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대구간송미술관 (아트모아 기자단 4기 김려원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대구간송미술관
지켜낸 우리의 전통에 한 걸은 더 가까이,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 이랑 책임학예사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유산이 해외로 반출될 위기에 처했었죠.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문화의 가치를 알고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이 있었습니다.
치열한 고민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 간송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대구간송미술관을 만났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대구간송미술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전시 기획을 담당하는 이랑 책임학예사입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관(보화각)의 지방분관 형태로 올해 개관한 미술관이에요. 보화각은 연구 중심의 기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시를 봄가을에 한 달 반 정도 하고 대부분은 닫아놓아서 전시를 보려면 딱 그 시점에 찾아가야만 볼 수 있었어요. 상설 전시 공간이 없었던 거죠. 대구 분관은 그 부분에서 다른 점이 있습니다. 늘 가깝게 간송미술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단순히 지방분관이 하나 생긴 것 이상의 도전적인 시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은 이제 개관한 지 두 달이 되어가는 미술관이죠. 그동안 정말 많이 바쁘셨을 것 같은데, 두 달간 대구간송미술관과 학예사님의 일상은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대구간송미술관에 들어온 게 23년도 초였어요. 더 일찍 들어오신 분들도 있고요. 그때부터 이 팀이 개관 하나만 보고 쭉 달린 거예요. 9월에 개관하고 보니 너무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평일 평균 2,500명, 주말 평균 3,500명이 왔어요. 이 정도 관람객 수는 고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에서는 사실 흔하지 않거든요. 예상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작품을 사랑해 주셔서 굉장히 놀라웠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전 관리 같은 부분도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두 달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현재 대구의 다양한 문화예술 기관과 함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소장품 전시 이외에도, 이런 특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단순히 지역에 소재한 미술관으로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전국에서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대구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지역 문화와의 융합과 조화라는 부분도 역시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지역 문화예술공연기관과 연계해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본 것 같습니다. 향후에는 지역 미술관, 박물관과 협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수리복원실이 있잖아요. 영남 지역에는 지류 문화유산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수리·복원해 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어떻게 하면 대구 시민들을 위해서 저희의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는 부분들이 무엇일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구간송미술관에는 <미인도>, <훈민정음해례본> 같은 주요 국보들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학예사님이 생각하시는 이런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보존과 연구를 하는 이유는, 지금의 세대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함인 것 같아요. 단순히 보존만을 위한 보존으로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소중히 아끼고 연구해서 대중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대구간송미술관이 받는 뜨거운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인 것 같아요. 성공적인 개관전 이후에 관심이 식어버린다면 그건 참 아쉬운 일이잖아요.
지켜낸 문화유산들을 대중들이 ‘더 흥미롭게, 아름답게 감상할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답으로서 대구간송미술관이 기능할 수 있도록, 개관전 이후에도 관심과 사랑이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의 모습
‘학예사’라는 직업을 위해 필요한 역량이나 경험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고미술 전공을 하셔야 합니다. 관련 전공은 광범위해요. 사학이나 미술사, 고고학, 박물관학, 민속학 등의 학과가 있습니다. 저희는 서화류들이 많다 보니 고미술 안에서도 회화나 도자 전공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기관마다 뽑는 전공자들이 조금 달라져요. 국공립박물관에는 워낙 다양한 분야의 유물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자들을 뽑죠. 그런데 주제나 테마가 있는 기관에서는 그에 해당하는 전공자를 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공 석사나 박사를 한 뒤, 연구원 기간을 거칩니다. 그렇게 2~3년 정도 하면 학예사 자격증이 나오거든요. 그 경력을 가지고 기관에 학예사 지원을 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예사는 다양한 역량이 요구돼요. 일단 전시 기획의 방향을 정하면서, 전시 공간 연출도 해야 합니다. 물론 시공자들은 따로 있지만 다 학예사의 최종 승인을 받고 만들거든요. 그래서 전시의 디자인적인 부분도 주제를 잘 반영한 것인지 학예사가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기관에 따로 디자이너가 있으면 조금 괜찮은데, 디자이너가 없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러면 기획한 큐레이터가 공간, 포스터, 리플렛, 영상 등등 전부 다 최종 디렉팅을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여러 가지 분야에 관여해야 하므로 다양한 재능이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미술관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꽤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연구한 것을 전시로 보여주는 과정이 의미 있어요. 요즘은 지자체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많이 짓는 추세잖아요. 그리고 지역 문화 자산을 보존해야 할 필요도 있고요. 그래서 수도권이 아니어도 시야를 넓혀 전국적으로 내가 어느 역사적인 배경에 어울리는 연구를 했는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들에 지치지 않는다면, 창의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늘 공부가 되는 직업이에요.
학예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창의적인 요소가 정말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매번 뭔가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보람 있는 만큼 스트레스이긴 하죠. 여러 가지 책임들이 기획자에게 몰려 있잖아요. 경력이 쌓이더라도 쉬워진다기보다는 책임이 더 커지죠. 그런데 사실 익숙해지면 권태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 직업은 익숙해지지 않아요. 늘 도전적이고요. 그런 만큼 초반에 스트레스가 클 수 있지만 그것이 풀리면 성장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꼭 봐야 하는 전시품이나 전시관이 있으시다면요?
사실 국보·보물만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마 앞으로도 국가지정문화유산만 나오는 전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특별히 봐야 한다기보다는, 내 시각과 관점에서 국보는 뭘까를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지정문화유산이라는 것도 결국 어떤 누군가가 이것은 마땅히 국보·보물이라고 판단한 거잖아요. 고미술은 전통의 권위가 있어요, 특히 그중에서도 국보·보물은 더 권위가 있죠. 그래서 이건 좋다니까 좋은가 보다고 생각하기도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관람하시는 분들도 해설에 너무 국한될 수도 있는 거예요. 사실 지정문화유산이라는 것은 어쩌면 주관적인 판단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도 있고요. 절대적인 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을 현대의 우리가 아름답다고 가치 평가를 내려야 지정문화유산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모든 관람객이 스스로 생각하는 지정문화유산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관습적으로 상식과 평균의 눈으로 보기보다는 새롭게 비평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미술의 경직성을 해체할 수 있는 것들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더 다양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열릴 수 있는 장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국보·보물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주눅이 들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해석은 늘 바뀌는 거예요. 해석은 고정되어 있지도 않고, 지금의 해석이 만든 사람이 기대했던 해석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도 보시는 분들이 여러 가지 감상을 가질 방법이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저희조차도 과거 전시했던 방식을 생각하며 경직되거든요. 전통의 권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잘 알고 있고요. 그렇지만 저희가 경직되면 보시는 분들도 경직되고, 그럼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이번 국보·보물 이후에 다양한 주제들은 조금 더 역동적인 방식으로 소개할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구간송미술관 ‘아름드리나무 기둥’
미술관에서 그런 시도를 자꾸 해주시면 대중들은 훨씬 더 작품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렵습니다. (웃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도 비슷한 고민을 하셨어요. 클래식도 워낙 대가들이 작곡한 곡인데, 또 그 곡을 연주한 대가들의 연주자가 있는 거죠. 그걸 다 알고 있는 오늘의 연주자는 또 다른 창작을 해야 하는 거예요. 너무 전통에 매몰되어서도 안 되고 혼자 창의적으로 가는 것도 안 되는 거죠. 그 접점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과거를 배려한 현대적인 해석. 이런 부분들이 전통을 기반해서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내는 모든 사람이 안고 있는 과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