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국립중앙박물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우리 문화유산, 세계와 교류하며 일상에 예술을 더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양승미 학예사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외 박물관, 기관과 교류를 통해 다채로운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고대 그리스 로마 상설전시실을 개관했고,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교류한
합스부르크 전시가 많은 사랑을 받고 막을 내렸습니다.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유산을 연구, 보존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로 풍요로운 일상을 만들어 주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팀 양승미 학예사님을 만나
국제교류, 디지털 복원, 전시 기획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 양승미 학예사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 전시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양승미 학예사입니다.
몇 년 사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정말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끝났다고 느끼시면서 하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즐기러 오시는 것 같아요. 특히 외국인 관람객도 많이 오셔서 큰 변화로 보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람객은 주로 상설 전시를 많이 관람하시는데요. 어떤 기획전이 있는지 궁금해 하시고, 한국 문화재로 기획한 특별전은 꼭 보고 가십니다. 저는 한류와 여행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해외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가장 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잖아요?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양승미 학예사님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 전시과 소속이신데요. 교육문화교류단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인지, 전시과의 업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교육문화교류단은 총 5개의 부서가 있습니다. 국제 교류나 홍보를 담당하는 문화교류홍보과, 국내외 특별전과 한국실 운영을 담당하는 전시과,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교육과, 어린이박물관을 책임지는 어린이박물관과, 전시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인팀으로 나뉘어 있어요. 전시과는 크게 세 가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해외 문화재를 국내에서 보여주는 특별전을 맡습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 문화재를 해외에서 보여주는 국외 전시, 마지막으로 해외 박물관에 있는 한국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 고대 그리스 로마실, ⓒ국립중앙박물관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교류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처럼 해외 박물관과의 교류 전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해외 박물관과 교류하는 전시의 기획 배경은 무엇인가요?
전시를 기획하게 되는 이유는 매번 다릅니다.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같은 경우는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빈미술사박물관의 대표 컬렉션이 합스부르크 가문이기 때문에 합스부르크를 잘 보여주는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1892년에 수교를 했는데, 고종이 당시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조선의 갑옷과 투구를 선물로 줬고, 그것이 빈미술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교의 의미를 다시 느낄 수 있도록 전시 에필로그에 조선의 갑옷과 투구를 전시하게 됐습니다. 수교를 기념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박물관으로 전시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성사되는 경우도 많고, 교환 전시 형태로 한국 문화재를 해외 박물관에 전시하는 등의 협력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합스부르크 전시가 끝나고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컬렉션으로 상설전시실 3층에 고대 그리스 로마실을 개관했어요. 3년 정도 더 선보여질 예정이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 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
양승미 학예사님께서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을 담당하셨죠? 예매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요.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마무리하신 소감도 궁금합니다.
저도 비결이 궁금한데요. (웃음) 비결을 고민해 봤을 때 코로나로 여행을 가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합스부르크는 유럽의 미술과 문화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합스부르크 가문이 세계사의 뼈대를 알 수 있기에 교육적인 목적으로도 많이 찾아와 주신 것 같아요. 관람객 중에 학생들도 정말 많았거든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 전시를 편안하게 감상하실 수 있게 더 준비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이 즐거웠다는 후기를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전시과에서는 해외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도 담당하고 있으신데요. 해외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 현황은 어느 정도인지, 박물관마다 어떤 한국 문화재가 어떤 경로를 통해 소개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파악하고 있는 해외 박물관 한국실은 25개국 70관 정도입니다. 한국실 지원은 여러 방법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중장기 지원입니다.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인데요. 전시장 공간 개선, 리모델링, 유물 대여, 특별전 개최, 한국실 담당 큐레이터 채용, 교육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있어요. 한 가지만 지원해서는 한국실을 활성화해 가시적인 결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거점 기관을 선정해서 중장기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단기 지원이 있습니다. 리모델링, 교육프로그램 지원, 한국 문화재 도록 발간, 한국 문화재정보 온라인 공개서비스, 보존처리 지원으로 구성되어 단 건으로 진행합니다.
해외 박물관 한국실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장기 대여해주는 사업도 있습니다. 현재 5개 기관에 대여해주고 있고요. 장기 대여 같은 경우는 재질 특성에 따라 소장품이 어느 정도 정해지는데, 주로 도자와 금속공예가 출품되는 편이에요. 지류, 회화의 경우, 한국에서도 3개월 전시하면 9개월의 휴지기를 가지는데, 지류 특성상 보존 관리가 엄격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3개월 정도 해외에서 특별전을 여는 한국 문화재 국외 전시도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 박물관과 다양한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 관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왼 <평생도> 원본 / 오 <평생도> 디지털 복원본 ⓒ국립중앙박물관
양승미 학예사님은 <평생도> 디지털 복원을 담당하셨죠. 평생도는 태어나서 평생을 보내는 과정 중 가장 경사스러운 순간을 남기는 조선시대 작품인데요. 평생도가 디지털 복원 콘텐츠로 제작된 배경과 디지털화의 장점이 궁금합니다.
2021년에 해외문화홍보원과 협력해서 평생도 디지털 복원 및 미디어 병풍 제작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해외에서는 회화에 많은 수요가 있어요. 하지만 회화는 복식만큼이나 까다로운 재질이라 전시하더라도 기간이 짧고, 휴지기도 가져야 하죠. 그래서 해외 한국문화원이나 해외 박물관 한국실에서 보여줄 수 있는 디지털 회화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평생도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가장 이상적인 삶으로 생각한 8가지 장면을 병풍으로 남긴 작품이에요. 인생이라는 주제로 외국인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고, 조선시대 사회상을 단계별로 잘 담아 보여줄 수 있기에 선정했습니다. <평생도>는 손상이 많은 작품이라 디지털로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대부분의 <평생도>는 비슷한 도상을 기반으로 하기에 다양한 <평생도>를 비교하면서 작업했습니다. 디지털 복원의 장점은 빛바래고 오염된 부분을 복원할 수 있으면서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수정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에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휴게 공간에 상영중인 <평생도>, 디지털 복원 전후를 비교할 수 있다.
현재 디지털 복원된 <평생도>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복원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미디어 병풍이라는 틀을 만들었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기증관 앞 휴게 공간에서 먼저 상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디지털 복원의 전후를 볼 수 있게 온라인 홈페이지에도 공개했죠. 이후로는 해외에 위치한 한국문화원과 해외 박물관 한국실에서 활용할 계획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분청사기
양승미 학예사님이 가장 애정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은 무엇인가요?
하나를 꼽기는 정말 어렵고요. (웃음) 시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지금은 분청사기를 애정합니다. 저는 올해 12월에 진행될 미국 덴버 박물관의 분청사기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도자를 굉장히 많이 보게 됐습니다. 이전부터 분청사기의 문양이나 기법에서 나오는 현대적인 감각과 자유분방한 느낌에 매력을 느껴왔었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더 빠지게 됐죠. 미국에서 하는 분청사기 전시를 외국인도 흥미롭게 관람하실 것 같고, 이번 전시가 잘 개최되길 바라는 마음을 더해 분청사기를 꼽겠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양승미 학예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근무하신 지는 얼마나 되시나요?
2013년에 입사했고요. 그전에 2011년부터 2년 가까이는 전시과 연구원으로 일하며 전시를 보조했습니다. 전시라는 업무에 매력을 느껴 결국 학예사를 선택하게 됐어요.
그러면 전시과에서만 근무하신 거네요. 전시과의 업무는 잘 맞으시나요?
전시과는 해외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컬렉션과 맥락을 유지하면서, 한국 대중이 흥미를 갖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합니다. 합스부르크 전시만 생각하더라도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합스부르크를 모두가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 대중이 합스부르크 가문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비교적 적습니다. 그래서 같은 작품을 보여주더라도 맥락을 다르게 해서 전시를 기획해야 합니다. 한 전시를 기획할 때 최소 1년 반에서 3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오래 공부하다 보면 점점 쉽게 느껴지는데, 그러한 부분이 대중에겐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점을 놓치지 않고 대중들에게 잘 풀어내는 것이 전시과의 숙제입니다. 이런 과정이 즐거워서 일하고 있네요. (웃음)
박물관에 취업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에서 러시아어를 배웠고 대학에서도 러시아 어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원래 러시아 미술 쪽에 관심이 있어서 서양미술로 석사를 하게 됐어요. 2011년부터 전시과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때도 해외 문화재 전시를 진행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시 자체에 큰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언제부터 박물관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으셨던 거예요?
전시는 계속 좋아했던 것 같고, 미술사를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다른 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공부하는 것 자체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흘러온 것 같아요. 학예사 업무에서 성취를 많이 느끼고 있어서 적성이라 생각합니다.
박물관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공의 석, 박사 학위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해당 전공, 학위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울까요?
석사학위는 필요한 것 같아요. 학예직은 공부하는 직업이고 학위가 관심 분야를 보여주기 때문에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예사는 본인들의 전공과 경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계속 넓혀가기 때문에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것 같아요.
석사로 서양미술을 전공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계속 서양미술을 좋아해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미술사에서 세부 전공을 정할 때는 내가 어떤 미술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과 공부, 둘 다 항상 스트레스가 있잖아요. 최소한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를 해야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의 학예사, 에듀케이터 등에 관심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험을 쌓는 것이 박물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나 갤러리, 모두 일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일을 해본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을 해봐야 내가 버텨낼 수 있을지, 내 적성이 맞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술사를 공부하는 것과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은 매우 다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일해 본 경험이 없는 사회초년생이라면 첫 일을 시작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경험이 있어야 진정성을 알아봐 주실까요?
예를 들어 전시를 관람할 때 ‘내가 기획자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가정을 해보는 거예요. 어떤 전시를 보든 간에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 있거든요. 물론 전시에서 좋았던 점을 머리에 저장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예사는 전시의 모든 것을 세팅해요. 설치 간격, 분위기, 네임카드, 디자인 등 설치에 들어가면 못 바꾸는 것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전시공간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유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활용하여 복합적으로 전시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러면 ‘미디어를 어떤 유물에 쓸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죠.
더불어 전시의 흐름이 어떤지, 주제는 적절한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합스부르크 전시를 준비할 때 에필로그 패널이 제일 어려웠어요. 에필로그 패널은 전시 내내 가져온 이야기 흐름에 너무 어긋나지 않게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람자의 입장에서 전시를 봤을 때 이야기를 따라오고 있을지도 고민해야 돼요. 학예사는 미술사만 공부해서 얻은 지식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감각을 익히려면 전시를 많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더불어 학예사는 사람과 하는 일이에요. 모든 것을 어떻게 타협해 나갈 것인가도 중요한 부분이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예사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학예사라는 직업이 보이는 것만큼 예쁘지만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나의 전시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고민과 공부를 해야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해요.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를 맞닥뜨렸을 때 좌절을 이겨내는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다 보상할 만큼의 성취가 있다는 것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고민과 변수 속에서도 내가 이 일을 하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