 경계에 있으면서도 공예품이라는 실용성을 가졌어요. 실용성이 있는 예술품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도자기는 틀에 갇힌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제작 과정에서 재료의 한계점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 안에서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런 양면적인 특징도 도자기의 매력 중 하나죠.
도예 작업 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레 작업이 아닌 석고 몰드를 이용한 석고 슬립 캐스팅 기법을 사용해 작업을 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석고 슬립 캐스팅은 어떤 기법인가요?
제가 작업할 때 사용하는 슬립 캐스팅 기법은 흙을 손으로 반죽하고 물레에 돌리면서 직접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과 조금 달라요. 흙을 녹여서 흙물을 사용해요. 석고 몰드 틀에 녹인 흙물을 부어서 굳힌 후 형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에요. 금속 공예로 생각하면 쇠붙이를 녹여서 거푸집에 부은 다음 굳혀서 만드는 주물과 같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겨울 작가의 도자기 작업 과정
현재 한겨울 크래프트랩에서 판매되고 있는 작가님의 작품들은 ‘그리지 않고 담아내는 우연함’이 특징이죠. 보령 머드를 사용한 작가님만의 작업 방법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액션페인팅을 하듯이 추상적인 패턴을 담아내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슬립 캐스팅 기법은 하나의 형태를 틀에서 계속 뽑아내는 방법이다 보니까 같은 모양이 반복해서 나오거든요. 그 일정한 모양에 좀 더 회화적이고 예술적인 감성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액션페인팅의 방법으로 마블링, 드리핑 작업을 하나하나 표현해 주고 있어요. 붓으로 그리지 않고 우연히 나오는 무늬들을 담아내어 보령의 풍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블칩 기법은 저만의 시그니처 작업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 낸 방법인데, 마블링 표현을 칩 모양으로 만들어서 저만의 독보적인 느낌을 냈습니다.

마블칩 기법으로 표현한 한겨울 작가의 작품들
우연성에 기반하는 마블칩 기법을 이용해서 보령 지역의 풍경을 담아낸다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셨나요?
우연성이 특징인 기법에 맞게, 마블칩으로 보령의 풍경을 담는 작업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파란색으로 바다의 물결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거든요. 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어쩌다가 제가 막 급하게 그려냈는데 우연히 나온 무늬들에서 산과 바다, 섬의 느낌이 나는 거예요.
보령 지역은 바다와 섬,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특징이 있는 풍경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제가 자주 지나다니는 성주터널을 지나서 나오면 그런 풍경이 펼쳐지거든요. 제가 급하게 작업하다가 그려낸 무늬들이 딱 그 풍경이랑 너무나 닮아있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쭉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연구해서 보령의 풍경을 담아내게 되었습니다.

푸른 물결 느낌을 낸 작업물

물결 작업에서 발전하여 보령의 풍경을 담아낸 작업물
작가님의 작품과 보령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업이 보령의 문화예술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보령 머드를 작품의 재료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보령은 사실 고향도 아니고 아무 연고가 없어요. 그런데 보령에 오게 된 이유는, 저희 아빠가 벼루를 좋아하셨어요. 보령이 원래 벼루가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아빠가 벼루를 연구하기 위해서 보령에 처음 가시게 되면서 저도 보령과 연이 생겼어요. 그러다가 이 지역에서 살기로 결정하게 됐죠.
그렇게 보령에 살게 되면서 전시와 교육사업 등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는데, 그 중 보령만의 특색이 있는 공예 작품 전시를 기획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보령의 특색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보령의 여러 특산물 중 보령 머드를 사용해서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처음 보령 머드를 만져보게 되었고, 그걸 계기로 보령 머드를 재료로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을 쭉 하게 되었어요.
혹시 작가님이 작업하신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있는 작품이 있다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장 애착이 있는 작품을 고르라고 하면 아무래도 산수화가 담긴 ’방울잔‘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보령 머드를 재료로 사용해서 보령 지역의 풍경을 담아내는 저만의 작업법이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거든요.
이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부터 완성할 때까지의 과정이 다 재밌었어요. 그리고 저의 다른 작품들도 이 방울잔을 작업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같이 만들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 방울잔이 가장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작가님처럼 창업해서 작품을 판매하려면 작품의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실용성도 그에 못지않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것 같아요. 예술성과 사업성을 둘 다 고려하며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작업이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지금도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이런 부분인 것 같아요. 도자기는 공예의 범주에 있기 때문에 실용성이 꼭 필요해요. 실용성과 심미성을 둘 다 만족시키려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여러 시도를 하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받으면서 적정선을 찾아가고 있어요. 이제 또 새로운 작업을 하려고 준비 중인데 대중이 좋아하는 실용성과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각각 얼마씩 반영할지가 가장 큰 문제죠. 쉽지 않은 일이에요.
작업이 잘 안 풀릴 때는 작업실을 나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해요. 제가 시골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생활패턴이 고정된 편인데, 가볍게 산책하거나 드라이브하며 자연 풍경을 감상해요. 아무래도 지역 특성상 집 앞에 바로 계곡과 산이 있고, 바다도 가깝다 보니 자연에서 관찰과 수집을 하며 아이디어를 얻어서 작업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한겨울 작가가 작업할 때 참고하는 보령 지역의 자연 풍경
작업에 공을 들이시는 만큼 작품이 잘 나왔을 때 굉장히 뿌듯하실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며 특별히 보람찼던 순간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도자기 10개를 만들면 그중에 완벽한 작품은 하나가 겨우 나올 정도로 도자기 작업에는 어려움이 많거든요. 그래서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해요. 그렇게 노력해서 작업을 했을 때 부족한 부분 없이 정말 완벽하게 작품이 잘 나오면 그때가 제일 보람 있고 기분 좋아요.
작업을 하시면서 많은 아트페어에도 꾸준히 참가하셨더라고요. 아트페어에 참가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정말 많을것 같은데, 다양한 행사 참여에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준비할 것이 많고 힘들긴 한데, 사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도파민에 중독되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그리고 예술가들은 내 작업을 알리고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제가 지금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거죠. 그런 행사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봐요. 그걸 통해서 ‘아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작업을 발전시켜야겠다’, 이런 영감도 얻고요.

한겨울 작가의 아트페어 참여 사진
물론 쉬운 전공은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예체능은 전공을 살리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죠.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도예를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사실 쉽지 않은 길이예요. 저도 포기할까 하는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때마다 ‘이번 한 번만 더 해보자’, ‘이거까지는 해보고 싶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 한번이 반복되면서 계속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 잘 풀릴 때도 있어서 이렇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해외를 포함한 여러 도자 박물관에서 작가님의 작품을 소장 중이고, 작년에는 홍콩 파인아트 아시아 아트페어 대표 작가에도 선정되셨어요. 그동안 도예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셨는데, 앞으로의 도예가 한겨울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계속 발전하면서 저만의 길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작가지만 기획자나 문화예술 교육사로도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그 일들이 작가로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앞으로도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딱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완성형의 모습보다는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진행형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일들을 하며 발전해 나가고 싶어요.
작가님처럼 자신의 작품을 하나의 고유한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많은 예술가들의 목표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쟁력 있는 나만의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작품을 보다 보면 비슷비슷한 것들은 참 많거든요. 작업을 할 때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서 잘 표현하였느냐가 그 비슷한 작품들 사이에서 변별력을 가르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매체가 발전해서 자료를 찾기가 쉽고 검색만 해도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잖아요. 다양한 자료들을 최대한 많이 접하고 그것 중에서 시도해 보고 싶은 것들을 찾아내서 최대한 많이 실험해 보고 연구해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보고, 많이 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