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쥬스컴퍼니
지역이 담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꾼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
각 지역은 자신만의 고유성과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특별함을 모두가 알게끔 말하고 있는 지역은 많지 않다.
어쩌면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이 잘 닿지 않아 우리가 모를 수도 있다.
지역문화기획은 지역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분야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품은 지역을 문화를 통해 널리 알리는 지역문화기획자,
쥬스컴퍼니의 이한호 대표를 만나보았다.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
안녕하세요, 이한호 대표님. 본인과 쥬스컴퍼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역문화기획을 하고 있는 이한호입니다. 그리고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쥬스컴퍼니는 2006년도에 처음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17년 동안 지역문화의 성장과 다양한 정책을 연결하는 전략 기획 활동을 하는 기업입니다. 주로 도시, 예술, 여행 분야와 관련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쥬스컴퍼니 사진 ⓒ쥬스컴퍼니 공식 홈페이지
이한호 대표님은 지역문화기획자이시고, 쥬스컴퍼니도 “지역의 문화와 산업에 기반한 문화적 지역재생 전문기업”이라고 소개된 것을 보았습니다. 지역문화기획이라는 분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지역문화기획이라는 분야는 지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이곳으로 더 많이 불러들이고, 혹은 지역 안에서 그런 움직임을 더 많이 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어떤 지역에 흥미가 있는 분들에게 그곳이 가진 매력을 좀 더 잘 드러내게 하는 역할도 있고요. 이 두 가지 방향의 일을 해결함에 있어 문화적 방법론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 지역문화기획자의 일인 것 같습니다.
공연기획, 축제기획처럼 다양한 문화기획 분야가 있는데, 지역문화기획이라는 색다른 분야를 택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부분 문화기획자를 공연이나 축제를 예술 소비자들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매개자나 예술인의 창작을 촉진시켜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일보다는 지역에 더욱 관심이 많았어요. 공연을 하나 만들기보다는 어떤 지역이 가진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 더 재미있었고, 지역 현장에 관한 관심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이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그 뒤로 계속 지역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새롭게 만드는 일을 하는 지역문화기획자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어요.
쥬스컴퍼니가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지역문화 프로젝트를 “등대 프로젝트”라고 이름 지으신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나요?
등대 프로젝트는 쥬스컴퍼니가 해왔던 일 중에 광주 양림동 프로젝트, 남산골 한옥마을 프로젝트, 그리고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 프로젝트와 같이 쥬스컴퍼니가 대외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지향점을 드러내는 프로젝트입니다. 마치 등대처럼 저희 회사가 가진 방향성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라는 의미도 있고요. 동시에 쥬스컴퍼니가 지역의 등대가 되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우리가 함께 일하는 지역들이나 지방자치단체들에게 당신들이 가진 현재의 고민과 문제점들을 우리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조금 더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따라서 우리가 가진 어떤 지향점을 지역과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를 담아 등대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쥬스컴퍼니에서 위탁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돈의문박물관마을은 40여 개의 오래된 건물들을 재생해서 만든 도시재생 단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서울이라는 지역 안의 지역으로서,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서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공간이에요. 서울의 아주 오래된 골목이기도 하면서 돈의문이라는 역사적, 전통적인 장소이기도 하고, 서울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녹아있는 주거시설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죠.
돈의문이라는 곳은 과거 외국인들이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때 첫 번째로 거치는 곳이었어요. 그런 경험에서 볼 때 돈의문은 앞으로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나, 또 국내에서 서울을 또 새롭게 마주할 분들에게 서울이 가진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입구
그러면 쥬스컴퍼니가 운영하면서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어떤 점을 변화시켰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2022년에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운영을 맡게 되면서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이 곳이 기존의 재생 공간이라는 점과 사라진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상징성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 부분을 문화적으로 어떻게 구성하면 돈의문과 서울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을 현시대의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죠. 그래서 문화적 재생 측면에서 테마와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서울 100년 이야기 놀이터라는 형태로 서울이 가진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어요. 서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100년의 시간이라는 하나의 테마성을 가지게 하고, 놀이터라고 하는 사용 방법을 제시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역사박물관에 가면 관람이 주가 되고, 체험하는 정도와 학습하는 정도가 비례할 거예요. 그런데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조금 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더 많이 즐기고, 뛰어놀고, 마주하면서 어울릴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을 통해 서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거죠.
더불어 대표님이 추천하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의 관람 포인트가 있을까요?
레트로라고 하죠. 2000년대 초반에는 1960~70년대의 모습을 끌고 왔던 것처럼 지금까지도 많은 공간과 콘텐츠들이 레트로 컨셉으로 생산되어왔어요. 그러면 2022년 현재의 레트로는 무엇일까 생각해 봤을 때, 무엇보다도 지금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과거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런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2022년의 레트로라고 하면 1990년대 문화라고 할 수 있었어요. 현재 50대들은 20년 전인 30대 시절을 그리워하고, 지금의 30대들은 관심을 많이 가지는 주제가 1990년대 문화인 거죠.
지금 부모 세대에게는 내가 과거에 즐기고, 선망했던 1990년대 서울의 문화가 있을 겁니다. 그걸 다시 이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게 되었을 때, 부모 입장에서는 내가 잘 아는 걸 이야기할 수 있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 시대에 맞는 좋은 인문학 콘텐츠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런 공감 형성이 가능한 콘텐츠들을 레트로의 개념에서 뉴트로로 옮겨서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어요.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는 도슨트 투어를 추천하고 싶어요. 저희가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 낮에 두 번 투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배우분들이 지금 도슨트로 활동해주고 계시거든요. 도슨트 분들이 50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서울 100년 이야기의 무대로서의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여러분에게 안내해 주실 텐데, 그럼 그 이후에 구석구석 이 공간을 살펴보는 재미가 생기겠죠.
도슨트가 없을 때는 <돈의문, 100년 마을의 비밀>이라는 게임을 추천합니다. 약간 방탈출 게임처럼 스스로가 돈의문 구석구석을 다니며 미션을 풀어가는 게임이에요. 그 과정에서 돈의문에 관한 이야기도 찾아보고, 미션을 모두 성공하면 마지막에 선물을 증정하는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게임은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게끔 만들었어요. 이렇게 투어형 프로그램 두 가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돈의문, 100년 마을의 비밀> ⓒ돈의문박물관마을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투어형 프로그램 말고도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거든요.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전통 체험 프로그램들부터 다른 공간에는 잘 없는 이색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가족 단위로도 많이 예약하고, 외국인분들도 많이 참여하시고 있어요. 약과 만들기, 자개 만들기 같은 체험이 SNS를 통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요. 이런 프로그램은 서울 시내 안에서는 돈의문에서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전 예약을 통해서 체험할 수 있고, 유료이지만 그만큼 알찬 체험이니 많이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돈의문박물관마을이라는 넓은 공간 안에서 추천하시고픈 특별한 공간도 있으실까요?
이 돈의문이라는 공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돈의문역사관이 될 것 같아요. 역사관에는 과거의 기록 자료가 안내되어 있어서 돈의문이라는 공간의 역사를 살펴보기 좋습니다. 또, 서울미래유산관이라고 하는 공간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서울을 살아갈 미래의 자손들에게 우리가 앞으로 남겨주어야 할 현대, 미래 유산들을 잘 정리해 놓은 공간이거든요. 이 두 가지 공간을 꼭 한번 보셨으면 좋겠어요.

돈의문박물관마을 지도 ⓒ돈의문박물관마을 공식 홈페이지
쥬스컴퍼니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광주 양림동 문화적 지역재생’인 것 같아요. 양림동 문화적 지역재생은 어떻게 해서 진행하게 되셨을까요?
2012년에 저희 쥬스컴퍼니가 광주 사무소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희가 살고, 활동하는 공간으로서 양림마을이라는 곳을 관찰하게 되었고, 양림마을이 가진 많은 이야기와 저희가 좋아하는 이 마을을 더 많은 사람과 향유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렇게 다양한 형태의 조사 작업이나,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이것이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거죠. 그러면서 조금 더 확대된 형태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공연도 만들어 보고, 문화가 정책 사업과 만나면서 <1930 양림 살롱>이라는 축제가 되고, 그러면서 이 축제를 시작으로 30회의 축제를 개최했어요. 그러니까 지역 안에서 저희가 가진 이 브랜드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긴 거예요. 그걸 계기로 테마버스 운영이라든지, 마을 안에서 다양한 관계망들을 확대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1930 양림살롱 사진 ⓒ1930 양림살롱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양림 골목 비엔날레>나, <10년 후 그라운드>와 같은 것들이 쥬스컴퍼니의 자체 축제, 자체 공간으로 만들어졌거든요. 다른 지역에서 양림동을 방문하면 항상 “쥬스컴퍼니는 이걸 왜 하고 있나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나요?”라는 질문을 하셨어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저희가 마을의 일원으로서 저희가 뭘 해야 하는지 스스로 잘 발견했다는 점이에요. 쥬스컴퍼니의 경우는 그게 연결이었어요. 기획자들로서 예술인과 예술인을 연결하고, 예술인과 지역 주민들을 연결하고, 지역 주민들과 여행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게 점점 확대되면서 양림동을 좋아한다는 외부인 분들, 양림동에서 내가 계속 살고 싶다고 하시는 주민분들, 양림동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괜찮은 작품의 기반인 것 같다고 하시는 예술인 분들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양림동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그게 지금까지 12년 동안 거쳐온 과정입니다.

양림골목 비엔날레 사진 ⓒ쥬스컴퍼니 공식 홈페이지
<광주 양림동 문화적 지역재생>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물론 많은 분들이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것에 더 과감히 도전하고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서 도달해야 할 지향점이죠.
지역문화기획을 위해서는 특색있는 콘텐츠를 가진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대표님이 문화기획에 참여하는 지역들은 어떤 특징들이 있나요?
제가 운전을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일단 대중적으로 교통이 편한 곳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KTX나 열차가 다니는 이런 곳을 좋아해요.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그럴 거예요. 물론 운전을 할 수도 있고,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모두 차량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도 저와 똑같은 마음으로 접근성이 좋은 곳, 그리고 내가 찾아가고 싶고 마음먹을 때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들로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 느꼈던 점은 아무래도 지역의 고유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같아요. 원래부터 좋은 고유성과 오리지널리티가 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퇴색되는 곳들이 있잖아요. 그 중에서도 자신들이 살고 계신 지역을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는 곳들이 저희를 찾죠.
마지막으로, 지역 내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곳들이 쥬스컴퍼니를 많이 찾습니다. 상업적으로 가거나 행정 주도로 방향을 정한 곳은 그냥 엔지니어링 회사를 부르고, 그다음에 잘나가는 디벨로퍼를 부르면 되겠죠. 하지만 커뮤니티가 있는 곳들은 정말 긴밀한 소통을 하거나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읽어가면서 점진적으로 일해 나가야 하잖아요. 만약 이런 과정에 대해서 소홀했을 때, 많은 지역의 변화가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발현하는 걸 봐왔어요. 그래서 이런 지역은 주민과의 연결을 중시하는 쥬스컴퍼니에게 많은 연락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도 그런 지역과 오래 일을 하게 되고요.
아무래도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지역의 역사나 문화적 특징을 외지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에 녹여내는 것이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어려움이 봉착하면 어떻게 풀어나가시나요? 그 외 기획 시 중점으로 두는 사항도 궁금합니다.
너무 중요한 내용이죠. 제가 처음 기획을 시작할 때, 20대 때 제가 처음 배웠던 것이 리서치였어요. 설문조사죠. 그게 정말 제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지역 축제 현장에 가서 축제를 만드는 일보다 축제 현장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일을 먼저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 가장 중요한 게 질문을 하는 방법이었어요.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만들게 되는데, 이 질문이 어떻게 던져지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답변이 너무 다른 거예요. 그걸 보면서 좋은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설문지를 받았을 때 너무 뻔한 질문만 있으면 빨리 체크하고 넘겨버리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새롭게 질문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진짜 사람의 생각과 바람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가장 먼저 훈련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제 모든 강의자료의 처음 부분에는 항상 ‘질문이 다르면 답이 달라진다.’라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기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어느 지역이나 도시들이든지 모든 지역은 고유성을 가지고 있고,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매번 뻔한 질문을 던진다면 할 수 있는 답은 정해져 있어요. 만약 새로운 질문을 던지면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겠죠. 가령 외국인이 답해야 할 질문이 있을 수도 있고,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있을 거예요. 이런 새로운 시선들을 계속 받아들이려면 그에 맞춰 새로운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이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지역문화기획자에게 필요한 역량이나 경험은 무엇인가요?
이전 답변과 이어질 것 같아요. 스스로 질문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고, 타인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는 자세도 중요해요. 지역문화기획을 하면, 지금 참여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질문을 정말 끊임없이 받아요. 저도 지금 20년째 이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질문은 항상 다른 시각을 제시하거든요. 매번 질문에 대해서 고민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지금 필요로 하는 문화기획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 지역에는 어떤 지역문화기획자가 필요한지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 지역 분들이거나, 저희를 공격적으로 보시는 지역, 저희가 하는 일과 다른 방식으로 하시던 분들이 저희에게 질문을 많이 하세요.
질문을 받는다는 건 결국 질문에 답하기 위해 버틴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기다리는 거예요. 처음부터 답을 아는 사람은 없잖아요. 계속 답을 찾기 위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데, 저는 양림동에서 12년간 활동하면서 아직도 대답을 못 했거든요. 제가 양림동 문화적 지역재생을 시작하면서 처음 던졌던 질문이 있어요. 아직도 답을 못 찾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어떤 지역은 6개월 만에 답을 내라고 하기도 해요. 그럼 급해도 일단 답을 냅니다. 그게 잘 맞아떨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지역문화기획자로서 그 지역에서 기존에 사셨던 분이든, 아니면 새로운 지역을 만나시는 분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질문에 대해 답하는 시간을 너무 짧게 보시면 안 된다는 거예요.
내가 1년 안에 이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하고, 이 지역에서 뭔가 성공시켜서 유명해져야 해, 그리고 나의 브랜드를 빨리 만들어야 해. 이런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 걸 지역 분들은 금방 아세요. 이 기획자가 지금 우리 지역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인지, 기획자 자신만을 위해서 하는 일인지 알아차리시거든요. 그런 긴 호흡을 견뎌내는 힘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역을 정말 좋아해야죠. 우리는 지역이라는 단어와 함께 서울을 떠올리잖아요. 많은 지역이 서울을 따라 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서울도 계속 지역으로 부르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서울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지역다움을 강화하는 게 더욱 중요한데, 사실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가는 큰 도시들의 변화를 많이 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큰 도시의 모습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은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주 작더라도 내가 마주한 어느 지역과 처음 마주한 순간, 이 지역만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지역이고 이곳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을 하는지, 아니면 어디서 본 듯한 걸 하는지는 자기 자신은 알아요. 어느 날 시간이 지났을 때 나의 출발점과 시작, 그때 가졌던 생각이 10년 뒤에 나를 버티게 하는 동기가 되거든요. 근데 이 동기를 못 가지면 이 일을 그만두는 게 너무 쉬워요.
지역문화기획자라는 일을 N잡으로 보고 문화적 방법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여러 활동 중의 하나로 보고 살아도 좋아요. 이건 문화기획자로 사는 삶의 태도에요. 꼭 일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지역문화기획자로 살아도 좋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일을 직업으로 정말 가져간다면, 이 지역이 잘 될 때 당신도 잘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역문화기획자가 잘 되는 건 지역이 잘 될 때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몰입해야만 직업인으로서의 지역문화기획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