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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트모아 기자단(ATI) 5기 활동후기_김예준

작성자 : 엄희주 조회수 : 83 2026-01-05

질문의 끝에서, 비로소 '사람'을 마주하다

 

[졸업을 앞둔 시점, 책상 밖의 '진짜'가 궁금했다]

대학에서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하며 지난 4, 수많은 이론과 케이스 스터디를 거쳤다. 하지만 4학년이 되고 졸업이 다가올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과연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들이 현장에서도 통할까?", "화려해 보이는 예술계의 이면에는 어떤 현실적인 고민들이 있을까?" 학교 밖의 세상, 그중에서도 내가 앞으로 몸담게 될 문화예술계의 '진짜 이야기'가 궁금했다. 예술가들의 막연한 성공 신화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밥벌이를 하고, 어떤 고민으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지 탐구하고 싶었다. ‘예술인들의 디딤돌을 자처하는 <아트모아> 기자단 모집 공고는 그래서 내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정보를 실어 나르는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기록하는 인터뷰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이끌었다.

 

[기획부터 마감까지, 1인분의 무게를 견디다]

기자단 합격의 기쁨은 잠시, '기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메일을 보내고, 질문지를 다듬고, 인터뷰 당일의 현장을 조율하고, 기사를 작성해 송고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오롯이 나의 책임이었다. 특히, 질문지를 작성하는 일은 매번 산을 넘는 기분이었다. 인터뷰이의 지난 행보를 샅샅이 뒤지고, 그들이 쓴 책을 찾아 읽으며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밤을 지새웠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 질문들이, 결국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을 묻는 깊이 있는 대화로 이어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섭외 과정에서 일정이 변경되거나, 인터뷰 직전 참석자가 추가되는 돌발 상황도 있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이 또한 현장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유연하게 질문지를 수정하고 대처했던 경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세 번의 만남, 세 가지의 시선]

한 학기 동안 아트모아 기자로 활동하며 만난 세 분의 인터뷰이는 내게 각기 다른, 그러나 하나로 귀결되는 소중한 인사이트를 남겨주었다.

 

첫 번째 만남이었던 GS아트센터 박선희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공간'에 대한 나의 시야를 확장해주었다. "알고리즘을 굶겨라"라는 철학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발견의 기쁨을 강조하시던 모습에서, 공연장이 물리적 건물의 의미를 벗어나 살아있는 미디어로 기능한다는 점을 실감했다. 문화재단이 예술 생태계를 위해 어떤 토양을 다져야 하는지, 거시적인 안목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두 번째로 만난 서울시 문화정책과 김두리 주무관님은 '언어의 온도'를 가르쳐주었다. 다소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문화정책을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번역하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이는 매력으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홍보 담당자의 진심을 보았다. 화려한 축제 뒤에는 누군가의 치열한 고민과 야근이 숨어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시민의 자부심으로 피어남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필더필 오혜리 이사님의 한마디는 기획자를 꿈꾸는 내게 뼈아픈 조언이자 나침반이 되었다. "재미있는 일 하나는 재미없는 일 100가지로 이루어진다." 화려한 기획 뒤에 숨겨진 정산, 계약, 소통 같은 '재미없는 100가지'를 견뎌내는 힘이 곧 프로의 자격임을 배웠다. 덕분에 나는 기획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더 단단한 마음으로 진로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듣는 사람에서 전하는 사람으로]

인터뷰 현장에서는 '경청'하는 사람이었지만, 돌아와 책상 앞에 앉으면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했다. 녹취록을 풀며 인터뷰이의 숨소리와 침묵, 미세한 표정까지 복기했다. 박선희 대표님의 빛나던 눈빛, 김두리 주무관님의 뿌듯한 미소, 오혜리 이사님의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조언을 텍스트로 옮기는 과정은, 그들의 삶을 내 안에 체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때로는 방대한 인터뷰 내용을 어떻게 줄일지 막막해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느낀 이 울림을 독자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그 과정에서 파편화된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의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짓는 법을 배웠다.

 

[탐구하는 기획자, 이제 세상 밖으로]

나는 이제 더 이상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4학년이 아니다. 예술이 밥 먹여주냐는 질문에, "그 밥을 짓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답할 수 있는 확신을 얻었다. 나의 기사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실질적인 팁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족한 대학생 기자를 따뜻하게 맞아주신 세 분의 인터뷰이와 ()예술경영지원센터 담당자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곳에서 배운 '공감''탐구'의 자세를 무기로, 나는 이제 더 넓은 세상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러 간다.